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굴욕, ML 포스팅 시선·태도 바뀌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손아섭(롯데)이 굴욕을 맛봤다.

KBO의 24일 손아섭 포스팅 결과 발표는 손아섭과 롯데를 넘어 한국야구의 굴욕이었다. 2년 연속 50홈런을 넘긴 박병호(미네소타, 1285만달러에 응찰)보다 포스팅 금액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포스팅에 참가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아예 없었다는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결국 손아섭은 2002년 진필중에 이어 13년만에 포스팅시스템에서 단 한 구단의 선택도 받지 못한 선수가 됐다. 손아섭발 쇼크를 계기로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야구관계자는 "한국야구가 포스팅시스템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류현진·강정호·박병호의 공통점

최근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가장 성공한 선수들은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다. 류현진은 2573만7737달러33센트, 강정호는 500만2015달러를 전 소속팀 한화와 넥센에 이적료로 남기고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박병호는 1285만달러, 포스팅 사상 아시아 야수 2위 자격으로 미네소타와 입단계약 협상 중이다.

이들이 세 구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있다. 자신들만의 확실한 장점과 희소가치가 있다. 류현진은 국내에선 왼손 강속구 투수로 통했지만, 메이저리그서는 제구력과 경기운영, 이닝 소화능력 등 선발투수가 갖춰야 할 대부분 분야에서 최정상급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강정호는 40홈런 유격수, 박병호는 2년 연속 50홈런 등 파워에서 남다른 평가를 받았다.

누구나 손아섭이 좋은 타자라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손아섭은 확실한 자신만의 캐릭터와 이미지 구축이 다소 미흡했다.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현역타자들 중 통산타율 1위(0.323)라는 무기가 있지만, 임팩트는 다소 부족했다. 류현진과 강정호의 경우 국가대표팀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손아섭은 국가대표팀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보여준 적이 거의 없었다. 박병호 역시 대표팀에선 그렇게 눈에 띈 케이스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KBO리그 성적(홈런, 타점, 장타력)이 워낙 압도적이었다.

류현진, 강정호, 박병호의 성공에 다른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건 좋지만, 자신만의 경쟁력을 제대로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메이저리그는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뛰는 리그다. 어정쩡한 이미지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어필하기가 쉽지 않다. 이 관계자는 "자신만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 그저 그런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에도 수두룩하다. 미국 언론의 립 서비스에 속으면 안 된다"라며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태도와 시선 변화 필요성

포스팅 입찰 시기 조율 및 메이저리그 선수이동에 대한 상황 파악과 대응능력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포스팅 시기를 무작정 시즌 종료 직후로 급하게 잡을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강정호의 경우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의 대어급 이동, 윈터미팅(보통 12월 초에 진행)이 끝난 뒤 12월 15일 포스팅 일정을 시작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분명한 건 FA에 비해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미 야구협정에 따라 제정된 포스팅시스템은 KBO리그 풀타임 7년차와 8년차(고졸) 국내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포스팅 최고응찰액과 별개로 몸값이 따로 필요하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포스팅시스템은 FA(이적료가 필요 없는 신분)에 비해 영입 절차도 복잡하고 투자하는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이 제약을 극복하고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면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와 전략 없는 포스팅은 성공확률이 떨어진다.

손아섭 케이스로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을 바라보는 국내 구단들과 선수들의 태도에 변화가 생길 것인지 궁금하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누구나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손아섭.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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