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 2R, 판도 뒤흔들 세 가지 변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라운드가 시작됐다. 예상대로 판도가 요동칠 조짐이다.

대표팀 멤버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3쿼터에는 외국선수 2명을 동시에 기용할 수 있다. 6~7일 1라운드 잔여 2경기는 물론, 8일 KT-KCC전서 변화의 물결이 요동쳤다. 각 팀 별 전력 변화 및 조정은 리그 순위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상됐던 장면도 나왔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 시점에선 시즌 초~중반 순위판도에 크게 세 가지 정도의 변수가 존재한다.

▲공간활용

일단 대표팀에서 돌아온 선수들은 비 시즌 소속팀에서의 훈련 기간이 길지 않았다. 더구나 새 외국선수들과는 전혀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그런 상황서 갑작스럽게 실전 투입이 이뤄졌다. 객관적 전력은 강해졌지만, 세부적으로는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특히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의 주요 활동 지역이 골밑일 경우 외국선수들과의 동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삼성은 7일 KGC와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문태영의 삼성 데뷔 첫 경기였다. 리카르도 라틀리프, 김준일과의 첫 실전호흡이기도 했다. 문태영은 포워드지만 슛 거리가 길지 않다. 자유투라인에서 3점 라인 안쪽, 즉 퍼리미터에서 주로 활동한다. 전략적으로 하이-로 게임을 펼치는 라틀리프-김준일과의 동선이 몇 차례 겹쳤다. 문태영은 후반 초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큰 문제는 아니다. 세 사람의 센스가 워낙 좋다. 이상민 감독도 "실전서 호흡을 맞추면서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더구나 문태영은 모비스에서 라틀리프와 3년간 같이 뛰었다. 영리한 문태영이 최대한 외곽으로 나가서 슛을 던지는 등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분명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 빅맨들을 보유한 팀이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3쿼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KCC는 8일 KT전서 3쿼터에 하승진, 안드레 에밋, 리카르도 포웰이 동시에 뛰었다. 그러나 세 사람의 효율적인 협력 플레이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에밋과 포웰은 포워드지만 점프슛보다는 돌파를 즐기는 타입. 이들이 골밑 돌파를 할 때 상대의 협력수비에 하승진과 에밋, 포웰 모두 숨통을 트지 못했다. 에밋이 2쿼터에 돌파 후 하승진에게 절묘하게 어시스트한 장면이 있었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대표팀을 맡았던 김동광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의 기본적인 농구 센스를 칭찬했다. 결국 시간이 약이다. 김종규가 가세한 LG, 윤호영이 가세한 동부, 이승현이 가세한 오리온 모두 외국선수들과의 동선 정리 작업은 필요하다.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전력 강화로 이어지게 돼 있다.

▲외국선수들의 호흡

또 하나의 변수는 외국선수들의 호흡. 3쿼터에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뛰면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자체적으로 훈련할 때 이미 호흡을 맞춰왔지만, 실전은 또 다르다. 1라운드서 주로 벤치만 덥혔던 단신 외국선수들의 진가가 이 부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올 시즌 단신 외국선수들의 기량은 대체로 좋다. 볼거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KT는 8일 KCC를 상대로 의외로 3쿼터에 압도했다. KCC가 하승진, 에밋, 포웰을 동시에 투입하면서 미스매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니었다. KT는 준비된 협력수비로 KCC의 골밑 강화를 최대한 억제했다. 공격에선 마커스 브레이클리와 코트니 심스의 2대2 게임이 매우 위력적이었다. 심스가 브레이클리에게 스크린을 걸어주면 브레이클리가 공간을 만든 뒤 골밑으로 들어가는 심스에게 절묘하게 패스, 심스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심스는 3쿼터에만 16점을 퍼부었다. 이 부분에서 브레이클리의 재능은 눈에 띄었다. 힘이 좋아 골밑 수비도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는데다 패스 센스도 좋았다. 외국선수 2명 동시 출전 첫 경기서 단신 외국선수의 새로운 진가를 확인했다. 반대로 KCC는 공수에서 완벽히 허를 찔렸다. 단신 외국선수의 재능을 극대화하는 팀이 유리하다는 게 증명됐다.

▲국내선수 활용

우려도 현실화됐다. 8일 KT-KCC전서는 국내선수들이 예상대로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KT는 브레이클리와 심스의 2대2에 경기 초반 신들린 듯한 외곽슛 감각을 선보였던 이재도,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의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KCC도 KT의 철저한 지역방어와 협력수비에 에밋과 포웰의 연계플레이가 눈에 띄지 않으면서 하승진 이점을 거의 활용하지 못했다.

이 부분은 외국선수 2명 동시 출전이 결정됐을 때부터 농구관계자들이 우려했다. 2라운드는 단 1경기만 진행됐다. 경기를 치르면서 국내선수들의 활용폭을 찾을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외국선수에게 의존, 공격루트 단순화를 단기간에 해결한다는 보장은 없다. 국내선수들과 외국선수들의 객관적인 기량 차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 이 부분에 대한 장, 단점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감독들의 역량이 화두에 올랐다.

[브레이클리와 포웰(위), 브레이클리와 에밋(가운데), 문태영과 라틀리프(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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