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김현수 둘러싼 복잡미묘한 상황, 최종선택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과연 김현수의 내년 행선지는 어디일까.

프리미어12가 끝났다. 이젠 FA 정국이다. 이미 FA와 전 소속팀의 우선협상기간에 돌입했다. 22명의 FA 중 가장 관심이 높은 건 역시 김현수. 그는 다른 FA들에 비해 상황이 복잡미묘하다. 해외진출이라는 결정적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포스트시즌, 프리미어12기간 내내 자신의 내년 거취에 대해 함구했다. 두산과 대표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는 대회 막판 조심스럽게 해외진출에 대한 소망을 내놓았다. 22일 김포공항 귀국장에서도 "에이전트에게 다 맡겨놓았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메이저리그 팀)으로 보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의리와 배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이대호 박병호 손아섭 황재균 등과는 상황이 다르다. 포스팅시스템이 필요 없는 완전한 FA다. 똑같은 신분의 이대호는 일본에서 엄연히 외국인선수 신분이라 소프트뱅크와의 계약이 끝나자 깔끔하게 결별을 선언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좀 다르다. 그는 해외진출의 '조건'을 앞세웠다.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국내에 남을 수도 있다는 의미. 홀가분하게 '도전'을 얘기한 이대호와는 달랐다.

그럴 수밖에 없다. 두산은 김현수를 키워준 구단이다. 공식적으로는 FA가 된 순간부터 두산 소속이 아니지만, 김현수로선 그런 두산을 매몰차게 등지고 무조건 메이저리그로 가겠다고 말하는 건 쉽지 않았다. 또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자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명확히 파악한 건 없다. 에이전트를 통해 접촉 과정을 듣고만 있는 상황. 그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국내에 남는다면 다른 팀에는 못 갈 것 같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될 경우 두산에 남겠다는 뜻이다.

이미 두산은 김현수 눌러앉히기 작업에 들어갔다. 대만과 일본에 김태룡 단장, 김승영 사장이 나타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프리미어12에 참가한 두산 선수들 격려가 이유였지만, 아무래도 김현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박용만 회장, 박정원 구단주 등 구단 수뇌부는 김현수를 붙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현수로선 거취 결정과는 별개로 그런 구단의 정성이 고마운 것 또한 사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김현수가 해외진출에 실패한다면 두산에 남을 확률은 99.9%다. 두산과 김현수는 서로 의리와 배려를 베풀고 있다.

▲우선순위는 ML

당연히 우선순위는 메이저리그다. 아직 미국 언론에서 김현수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야구관계자들에 따르면 김현수에 대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수는 일본진출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기본적으로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우선이다. 그는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라고 했다. 주전 혹은 주전급 외야수로 뛸 수 있는 조건과 계약규모를 제시하는 팀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사인하겠다는 뜻이다.

김현수와 메이저리그 구단의 협상에는 마감일 혹은 기간의 제약이 없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전통적으로 이름 값, 몸 값이 높은 선수들부터 행선지를 결정했다. 에이전트로선 최대 고객의 업무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게 당연하다. 아무래도 김현수 계약은 그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김현수로서도 좋은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긴 호흡도 필요하다.

더구나 22일부터 28일까지는 FA와 전 소속구단의 협상기간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한국의 FA시장 일정과 특성을 다 알고 있다. 김현수도 일단 두산과의 우선협상에 임해야 한다. 물론 이때 사인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 입장을 표명했을 때부터 우선순위는 두산이 아니었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할 경우 12월 6일부터 내년 1월 15일 사이에는 언제든지 두산과 다시 접촉할 수 있다. 당연히 두산도 그 시나리오를 희망하고 있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상 28일까지의 우선협상기간에 그를 붙잡을 명분은 없다.

이처럼 김현수를 둘러싼 상황과 환경은 복잡미묘하다. 그의 역량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났다. 김현수는 2016년에 어느 팀 유니폼을 입을까. 선택은 오로지 김현수의 몫이다.

[김현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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