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또 다른 핵심, 무궁무진한 함지훈 효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훈이가 1번을 보는 연습을 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지난 봄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당시 "다음 시즌에는 지훈이에게 가드를 시킬 것"이라고 했다. 빈 말이 아니었다. 유재학 감독은 올 시즌 함지훈에게 상황에 따라 가드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부여, 팀 전력을 극대화했다. 함지훈은 엄연히 4번 파워포워드지만, 포인트가드 역할도 겸한다.

그동안 모비스 농구의 핵심은 양동근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모비스 농구를 보면 핵심 역할을 양동근과 함지훈이 나눠 맡는 느낌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양동근은 30대 중반의 베테랑이다.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그리고 함지훈이 서서히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모비스 농구가 좀 더 다채로워졌다. 함지훈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양동근 체력 세이브

양동근은 "지훈이가 1번을 보면 나에게도 체력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실제 포인트가드는 볼을 직접 드리블하면서 상대 코트로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체력소모가 크다. 이 역할을 함지훈이 나눠 맡으면서 양동근의 체력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볼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체력 소모는 적다.

모비스의 공수 시스템을 보면 여전히 양동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6일 삼성전만 하더라도 결정적인 위기에선 순간적으로 양동근에게 의존했다. 양동근은 스크린을 받은 이후의 공 처리, 직접 스크린을 선 뒤 빠져나가면서 빈 공간을 만드는 것에 두루 능하다. 삼성전 28득점이 대부분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삼성이 헷지 디펜스를 적절히 시도, 양동근을 압박하려고 했지만, 활동량이 많고 순간 스피드가 빠른 양동근을 완벽히 제어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도 필연적으로 양동근의 체력소모가 많이 일어난다. 결국 함지훈이 포인트가드 역할을 분담하면서 서서히 해결해야 한다.

▲어시스트 1위

함지훈은 경기당 6.3개의 어시스트로 이 부문 1위를 달린다. 초등학교 시절 가드를 했고, 그 습관이 지금도 몸에 남아있다. 시야가 넓다. 골밑에서의 피딩은 물론, 외곽에서 골밑의 아이라 클라크 혹은 커스버트 빅터에게 찔러주는 패스는 일품. 빈 공간으로 컷하는 양동근에게도 질 좋은 패스를 공급, 양동근 득점력까지 극대화한다.

함지훈은 클라크와 빅터가 동시에 투입되는 3쿼터에는 외곽으로 완전히 빠지는 경우가 많다. 동선이 겹쳐 공격 밸런스가 깨지는 부작용을 피하면서 함지훈 패스 능력이 극대화된다. 함지훈은 나머지 쿼터에서는 골밑에 들어가되 좁은 공간에서 특유의 패스능력을 발휘, 내, 외곽의 다양한 공격루트를 발굴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기존 양동근의 효율적인 경기운영이 더해지면서 모비스 공격 흐름은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매끄럽고 득점루트가 다양하다. 유재학 감독의 적절한 동선과 역할 조정이 빛을 발한 결과.

▲외곽슛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의 어시스트에 만족스러워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슛보다 패스를 좀 더 선호하는 함지훈의 특성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동안 유 감독은 함지훈에게 적극적인 외곽슛 시도를 요구했다. 특히 3쿼터의 경우 상대가 빅터, 클라크 수비에 치중하느라 외곽의 함지훈 수비가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함지훈이 자연스러운 공격흐름 속에서 3점슛 혹은 중거리슛을 던져야 내, 외곽 밸런스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함지훈은 지나치게 슛을 아끼는 경향이 있었다. 오픈 찬스에서 머뭇거리다 패스를 하면서 오히려 공격 흐름이 둔화되는 측면도 있었다. 삼성전서는 이런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다. 함지훈은 찬스만 되면 외곽슛을 던졌다. 그 결과 팀 공격 흐름이 더욱 매끄러워졌다. 물론 여전히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유 감독은 삼성전 승리 직후 "지훈이를 1번으로 내세웠을 때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함지훈이 1번으로 뛸 때(양동근이 1번을 볼 때에 비해) 모비스의 전체적인 공격 밸런스와 스코어 관리 및 운영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고 봐야 한다. 함지훈의 외곽슛 혹은 패스 선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함지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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