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재성 꿈꾸는 전북의 미래, 장윤호 [창간인터뷰]

[마이데일리 = 완주 안경남 기자] 전북 현대는 노장과 신인이 조화를 이룬 팀으로 유명하다. 이동국이 이끌고 이재성이 받치는 전북 특유의 팀 컬러는 K리그 2연패를 이룬 전북만의 스타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발굴해 보석으로 만드는 재미에 빠져있다. 지난 해 이재성과 이주용이 혜성같이 등장했고 올 해는 19살 장윤호가 작은 파상을 일으켰다. 마이데일리가 창간일을 맞아 소개할 선수는 제2의 이재성을 꿈꾸는 전북의 또 다른 미래, 장윤호다.

장윤호가 전북 1군에 등장한 건 6월 17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다. 일종의 땜빵용 출전이었다. 이재성, 최보경이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장윤호에게 기회가 왔다. 최강희 감독은 장윤호의 ‘경기력’에 주목했다. 나이와 경험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장윤호는 울산전과 6월 24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서 적응을 마친 뒤 6월 28일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1-2로 뒤진 후반 막판 프로 데뷔골을 기록했다. 장윤호는 “슈팅을 할 때 20명이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공과 빈 골문만 보였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며 웃었다. 장윤호는 기회를 잡을 줄 아는 ‘떡잎’이었다.

그렇게 장윤호는 올 시즌 리그 10경기를 뛰었다. 이재성 등 쟁쟁한 선배들이 돌아온 뒤에는 출전 기회가 점차 줄었고 후반기에는 경기장 밖에서 지켜보는 횟수가 늘었다. 하지만 장윤호는 개의치 않았다. 아직은 스스로 배울 것이 더 많다며 더 큰 선수가 되길 원했다. 장윤호의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

Q. 프로 데뷔시즌에 우승을 경험했다. 1년을 보낸 소감은 어떤가.

“데뷔 첫 시즌에 우승을 경험해서 굉장히 기쁘다. 무엇보다 전북이 우승할 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더 좋다. 개인적으로 배운 것이 많았다. 경기 출전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배울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만족할 만한 시즌이었다”

Q. 전북에서 어떤 부분을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왔다. 아무래도 대학을 거치고 왔다면 지금보다 차이가 적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와 프로의 차이가 많이 나는 걸 느꼈다. 공격과 수비의 전환이나 피지컬적인 측면에서 많은 것이 프로와는 차이가 있었다. 또 이곳에선 내가 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못하는 것도 잘해야 했다”

Q. 그럼에도 전북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10경기를 뛰었다.

“올해는 미드필더 있는 형들이 국가대표에 많이 차출됐다. 그로인해 공백이 생기면서 기회를 잡은 것 같다. 최강희 감독님이 훈련할 때 좋은 모습을 봐주신 것 같다”

Q. 올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가지 않았다고 들었다.

“전북에 오자마자 동계훈련을 가지 않고 개인훈련에 집중했다. 김상식 코치님하고 웨이트를 많이 했다. 몸무게를 늘려서 단점인 체격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동계훈련을 가지 않은 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갔다면 오히려 마음만 급해져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나에겐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동계훈련을 가지 않고 개인적인 준비를 한 것이 나중에 데뷔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Q. 3월에 프로 첫 시즌을 시작하는 마음은 어땠나.

“형들이 동계훈련에서 경기 위주로 준비를 했다면 나는 단점을 보완하는데 중점을 뒀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있었다. 형들보다 경기력이 떨어질지는 몰라도 최강희 감독님에게 안 좋은 모습은 줄이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Q. 조급하진 않았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올거라 생각했다. 사실 5월 고양과의 FA컵에서 데뷔전을 치를 기회가 있었다. 점수차가 많이 나거나 골이 많이 나오면 코치님이 들어갈거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러나 경기가 너무 팽팽했다(웃음) 에두, 레오나르도 등이 들어가면서 1-0으로 이겼고 결국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Q. 결국 울산을 상대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하루 전날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부담 없는 경기에 데뷔전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훈련 때 내가 형들보다 잘해서 경기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죽지 말고 잘하라고 하셨다. 그 말이 나에겐 힘이 됐다. 물론 엄청 긴장됐다. 긴장 안하려고 했는데 막상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볼보이로만 봤던 경기장에서 선수로 뛰게 됐다고 생각하니까 엄청 떨렸다. 형들이 빠지고 들어간 자리였기 때문에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됐다. 옆에서 같이 뛴 정훈 형의 도움이 컸다. 흔들리는 나를 잡아줬다”

Q. 전남을 상대로 3경기 만에 데뷔골을 넣었다.

“경기 전날 광양제철중 친구들과 연락을 했었다. 그때 왠지 내가 골을 넣을 것 같다고 농담삼아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게 맞아서 통쾌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Q. 데뷔골을 넣을 때 어땠나.

