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정지석 "기복없이 오래 남는 선수 되고파" [창간인터뷰]

[마이데일리 = 용인 지승훈 수습기자] 대한항공 막내 정지석이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7승 4패)는 올 시즌 2라운드 현재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8승 3패)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시작전 배구 전문가 11명 중 9명으로부터 우승후보로 뽑혔다. OK저축은행(승점 24점)에 승점 2점 뒤진 상태다. 최근 3연승 뒤 1패가 아쉬움을 남긴다.

그 가운데 대한항공 정지석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1995년생인 정지석은 2013~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정지석은 송림고 졸업 후 바로 프로무대에 발을 들였다. 이후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U-23 국가대표로 발탁 돼 맹활약하기도 했다. 국내무대 뿐만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0~2011시즌 V리그 정규리그 우승한 바 있다. 이후 시즌 기록을 보면 대한항공은 우승권과 점차 멀어지는 듯 했으나 지난 시즌 KOVO컵에서 우승하며 다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정규리그를 4위(18승 18패)로 마쳐 아쉬움을 남겼다. 그 가운데 막내 정지석은 꾸준히 성장했고 팀내 선배인 곽승석을 위협하는 주전 레프트로 자리매김했다.

마이데일리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대한항공의 떠오르는 레프트 정지석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기자는 지난 20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대한항공 훈련장에서 정지석과 만났다. 정지석은 시종일관 진지한 눈빛으로 배구에 대한 철학과 포부를 드러내며 ‘팀 퍼스트’를 강조했다. 다음은 정지석과의 일문일답.

-프로 3년 차, 어린나이에 주목을 받고 있는데.

"못 느낀다고는 할 순 없다. 사실 나이가 어린 게 부담도 됐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매 경기 감독님은 '괜찮다'고 해주시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나오라'고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어린 나이가 무기라고 생각한다. 향후 더 성장할 수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최근 팀이 3연승 중인데 어떤 점이 주효했다고 보나.

"(신)영수형, (김)학민이형 등 선배들이 다른 팀에 비해 잘한다고 생각한다. 기록만 봐도 나쁘지 않고 개인 기량도 뛰어나다. 올 시즌 2연패를 당할 때도 흔들리지 않고 다 함께 응집하는 부분이 보였다. 경기 후 서로 대화를 많이 한다. 팀워크를 중요시하고 남 신경 쓰지 말고 우리만 잘하면 성적은 잘 따라올 것으로 본다."

-외국인선수 마이클 산체스와 호흡은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산체스가 잘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본인도 힘들어했다. 이후 다시 페이스를 찾고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리시브만 잘 받쳐준다면 산체스의 공격이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

-팀 선배들에게 어떤 점을 배우나.

"먼저 (곽)승석이 형 믿고 열심히 경기에 임하고 있다. 경기 밖에서는 팀에서 막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배들도 기를 살려주는 편이다. 승석이 형에게는 특히 수비를 많이 배운다. 학민이 형, 영수 형은 나이가 있는데도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셔서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경기 외적으로도 배구선수로서 도움이 많이 된다. 서로 견제하는 건 없다. 주전 자리가 욕심이 나긴 하지만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선배들도 내 실수 하나하나 지적해주신다. 좋은 선배들을 만나 운이 좋다."

-대학에 입학했다면 이후 신인드래프트 1순위도 노려볼 만 했을 텐데.

"동기들이 2년 뒤에 프로로 온다. 사실 대학교 가서도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물론 1순위라는 타이틀이 욕심나긴 하지만 지금 잘되고 있는 것 같아 만족한다. 아쉬움은 있지만 털어버리려고 한다."

-23세 이하(U-23) 아시아, 세계선수권대회서 무엇을 느꼈나.

"다른 국가는 시스템이 체계적이고, 배구가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대회 시작 전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다. 대표팀 소집 기간도 길지 않아 결속력이 조금 부족했다. 멘탈과 높이 싸움에서 진 것 같다. 높이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는 수비형, 공격형을 나누는데 외국은 그렇지 않다. 높이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경기 흐름을 읽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겼다. 기술을 떠나 전체적인 경기 흐름이 보였던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지난 시즌 KOVO컵 우승, 젊은 나이에 프로 대회 우승이라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KOVO컵전에 연습경기를 다 지거나 좋지못한 경기력을 보여 우승할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못했다. ‘나가서 1승만하자’는 마음으로 했다. 우승까지 시합을 하면서 점차 팀 분위기가 좋아졌던 것 같다. 힘들었던게 싹 잊혀졌고 뭐든지 이기는 게 최고인거 같다."

-데뷔 3년차, 과거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세터 (한)선수 형이 잘해주신다. (공을) 올려주시면 책임지고 때리려 한다. 자신감이 생겼다. 개선해야 할 부분은 멘탈이다. 선배들이 존경스러운 게 흔들릴 수도 있을 때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대단하다. 나는 범실을 하면 계속 생각하는 편이다."

-주로 어떤 훈련을 하나.

"서브머신을 가지고 서브 연습을 많이 한다. 생각보다 받기가 힘들어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어 블로킹과 서브리시브를 연습한다. 1, 2년차때는 어려운공을 피해 연습했는데 이제는 책임지고 ‘이거 하나만 받자’는 마음으로 리시브 연습을 하고 있다."

-경기 중 흔들릴 때는 어떻게 풀어가는지.

"1, 2세트 초반에 안되면 헤어나오지 못 할 때가 있다. 리시브가 안되면 공격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후 서브도 감이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흔들린다. 그렇게 되면 감독님 지시를 따른다. 감독님은 '네가 오늘은 리시브만 신경 써주면 (한)선수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고 조언해주신다."

-쉴 때 주로 무엇을 하나.

"쉴 때는 보통 노래를 듣거나 영화를 본다. 게임은 좋아하지 않아서 잠을 많이 자는 편이다. 친구들이 대학생이라 나가서 놀고 싶긴 하다. SNS를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

-아버지가 배구 심판 출신이다.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됐는가.

"경기 끝나면 항상 문자로 피드백을 해주신다. 너무 감사드린다. 한 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대한항공 경기를 본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가 '너도 고3이니까 내년이면 저기서 뛸거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이 현실이 돼서 너무 신기할 따름이다. 롤 모델이기도 했고, 선수 은퇴 후 방향도 알려주시니 감사하다."

-(선수 중)롤모델을 뽑자면.

"어릴때 현대캐피탈을 좋아했다. 숀 루니를 보기위해 라커룸까지 가게된 적이 있다. 우연히 후인정선배를 보게 됐는데 사인해주면서 ‘꼬마야 사인해 줄테니까 나중에 밖에서 보자’라고 말씀해주셨다. 이후 지금까지 경기하시는 걸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변함없는 꾸준한 선수라는 게 정말 본받고 싶은 부분이다."

-이번시즌 목표와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이 우승해서 우승멤버가 되고싶다.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싶다. 부상없이 묵묵히 궂은일하는 선수가 될 것이다. 수비쪽에서 리베로보다는 잘하기는 쉽지 않지만 레프트 중에서 만큼은 잘하고 싶다. 앞으로 항상 기복없이 오래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배구 자체를 오래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대한항공 점보스 정지석. 사진 = 용인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지승훈 기자 jshyh0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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