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드래프트, FA 시장 또 다른 변수인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차드래프트가 변수가 될까.

FA 시장이 개장했다. 22인의 FA 신청자들은 22일부터 28일까지 전 소속구단과 우선 협상을 한다. 24일까지는 단 한 건의 계약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FA는 야구선수들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직장 선택의 권리다. 타 구단의 오퍼를 들어보지 않은 상황(물론 수년 전부터 FA 탬퍼링 의혹이 만연하다)서 전 소속구단과의 1대1 협상 중에 쉽게 도장을 찍는 선수는 없다.

때문에 대어로 분류되는 대다수 FA는 우선협상시간 종료 직전까지 극심한 눈치작전, 구단과의 밀고 당기기를 하다 재계약 도장을 찍거나 외부 FA 시장으로 나간다. 애당초 전 소속구단과의 입장 차가 클 경우 조기에 협상테이블을 접는 케이스도 종종 나온다. 물론 구단들도 FA들의 전략에 쉽게 말려들지 않는다. FA 제도도입 16년이 지나면서 구단들은 풍부한 FA 협상 노하우를 갖고 있다.

▲FA 일정과 겹친 2차드래프트

변수가 생겼다. FA 우선협상기간 마감 하루 전인 27일 2차 드래프트가 열린다. 2013년부터 격년제로 열린 2차 드래프트는 본래 11월 말에 열렸다. 11월 말은 FA 시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다음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포스트시즌 직후 프리미어12가 열리면서 FA 일정 자체가 늦춰졌고, 어쩔 수 없이 겹쳤다.

KBO는 최근 10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명단 40인을 건네 받았다. (FA 선언한 선수, 외국인선수, 군 보류 선수, 내년 신인들은 자동 보호)그리고 그 즉시 각 구단에 그 내용을 공유했다. 10개 구단은 시즌 성적 역순(3라운드까지 진행)으로 40인 명단 외의 선수 1명씩을 선택하고 보상금을 원 소속구단에 지불하면 된다.

구단들은 머리가 아프게 됐다. FA 선수들과의 우선 협상과 동시에 2차 드래프트 전략도 짜야 한다. 엉켜버린 일정상 2차 드래프트서 먼저 타 구단 선수들을 선택한 다음 FA 협상을 진행하는 모양새가 됐다. 결국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전력보강이 구단들의 FA 재계약 및 외부시장 참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외부FA보다 2차드래프트?

기본적으로는 FA 시장에 거물급 선수가 훨씬 더 많다. FA 시장을 활용하는 게 2차 드래프트보다 전력 보강의 확실한 방법인 건 분명하다. 최근에는 FA 대형계약의 성공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반면 2차 드래프트에 나오는 선수들은 신인급과 1.5군급 선수들,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들이 대다수. 타 구단이 데려간다고 해도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다.

최근 몇년간 FA 시장은 과열됐다. 2011년 넥센과 이택근의 4년 50억원 계약을 시작으로 FA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후 매년 FA 최고몸값이 경신, 급기야 FA 계약 100억원 시대가 열리기 직전까지 왔다. 구단들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지상 과제 속에 다른 구단들과의 경쟁(템퍼링 의혹까지 포함) 속에서 좋은 선수들을 쟁취하기 위해 FA 인플레이션에 동참해왔지만, 동시에 부담과 우려를 드러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과 비교해봐도 한국 FA 시장의 인플레이션 속도는 확실히 가파르다.

그런데 지난 두 차례의(2011년, 2013년) 2차 드래프트를 살펴보면 의외로 성공한 사례가 많았다. 올 시즌 다소 주춤했지만, 두산에서 NC로 이적한 이재학은 이 제도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SK에서 두산으로 옮긴 허준혁은 시즌 중 더스틴 니퍼트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냈다. 삼성도 KIA에서 데려온 신용운과 박근홍을 쏠쏠하게 활용했다. 어지간한 대형 FA 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준척급 FA, 혹은 그 이상의 효율성을 발휘했던 건 분명하다. 결정적으로 2차 드래프트는 1라운드 3억원, 2라운드 2억원, 3라운드 1억원의 보상금만 지불하면 된다. 몇 십억원에 부담스러운 보상금 혹은 선수까지 1명을 내줘야 하는 외부 FA 시장에 비해 훨씬 부담이 적다. 결국 2차 드래프트가 FA보다 경제적인 선수보강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는 외부 FA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27일 2차 드래프트서 비교적 만족할만한 전력보강에 성공한 팀들의 경우 굳이 비용 부담이 큰 외부 FA 시장(29일 개장)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FA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지만, FA 시장의 전체적인 인플레이션 완화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야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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