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두산·넥센 불펜, 서로 다른 고민과 반전 가능성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서로 다른 고민이 있다.

2년만에 준플레이오프서 다시 만난 두산과 넥센. 두 팀의 아킬레스건은 마운드다. 타선에 비해 마운드에 약점이 있다. 특히 중간계투진에 빈틈이 보인다. 두산은 불펜 평균자책점 5.41로 9위에 머물렀다. 넥센은 두산보다는 좋았지만, 4.90으로 6위였다. 두산과 넥센 모두 이 부분에 대한 약점을 메워내지 못할 경우 플레이오프행을 단언할 수 없다.

두 팀의 불펜진을 파고 들면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두산은 활용 가능한 자원은 많은데 박빙 상황서 1점 리드를 지켜줄 확실한 메인 셋업맨이 없다. 시즌 내내 이 부분이 골칫거리였다. 넥센은 절체절명의 승부처를 극복할 확실한 카드는 있지만, 전체적인 양에서는 두산보다 부족하다.

▲메인 셋업맨 찾기

두산 필승계투조는 시즌 내내 불안했다. 부상, 부진으로 시즌 중 계속 수정됐다. 무게감이 떨어지면서 야수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이현승이 손가락 부상을 딛고 돌아온 뒤 마무리로 자리매김하면서 후반기에 약간의 안정감을 찾았다. 하지만, 이현승 역시 마무리 경험은 처음이었다. 더구나 확실한 메인 셋업맨을 찾지 못하면서 시즌 막판 전체적인 무게감은 다시 떨어졌다.

시즌 내내 가장 꾸준한 투구를 했던 투수는 좌완 함덕주. 기복이 있었지만, 1년 내내 자신의 세부 역할을 꾸준히 수행한 유일한 불펜요원. 그러나 노경은이 부상과 부진, 개인사로 보직을 옮겨 다녔고, 김강률은 시즌 초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아웃됐다. 마무리로 시즌을 출발한 윤명준은 9월 좋아졌으나 박빙 승부에서 확실히 밑고 맡길 정도는 아니다. 후반기 함덕주와 함께 이현승에게 리드 상황을 넘겨준 투수는 오현택이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 급격한 난조로 세부적 역할이 조정됐다. 함덕주도 메인 셋업맨으로서 포스트시즌 첫 경험인 걸 감안하면 사실상 포스트시즌서는 불펜 운영 방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노경은의 시즌 막판 페이스가 매우 좋았다. 빠른 공을 갖고 있는 노경은은 포스트시즌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고질적인 제구 난조가 불거질 경우 효율성은 떨어진다. 현 시점에선 노경은에게 신뢰를 보내는 것이 최우선 대안. 선발진에서 1명을 불펜으로 돌릴 수 있는데, 앤서니 스와잭은 기복이 있었다. 롱 릴리프로 활용 가능한 허준혁과 진야곱의 쓰임새가 관건이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중 개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기민하게 역할 조정을 하는 방식에 능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서도 그런 식으로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 하루아침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 물론 전체적인 안정성이 떨어지고 실패할 경우 팀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반대로 전체적으로 좋은 흐름을 탈 경우 2년 전 포스트시즌처럼 예상 외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조상우를 어떻게 돕나

넥센 불펜은 물량 자체가 많이 달린다. 염경엽 감독은 2013년 한현희, 2014년 조상우를 필승계투조에 편입, 마무리 손승락 앞에 내보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확실한 셋업맨을 발굴하지 못했다. 한현희를 선발로 돌리면서까지 김대우, 김영민을 전문 불펜요원으로 육성시켰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결국 한현희는 후반기에 필승계투조로 복귀했다.

여기에 올 시즌 마무리 손승락의 전체적인 안정감이 약간 저하됐다. 빠른 볼이 돋보이는 손승락은 23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했으나 8월에는 1세이브 3패 평균자책점 11.57이었다. 9월 휴식을 줬지만, 이후에도 예전의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결정적으로 10월 1일 한화전서 1이닝 2실점으로 흔들렸다. 정황상 염 감독은 이때 포스트시즌에 손승락을 붙박이 마무리로 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결국 염 감독은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불펜을 상황에 따라 운영하겠다고 했다. 손승락을 붙박이 마무리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미. 단판승부라 어차피 마운드 보직에 의미는 없었다. 실제 염 감독은 그 경기서 손승락을 7회 2사 두 번째 투수로 내세웠다. 7회를 마친 손승락은 8회 선두타자 이재원에게 우전안타를 맞자 곧바로 교체됐다. 대신 구위와 최근 페이스가 가장 좋은 조상우에게 3이닝을 맡겼다. 그리고 한현희가 마무리하는 방식. 경기가 연장전으로 접어들면서 한현희가 투입 됐을 뿐, 실질적으로 조상우가 마무리였다. 물론 염 감독은 이들 개개인의 사기를 감안, 조상우를 마무리로 못 박지는 않았다.

넥센 불펜은 물량공세가 가능한 두산과는 달리 필승계투조와 추격조의 기량 차이가 더 크다. 승부처에서 가동할 수 있는 투수가 많지 않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경기로 끝냈고, 이틀 휴식을 취했지만, 최대 5경기를 치러야 하는 준플레이오프는 상황이 다르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연투 혹은 투구수 관리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조상우를 도와줄 수 있는 확실한 셋업맨이 필요하다. 손승락과 한현희가 그 역할을 맡겠지만, 아무래도 불안한 부분은 있다. 매 경기 접전에 연장승부가 나올 경우 부족한 물량이 독이 될 수 있다.

[이현승(위), 조상우(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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