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 투수변신? 고개 내민 NC의 PS 깜짝카드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타율 .326 28홈런 135타점 23도루를 올린 '간판타자'가 마운드에 올랐다. NC의 '비밀병기'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한창 열리고 있던 지난 13일, 이미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NC는 창원 마산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을 열었다. N팀과 C팀의 대결로 N팀 선발투수는 재크 스튜어트가 등장하고 김종호-박민우-이종욱-테임즈-나성범-이호준-지석훈-노진혁-김태군으로 이어진 선발 라인업을 내놔 실전을 방불케하는 일전을 벌였다.

이날 경기는 8회까지 실시했다. N팀이 7-5로 앞선 8회초 2아웃. 이때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다름 아닌 나성범이었다. 나성범이 프로에 들어와 타자로 전향한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 그가 타자로 전업한 후 마운드에 오를 일이 없었던 건 당연했다.

'깜짝 투수'로 변신한 나성범은 '예비역 기대주' 강구성과 상대했다. 초구 139km 직구를 던져 가볍게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2구째는 볼이었으나 141km 직구로 구속을 높였다. 3구째 던진 공의 스피드는 142km. 역시 직구였다. 그러자 강구성의 방망이가 반응했다. 타구는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됐고 경기는 N팀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나성범이 세이브를 기록했다.

아무리 연습경기라지만 나성범의 등판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포스트시즌을 위한 점검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경문 NC 감독의 코멘트 역시 흥미롭다. 김 감독은 나성범의 '등판'을 두고 "우리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준비하겠다. 팬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물론 NC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나성범의 등판 없이 기존 투수진 만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하는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포스트시즌은 연장전에 돌입하면 15회까지 갈 수 있다. 연장 12회 승부로 제한된 정규시즌과 다르다. 게다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보듯 연일 시소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투수진이 빨리 소모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포스트시즌 자체가 정규시즌과 다른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에이스급 투수의 휴식을 짧게 가져갈 수도 있고 선발급 투수의 계투 등판 역시 가능하다. 어느 상황에 변칙 승부수가 나올지 모른다. NC에서 믿고 내보낼 만한 좌완 계투는 임정호 정도다. 올해 NC 계투진에 합류한 임정호는 아직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다.

그렇다고 나성범의 등판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투수로서 프로 무대에서 검증된 바 없고 파워, 어깨, 스피드를 갖춘 팀의 중심타자이기에 공격, 수비, 주루에서 해야 할 역할이 크다. NC에게 아주 극한 상황이 닥친다면 꺼낼지도 모르는 카드다. 이런 점에서 NC가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벌써 NC의 포스트시즌은 그렇게 출발을 알렸다.

[나성범이 타격 도중 방망이가 날아가 깜짝 놀라고 있다.(첫 번째 사진) 나성범이 자체 청백전에서 투수로 등판, 투구하고 있다.(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NC 다이노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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