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2주년' 에픽하이 "헝그리했던 초심, 변한 게 아니라 달라졌다"[창간 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올해 11살을 맞은 마이데일리가 12살인 힙합그룹 에픽하이(타블로, 투컷, 미쓰라진)를 만났다. 실없는 농담 따먹기를 해도, 진지한 음악 이야기를 나눠도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에픽하이 3인방이다. "저희는 올해 12주년인데, 저희보다 한 살 어리네요? 그래도 한 살 차이니까 말 놓죠? 앞으로 마이데일리와는 말 놓고 지내는 걸로! 하하하!"

데뷔 12년을 맞이한 에픽하이는 이전과는 다른 음악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철 없었고 치기 어렸던 10대엔 그저 음악이 하고 싶었다. 진짜 음악을 하게 된 20대엔 남달랐던 패기와 열정이 있었고, 그걸 이끌었던 건 헝그리 정신이었다. 불꽃 같았던 20대를 지나 에픽하이는 멤버 모두 30대 중반을 돌았다. 에픽하이의 '현재의 음악'에 대해 타블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벌써 12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에픽하이의 이름으로 8집까지 냈어요. 나이가 30대 중반, 결혼도 했고 우리 중 애 아빠가 두 명이죠. 20대 친구들처럼 헝그리하게 음악하는 단계는 아니에요. 그게 초심을 잃었다, 변했다가 아니라 이젠 달라진 거죠. 우리의 20대는 그렇게 음악을 했지만 이제 서서히 달라지고 있어요. 이제는 알게 됐어요.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 음악을 해야 하는 지도 알고, 뭘 필요로 하는지도 알죠. 예전처럼 떠오르는 대로 쏟아붓기 싫은 단계가 됐어요. 이제는 이제는 정말 윤우(투컷의 아들)나 하루(타블로 딸)가 커서 우리 음반을 듣게 될 거라는 것도 실제적으로 느껴지고. '아빠가 내가 6살, 10살이었을 때 이걸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뭔가 좀 정말 하고 싶은 말만 정성 들여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조금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힙합신에 있어 에픽하이의 존재는 케이블채널 엠넷 '쇼미더머니'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것 이상이다. 이들은 10년 이상 자신들의 이름을 건 음악을 해 왔으며 가수로서 최고의 자리에도 서 봤다. 인간이 가진 대부분의 감정에 대해 다뤘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실험을 꾀해 왔다. 에픽하이는 이제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해 노래해야 할까. 에픽하이는 이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또 얼마간의 해답을 갖고 있었다.

"꽤 또렷해요. 이젠. 저희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도 많았는데, 결론적으로 위로가 되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 장르가 힙합이라는 이유로 그러지 않을 건 없죠. 어떠한 주제를 갖고 노래를 해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요. 위로하고 싶고, 따스함을 건네고 싶어요. 그래서 예전보다 조금 더 고민을 많이 해요. 그저 내키는 대로 표현하지 않아요. 스무살에도, 삼십대 중반인 지금도 하고 싶은 말은 있어요. 현재 시선에선 이해가 많아졌어요, 모든 세상에 대해서. 예전엔 감정에 충실한데 누구나 그렇듯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고 책임지는 상황이 되면 큰 그림을 보게 되는 거 같아요. 사랑 얘기를 해도, 이별 얘기를 해도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얘기를 할 수 있어요. 그걸 음악으로 해야 하는 게 맞겠죠."

특히, 에픽하이는 음악적인 지향점에 대해서 더욱 확실한 소신을 드러냈다. 트랜드에 맞춰 '핫'한 사운드를 따라가는 때는 분명 지났다는 거다. 타블로는 "저희 생각은 어떤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에픽하이라는 틀에 갇혀서 맞지 않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그저 세련되고,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음악을 하는 그런 단계는 이미 넘어서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강조했다.

에픽하이는 내달 5일 부산 KBS홀에서 콘서트를 열고 오는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팍공원 올림픽홀에서 서울 콘서트로 팬들을 만난다.

[힙합그룹 에픽하이.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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