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와 흥행력은 정비례, 고군분투 흙수저 [창간특집②]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보통 제작비가 높은 작품일수록 흥행에 더 가까워진다. 저예산 영화보다는 50~60억이 든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여질 확률이 더 높다. 100억 이상 든 영화들은 화려한 영상으로 관객들을 시선을 앗아간다. 출연 배우들의 인지도도 차이가 나는데, 아무리 시나리오가 좋고 작품성 면에서 높은 평가가 예상된 작품이라도 버짓이 적은 영화에서 관객을 몰고 다니는 톱스타를 보기 힘들다.

이런 조건들이 모여 흙수저 영화가 된다. 제작비가 풍족하면 더 좋은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총알이 부족하다. 영화에 자신이 있고, 그들의 출연료를 충당할 능력이 된다면 연기력과 흥행력 모두를 겸비한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형 배급사라도 잡으면 좋겠지만 이들은 이미 큰 영화들에 집중, 작은 영화들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긴 한데, 이런 조건들이 선후관계를 이뤄 금수저를 물지 못한 영화들이 탄생하게 된다. 특히 작품성 면에서는 뛰어나다 평가받지만 제반 조건 때문에 관객들과 원활히 만나지 못하는 영화들이 적지 않다. 아무리 연출이 뛰어나도, 배우들이 소름끼치는 연기를 선보여도 많은 관객들이 이런 영화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른다. 많은 독립, 예술 영화들이 이에 해당한다. 금수저를 문 영화가 1000개에 육박하는 스크린을 가져갈 때 이들은 극소수의 영화관만 확보할 수 있다. 개봉관을 손꼽는 게 더 쉬울 정도다.

이런 면에서 최근 아쉬움을 안기는 작품이 ‘들꽃’이다. 일찌감치 국내외 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작품으로 서울독립영화제, 스위스 제네마블랙무비국제영화제, 프랑스 모베 장르국제영화제, 북경국제영화제, 런던한국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주연배우 조수향은 이 영화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고, 정하담은 무서운 신예의 등장으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5일 개봉한 ‘들꽃’은 개봉일 전국에서 단 12개의 스크린에서 개봉됐을 뿐이다. 그마저도 개봉 2주차부터는 10개 이하 스크린으로 떨어졌고, 25일 기준 전국에서 고작 두 곳의 극장에서 볼 수 있다.

지난 19일 개봉한 ‘해에게서 소년에게’도 마찬가지다. 힘들어하는 10대들의 모습을 통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반성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으로 국내외 영화제의 호평을 받았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넷팩상과 제7회 전주프로젝트마켓 배급지원상 2관왕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나마 호평에 힘입어 상영관이 증가, 25일 기준 전국 16개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래도 이런 영화들이 있어 한국영화의 미래가 밝다. 금수저를 문 영화가 금수저를 갖기 위해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소재, 장르 등을 이들이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배우와 감독을 발굴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한국영화의 다양성은 이들이 책임지고 있다.

[영화 ‘들꽃’, ‘해에게서 소년에게’ 포스터. 사진 = 인디플러그, 타이거시네마, DGC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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