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지트’, 나이트 샤말란의 호러 DNA는 살아있다[MD리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호러는 적은 예산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르다. 이제 한물 갔다는 평가를 들었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5명의 배우,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웃음과 공포가 공존하는 홈타운 호러를 만들었다. 나이트 샤말란의 호러 DNA는 여전히 살아 있다.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 베카(올리비아 데종)와 래퍼 지망생인 남동생 타일러(에드 옥슨볼드)는 엄마가 여행을 떠난 사이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외할아버지(피터 맥로비)와 외할머니(디애너 듀나건)를 만나러 펜실베니아의 시골 농장을 찾는다. 남매는 즐겁게 놀고, 마음껏 먹고, 하고 싶은 대로 뭐든지 다하라는 외조부모의 말에 행복감에 젖는다. 그러나 단 한가지 규칙이 있다. 밤 9시 30분 이후엔 절대 방에서 나오지 말 것.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현대판 ‘헨젤과 그레텔’을 다크 코미디와 호러 스타일로 버무렸다. 남매가 낯선 공간에서 맞닥뜨리는 위험을 1인칭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하는 이 영화는 노인/아이, 도시/시골의 간극 차이에서 오는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섬뜩한 공포를 남매의 시각으로 담아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벌어지는 이야기를 요일별로 나눠 점점 긴장감을 높이고, 외조부모의 정체를 극 막판까지 숨기는 전략으로 궁금증을 유발한다. 처음엔 노인들이 흔히 겪는 야간 발작증으로 이해했던 남매가 무서운 진실과 마주하는 대목은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만든다.

‘더 비지트’는 일종의 성장영화로도 읽힌다. 남매의 아빠는 스타벅스 직원과 바람을 피우다 어느날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베카는 거울을 볼 수 없고, 타일러는 결벽증에 걸렸다. 남매는 낯선 공포를 겪으며 상처를 극복한다. 때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아픔이 치유된다.

[사진 제공 = UPI]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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