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금수저? 영화에도 존재한다 [창간특집①]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한동안 수저론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가계 수입 정도에 따라 계층을 나눈 것인데, 처음에는 우스갯소리로 시작됐지만 노력해도 계층간 이동이 어려운 현실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보통 저예산 영화들이 흙수저, 블록버스터 대작들을 금수저라 볼 수 있는데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철저히 경제적 부분에서 따져봤을 때 각각 흙수저의 삶, 금수저의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또 제각각 의미를 지녔고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서려 있는 예술작품이 영화라지만, 이들 역시 보이지 않는 자신의 계급을 안에 갇혀 있는 게 사실이다.

영화에서 계급이란 흥행으로 볼 수도 있다. 몇 만 관객이 들었냐에 따라 흥행과 쪽박이 갈리며 감독과 배우 앞에 ‘천만 감독’, ‘천만 배우’처럼 ‘00만’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흥행에 신경을 쓰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숫자들은 영화인들의 자존심과 명예의 상징이 된다. 흥행 감독과 비흥행 감독, 흥행 배우와 비흥행 배우에 따라 영화의 버짓, 개봉규모, 흥행 성적이 갈린다. 이들이 기반이 돼 영화 개봉 전부터 계급이 나뉘기도 한다.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지만, 현실보다 더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곳이 영화판이다. 용이 되고 싶지만 개봉조차 제대로 못한 채 묻히는 영화가 태반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처럼 영화계 흙수저들도 대물림되는 상황에 갇혀 있다. 영화적 완성도와 대중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느냐가 계급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겠지만 대다수의 영화가 소위 말하는 ‘점프’를 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작은 버짓으로 소규모 개봉, 그나마 퐁당퐁당 상영되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위안 삼는 영화가 적지 않다.

이런 영화들은 다시 또 다른 자신을 만들고, 자신들만의 리그 안에서 힘겨운 경쟁 속으로 뛰어든다. 아무리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는다 해도 금수저 영화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들은 백억원에 육박하는 제작비, 이름만 들어도 억 소리나는 캐스팅, 1000개에 육박하는 스크린을 손에 쥔 채 관객들을 공략한다. 영화관에 걸려 있는 영화 대부분이 이들 영화인 탓에 관객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들 영화를 보고, 금수저들은 금수저다운 성과를 거둔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계급차, 이 차이가 분명한 곳이 영화계다.

그래도 희망은 존재한다. 최근 대표적 예가 영화 ‘끝까지 간다’다. ‘끝까지 간다’는 계급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며 영화 자체로도 승부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끝까지 간다’는 제작될 때부터 금수저를 물었던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 히어로 무비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물론 송승헌 주연의 ‘인간중독’, 차승원 주연의 ‘하이힐’, 이민기 주연의 ‘황제를 위하여’ 등 쟁쟁한 작품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더니 한 달 넘게 흥행 질주를 펼쳤다. 보이지 않는 벽이 분명하지만 영화 자체의 힘만 있다면 어렵긴 해도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곳이 영화판이다.

[영화 ‘끝까지 간다’ 포스터. 사진 =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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