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스타 이성용' 동현배, 태양 형 말고 진짜 배우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파이팅이 넘쳤다. 배우 동현배(32)는 에너지 가득했고, 타고난 끼도 다분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의 입담도 매력을 더했고, 그 에너지가 무대 위 그를 더욱 궁금하게 했다.

동현배는 지난 3년간 부침의 시간을 겪었다. 특유의 파이팅을 잃은 것만 같았고, 배우의 길이 진짜 자신의 길인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믿음은 저버릴 수 없었다. 힘든 시간을 참고나니 저절로 기회가 왔다.

동현배의 기나긴 슬럼프를 깨트려준 것은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이었다. 9월 중순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연습 후 다른 분야에서도 동현배를 찾았다. 한번 물꼬가 트이니 길었던 어둠의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대를 통해 에너지도 되찾았다.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은 아무런 꿈도 목표도 없는 이 시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이성용이 우연히 액션스쿨에 다니게 되면서 액션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극중 동현배는 꿈이 없는 백수건달 이성용의 친구이자 액션이 삶의 전부인 장철구 역을 맡았다. 동현배는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꿈도 다시 찾아갔다.

"본의 아니게 3년을 쉬었어요. 자의적도 아니고 타의적도 아니었고 쉬게 됐죠. '어떻게든 살아보자' 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그만둬야 하는 시기가 왔나보다' 싶었어요. 장사를 하자는 사람도 있었고, 지금이 다른 걸 해야 하는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았어요. 연기도 많이 쉬었고.. 그러다 일을 봐줬던 형이 '연극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니?'라고 제안했죠."

평소 액션을 좋아하는 동현배는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에 흥미를 느꼈다. 연극 무대가 익숙하지 않아 부담도 됐지만 다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끌어 올랐고, 작품도 재밌었다.

동현배는 "연기를 오래 쉬다보니 카메라 앞에 다시 선다는 게 너무 무서웠는데 오히려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며 "연극을 하면서 감각을 다시 살리고 싶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이야기라 더 좋았다"고 밝혔다.

"사실 이성용 역도 하고 싶었는데 강두원 역이랑 붙잖아요. 근데 강두원은 키 크고 멋있는 역이에요. 가슴 아프게도 전 저를 잘 알아요.(웃음) 제가 강두원 역과 서면 뭔가 그림이 별로일 것 같았어요. 장철구는 달랐죠. 철구는 '나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슷한 점도 많고 포기하지 않는 남자라는 게 공감이 갔어요."

그렇게 장철구가 됐다. 이성용 역과 장철구 간의 관계를 고려하고, 장철구 개인의 이야기에도 집중했다. 고민을 거듭해 장철구를 순수한 아이로 표현하기로 했다. 이성용 옆에서 극 전체 흐름을 잘 조율하는 장철구가 되고 싶었다. 그럴수록 더 장철구를 세심하게 바라보게 됐다.

"철구는 이소룡을 좋아해서 절권도를 배웠잖아요. 저도 단지 연기 하나 좋아서 이 길에 뛰어들었어요. 철구도 포기하지 않는 남자, 정대만 같은 '불꽃남자'잖아요. 저도 그래요. 철구한테는 이소룡과 절권도에 관해서는 건드리면 안돼요. 저도 친구들이 연기적으로 건드리면 '네가 연기를 알아?' 이러거든요.(웃음) 그런 면이 비슷한 것 같고 철구는 정말 순수하게 풀어내는 아이죠."

장철구와 자신의 비슷한 지점을 찾게 되니 공감도 갔다. 그는 "사실 철구를 연기할 때 나만의 파이팅이 없어진 것 같아 나답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뒤 "하지만 최근에 해결이 됐다. 내가 내려놓지 못했던 거다. 내려 놓으면 끝날 것을.."이라고 고백했다.

"뭔가 내가 답답해지기 싫어서 연습 끝나고 혼자 한강에 새벽 4시까지 있었어요. 맥주 한 캔 딱 놓고 '이것만 마시자' 하고 계속 강만 바라봤죠. 그 도토리묵 같은 강만 보고 있다가 딱 내려놨어요. '뭐 하려고 하지마'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사실 제가 하고싶은대로 철구를 연기하면 너무 극 전체가 무너지게 되고, 그렇다고 그렇게 안 하면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계속 고민했거든요. 근데 뭔가를 하려는 생각을 버리자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무대에서 더 편해지더라고요. '이제 놀고 있구나' 느꼈죠."

무대가 편해지니 에너지도 다시 생겼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도 되찾았다. 역시 연기만이 자신이 걸어갈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현배는 끼는 많았지만 배우의 길을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 전교 부회장, 전교 회장을 거쳤고, 고교평준화가 아니었던 의정부에서 소위 '알아주는' 의정부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 때 전교 회장은 물론 성적도 상위권이었던 그는 그렇게 공부의 길을 갈 줄만 알았다.

