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실패’ 손아섭,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마이데일리 = 이후광 수습기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KBO는 24일 오전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받은 손아섭의 포스팅 결과,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음을 통보 받고 이를 롯데 자이언츠에 전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7시즌을 마치고 MLB 도전 의사를 밝힌 손아섭의 의견을 존중했고 지난 18일 포스팅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의 포스팅 신청 후 미국 현지 언론들은 손아섭의 MLB 무대 진출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미국 NBC스포츠는 지난 16일(한국시각) '손아섭이 앞서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은 박병호에는 못 미치지만 MLB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500~600만 달러(약 60억~70억 원)정도의 포스팅 금액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 CBS스포츠도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5개 팀이 손아섭을 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500~60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은 고사하고 단 한 구단도 손아섭의 포스팅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포스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외야수 손아섭의 경쟁력으로 보인다. 앞서 강정호가 약 500만 달러(약 57억 원)의 포스팅 금액으로 피츠버그를 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희귀한 유격수 거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MLB와 마이너리그에는 이미 손아섭과 비슷한 스타일의 외야수 자원이 넘친다. KBO리그의 수위타자로서 높은 컨택 능력과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지만 MLB 무대에 어필할 수 있는 손아섭만의 특출난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낙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2년 뒤면 FA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KBO리그 통산 타율 0.323 1,002안타 79홈런 413타점을 기록, 이미 리그 정상급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0년부터 6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꾸준함은 남은 2년을 절치부심의 계기로 만들기에 최적화된 능력이다.

소속팀 롯데도 올 시즌 8위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손아섭에게는 남은 2년 팀 부활과 자신의 커리어 향상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충분히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포스팅 실패가 전화위복이 됐을 때 2년 뒤 FA 자격을 얻는 손아섭의 MLB 재진출은 지금보다 훨씬 수월할 수 있다. 포스팅 금액(이적료)이 없는 FA 이적의 특성 상 MLB 구단의 과감한 스카우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스팅 금액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2년 간 이날의 치욕을 발판삼아 장기인 꾸준함을 다시 선보인다면 2년 뒤 빅리그 도전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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