FA 2R 개장, 몸값 인플레이션 완화·심화 갈림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FA 시장 1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2라운드가 곧바로 개장했다.

22명의 FA 중 정확히 절반인 11명이 전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마지막 날 잔류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머지 11명의 선수가 외부 FA 시장에 나왔다. 이들은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전 소속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과 협상 가능하다. 이후에는 1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한다.

기본적으로는 인기가 높고 가치 있는 FA일수록 외부 시장에선 높은 몸값을 받게 돼 있다. 협상 창구가 한 구단에 국한된 게 아니라 복수의 구단으로 넓어지기 때문에 외부 FA의 몸값이 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2011년 넥센과 이택근의 4년 50억원 FA 계약을 기점으로 FA 몸값 인플레이션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2012년~2014년 FA 시장에서 매년 몸값 최고액이 경신됐다. 급기야 지난해 4년 90억원까지 치솟았다. 외부 FA 시장 특성상 몸값이 뛰는 건 당연하지만, 그 상승폭이 비정상적이었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 소속구단 우선협상, 합리적이었다

구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FA 인플레이션에 동참해왔다. 내부 FA를 잡고, 외부 FA로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야구단은 우승이 최고의 가치이며, 구단들은 전력 보강 방법이 많지 않은 KBO리그 특성상 FA에게 많은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인플레이션 자체에 부담스러워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결국 이번 FA 시장의 흐름은 약간 다른 느낌이 감지됐다. 구단들이 FA에게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계약 마지막 날까지 FA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그 결과 11명의 FA 재계약 결과를 보면, 총액 40억원 이상의 대형 계약은 2명(김태균, 송승준)뿐이고, 현역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일부 베테랑들은 10억원 대에서 계약이 이뤄졌다. FA 인플레이션 시대에 오히려 빈약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시장규모와 한국야구의 수준을 감안하면 이게 정상적이다.

▲역대 최고액 경신유력

전 소속구단과 계약한 11명의 몸값 총액은 334억7000만원. 역대 FA 총액 최고치는 지난해 19명 합계 630억6000만원. 지난해보다 FA 계약 대상자가 3명이 늘어났고, 외부 FA 시장에 나온 11명 중 박석민 유한준 정우람 손승락 등 대어가 즐비한 현실상 지난해 총액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외부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전하겠다는 구단이 많다. 올 시즌 5강에 들어오지 못한 KIA 한화 롯데 LG 등이 공세를 취할 조짐이다. 5강에 진입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부족한 파트를 FA를 통해 메우려는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80억원 이상의 고액 FA는 윤석민(4년 90억원), 최정(4년 86억원) 장원준(4년 84억원) 윤성환(4년 80억원) 등 4명이었는데, 이번 외부 FA 11명의 협상 기준이 지난해 수준이라고 본다면, 그리고 복수 구단이 동시에 FA에게 접근하는 특성을 감안하면 지난해 총액 630억6000억원을 넘기는 건 확실시된다.

▲갈림길에 놓인 FA 인플레이션

이번 FA 시장의 톱스타는 김현수다. 그러나 김현수는 사실상 FA 시장에서 한 발 비켜섰다. 일찌감치 에이전트를 선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 중이기 때문이다. 두산과의 원 소속구단 협상도 형식적인 선에서 마무리됐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될 경우 두산에 남겠다고 사실상 합의를 본 상태다. 프리미어12를 마친 뒤에도 그런 뉘앙스의 말을 남겼다. 만약 김현수가 두산에 남을 경우 몸값 총액 10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FA 인플레이션은 갈림길에 섰다. 원 소속구단의 우선협상에는 비교적 합리적인 거래가 이뤄졌다면, 외부 시장에선 어차피 가격이 올라가게 돼 있다. 그래도 지난해보다 개개인의 몸값이 많이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 이번 외부 FA들 중 누군가가 윤석민의 역대 최고금액을 경신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면서도 일각에서 일찌감치 제기됐던 100억원 계약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김현수를 제외한 FA 최고금액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야구관계자는 "구단들은 확실히 인플레이션을 의식한다. 한계에 이른 느낌"라고 했다. 하지만, "우승을 위한 투자라고 본다면 어느 팀이 갑작스럽게 특정 FA에게 고액을 부를 가능성은 남아있다"라고 내다봤다. 최근 몇 년 흐름과는 달리 구단들의 절제 의지는 분명하다. 대어들의 몸값이 90~100억원 선에서 결정된다면 전체적인 FA 인플레이션은 비교적 완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FA 대어들의 협상 전략에 따라 FA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그 이상으로 심화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여전히 모든 구단은 우승에 목말랐고, 외부 FA영입은 그 지름길로 통한다.

[외부 FA 선수들(위), 야구장 전경(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