그러나 웬걸,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시험에서 충격을 받았다. '이 정도면 10등 안엔 들겠지' 생각할 정도의 점수를 받았지만 그보다 높은 점수의 친구들이 많았다. '승산이 없다. 어떻게 이겨. 난 맨날 공부하긴 싫어'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고, 첫 시험을 보자마자 공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빠른 판단이었다. 어머니께 바로 말했고 '꼴등만 하지 말아라'라는 답을 들었다. 그 때부터 시외 활동으로 밴드부를 시작했다. 보컬을 맡아 무대를 처음 경험했고, 제1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진짜 픽션 하나도 안 붙이고 의정부 시내를 못 돌아다닐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웃음) 그룹명이 스케치였는데 제가 14기였는데 부흥시켜줬죠. 팬카페 회원이 엄청 늘어났고, 졸업공연에서는 1800명 정도가 왔어요. 진짜 의정부 돌아다니면 '동현배다!' 이러면서 줄줄 따라오고. 음악선생님 차를 타고 다녔는데 팬들 때문에 본네트 찌그러지고 그랬어요. 의정부의 문화 대통령이었다니까요. 하하. 다신 오지 않을 것 같은 전성기지만..(웃음)"

솔직히 노래는 못했다. 음치라고 해도 무방했다. 첫 음을 못 잡아 노래 시작 전에는 꼭 음을 잡아줘야 했다. 그래도 첫 무대에서 동현배는 관객들을 뒤집어놨다. 선생님은 반 포기한 상태였지만 동현배는 무대에서 심장이 뛰었다. 노래를 시작하자 좁았던 시야는 넓어졌다. 관객들 얼굴 표정 하나 하나가 다 보였다. 온갖 쇼맨십을 펼쳤고, 선생님도 깜짝 놀랄 무대 매너로 무대를 압도했다.

"저도 놀랐어요. 무대 체질이라는 걸 알았죠. 너무 재밌었어요. 반응도 즉각즉각 오니까 신나더라고요. 그때 밴드 활동을 하면서 만난 음악 선생님이 연극영화과를 추천해주셨어요. 어머니도 설득해주시고요. 조금 늦게 시작하긴 했는데 사실 연기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준비를 했죠. 역시나 대학교는 떨어졌고, 재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근데 그 때가 2002년이었어요. 월드컵인데 공부를 할 수 있나요? 또 파이팅 넘치게 즐겼죠.(웃음) 그러다가 뮤지컬을 처음 봤어요. '이거 해야겠다!' 싶었죠. 엄마와의 약속은 지키면서 연극영화과로 전과할 수 있는 학교에 입학했어요."

그렇게 동현배의 대학 생활이 시작됐다. 입학은 경제학과로 했다. 집중 받는 걸 좋아하다보니 경제학과를 평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티부터 자신을 각인시켰다. 체육대회에서 응원상을 이끌기도 했다. 과의 스타가 됐다. 그러나 공부도 놓치지 않았다. 1년 내내 과탑을 했다. 화려하게 경제학과를 평정한 이후 연극영화과로 전과했다.

"사실 처음엔 연극영화과 적응이 힘들긴 했어요. 가니까 저 같은 애들이 많은 거예요. '어떻게 이길까' 싶었죠. 고맙게도 동기들, 선후배들이 많이 챙겨줬어요. 다시 살아났죠. 저를 각인시키려고 어딜 가든 '동현패 파이팅!'을 무조건 외쳤어요.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터닝포인트를 맞았어요. 퇴근하고 연습에 몰두했죠. 이후 레슨을 처음 받게 됐어요. 그 때가 연기에 대한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27세에 처음으로 레슨을 받았다. 쓸모 없는 에너지를 버리고 차분해지는 법을 배웠다. 이후 현장 경험을 하고 차근차근 연기를 배워 가면서 버티는 법도 배웠다. 놀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정신이 바짝 들기도 했다.

사실 동현배는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 태양(본명 동영배)의 친 형이다. 그러나 이를 내세우지도, 굳이 알리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본인의 길을 갈 뿐이다. "버텨라"라고 조언하는 스승에게서 "네 동생처럼 될 것 같아? 절대 안돼"라는 말을 들으며 비교 되기도 했지만 '버티는 것'에 더 집중했다. 동생은 일적인 부분에서 비교되는 사람이 아닌, 든든한 형제애를 느끼게 하는 존재다.

"동생이 태양이라고 해서 신경 쓰이거나 하진 않아요. 단 한가지, 나를 포장하는 게 싫죠. 그냥 동현배로 보는 게 아니라 태양의 동현배로 보니까.. 그냥 쿨하게 넘기긴 하는데 신경 쓰일 때도 있더라고요. 일적으로 거리를 두지도, 신경을 쓰지도 않아요. '넌 너고 난 나니까 알아서 할게. 정말 어려울 때 한 번 도와줘'라고 하는 정도?(웃음) 동생이 고마운 게 공연 한다고 하니까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TV 프로그램에 같이 나와서 이슈가 되는 것도 좋지만 그건 더 '태양 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되는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연예인 아닌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너무 고마웠죠."

동생의 말대로 동현배는 슬럼프를 딛고 진짜 배우가 되려한다. 지금도 오로지 공연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무대에서 제대로 놀지 못한다는 생각에 쑥스럽고 창피한 감정을 처음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무대에서 더 놀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고민도 많이 하게 했고, 한단계 성숙해지게 해줬다.

"별 다섯개 중에 두개 반 정도까지 성장한 것 같아요. 그 빈 곳은 무대에서 채워야겠죠. '액션스타 이성용'을 하면서 다시 초심이 생겼어요. 3년 동안 쉬면서 잃었던 초심이요. 연기 처음 했을 때 열정들이 다시 나오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계속 갖고 나갈 거예요. 늘 언제나 진정성 있게 얘기하는게 어렵지만 그렇게 다각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파이팅!"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 공연시간 90분. 오는 2016년 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지구인씨어터. 문의 1661-4975.

[배우 동현배.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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