“슈팅을 때릴 때 내 앞에 선수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한 번 접은 뒤 왼발 슈팅을 때렸는데 순간적으로 공과 비어있는 골대가 보였다. 마치 슬로우모션 같았다. 다시 화면을 봤는데 정말 선수가 많았다. 해설자가 골대 안에 20명이 있는데 들어갔다고 하는 걸 들었다. 정말 그랬다”

Q. 전북 같은 강팀에 있는 것이 부담되진 않나.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훈련할 때 티를 안 내려고 한다. 막내지만 형들도 어렵진 않다. 워낙 나이차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형들이 잘해준다. 불편한 건 전혀 없다”

Q. 안에서 경험한 전북은 어떤 팀인가.

“닥공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수비를 정말 잘하는 팀이다. 작년 같은 경우 후반기를 거의 다 이겼다. 무실점도 많았다. 공격은 말 안 해도 잘하는 형들이 많다. 수비에서도 헌신하는 형들이 많다. 전북은 수비가 정말 좋은 팀이다” (올해는 수비에 지적을 많이 받았다) “작년보다 실점이 많지만 전북을 상대하는 팀들이 이전보다 더 잘하려고 해서 힘든 경기가 많아진 것 같다. 전북이 수비를 못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Q. 전북은 왜 수비가 강한 것 같나.

“최강희 감독님께선 공격적인 부분에 대해선 말씀을 하시지 않는다. 수비적인 부분만 이야기 하신다. 거리 조종 등 세세한 부분을 많이 설명하신다. 수비를 할 때 조직적으로 한다면 전북은 앞에서 맨투맨으로 인터셉트할 거리를 두고 막는다. 1대1 개인으로 붙어서 상대를 불편하게 한다. 어렸을 때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걸 배웠다. 압박할 때와 안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전북은 1대1로 위치조정을 해야 한다. 개인의 움직임에 신경 쓰면서도 팀 전체의 조직까지 집중해야 한다”

Q. 전북에선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그렇다. 4-2-3-1 포메이션에선 ‘2’에 섰고 4-1-4-1 포메이션에선 위의 가운데 ‘2’를 맡기도 했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 많이 본 공격형 미드필더가 편하긴 하다. 그러나 전북에선 밑에 ‘2’를 많이 맡았다. 공격적인 위치에서 뛰면 좋겠지만 그곳에는 좋은 형들이 많다. 내가 희생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형들이 없을 때 그 자리를 뛸 수도 있다. 그러나 형들이 있으면 내 자리가 아니더라도 희생해야 한다. 이재성형처럼 다양한 위치에서 뛰는 게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1년간 본 최강희 감독님은 어떤 감독인가.

“감독님께선 많은 말을 하시진 않는다. 데뷔전을 앞두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감독님이 안부르면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후로 한 번도 부르시진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동기부여를 정말 잘 해주시는 감독님 같다”

Q. 전북은 이동국, 이재성 등 뛰어난 선수가 많다. 롤 모델은 누구인가.

“이재성형이다. 포지션도 비슷하고 나이도 가까운 편이여서 많이 보고 배운다. 이재성형은 공격도 잘하지만 수비도 엄청 잘 한다. 전북에 와서 수비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이재성형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해외 팀에선 맨체스터 시티를 중학교때부터 즐겨봤다. 그중에서 다비드 실바의 플레이를 좋아한다. 스타일이 같다고 보긴 어렵지만 체격조건과 지능적인 플레이가 좋다”

Q. 스스로 생각하는 단점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단점은 체격조건이다. 축구를 하면서 계속되는 단점이었다. 동계훈련을 가지 않고 웨이트 등 개인 훈련을 한 것도 그래서다. 물론 체격은 작지만 그에 비해 민첩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을 빠르게 풀어가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Q. K리그에서 상대한 팀 중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누구였나.

“포항의 김승대형이다. 정말 잘하는 것 같다. 포워드지만 밑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준다. 또 침투할 때 스피드도 엄청 빠르다. 볼키핑도 좋다. 인상적이었다. 동시에 포항도 상대한 팀 중 가장 까다로웠다. 포항과 경기를 하다 보면 주변에 공을 받는 선수가 항상 3~4명씩 있어서 쫓다가 지쳤다. 공격하는 것보다 수비할 때 쫓는 게 더 힘들다. 그래서 포항전이 힘들었다”

Q. 최근 이승우, 황희찬 등 어린 선수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관심을 받는 건 좋지만 그만큼 기대치가 커지기 때문에 조금만 못하면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컴퓨터 게임을 자주 한다. FIFA 온라인을 좋아한다. 근데 요즘에는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패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웃음) 요즘은 컴퓨터가 고장 나서 형들하고 외박 때 나가서 밥도 먹고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여자친구는 없나) 없다(웃음) 때가 되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다”

Q 다음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올림픽에 나가고 싶지만 형들과 나이차가 커서 힘들 것 같다. 그것보다 전북에서 계속 경기를 뛰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북에서 계속 경기에 출전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올 시즌 10경기를 뛰었는데 내년에는 20경기 이상 뛰고 골과 어시스트를 많이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체중을 더 키워야 한다. 올 해 부족했던 걸 생각하면서 다음 동계훈련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 프로축구연맹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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