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문태영, 복귀전서 드러난 존재감과 명암

[마이데일리 = 안양 김진성 기자] 그들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명암은 엇갈렸다.

7일 안양체육관. KGC 이정현과 박찬희, 삼성 문태영이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첫 경기를 치렀다. 부상 중인 박찬희는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대신 이정현과 문태영이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소속팀 KGC와 삼성의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KGC가 승리하면서 이정현이 문태영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먼저 삼성, 문태영이 가세하면서 골밑의 리카르도 라틀리프, 김준일과 삼각편대를 구성했다. 물론 문태영이 센터는 아니다. 그러나 리바운드 가담이 좋고 주 활동 무대가 하이포스트 부근이다. 때문에 하이 로 게임을 전략적으로 실시하는 라틀리프, 김준일과의 동선 조정이 관건이었다. 이상민 감독은 "그게 좀 문제다.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해결해나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문태영은 임동섭 대신 1쿼터 3분3초만에 코트에 들어섰다. 특유의 미드레인지 슛과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이 돋보였다. 상대적으로 국가대표팀에선 소극적인 모습이었지만, 이날은 예전 모비스 시절 그 모습 그대로였다. 라틀리프, 김준일과의 효율적인 공간 활용으로 화력이 배가됐다. 2쿼터 중반까지 삼성이 KGC를 압도했다.

그러나 이후 이정현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KGC는 불법도박, 대표팀 차출에 자체적으로 부상자까지 많았다. 그동안 자신들이 발휘할 수 있는 전력의 최대치와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김승기 감독은 "일단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 늘어나서 다행이다. 다만 정현이고 그렇게 좋은 몸 상태는 아니다. 대표팀에서 많은 시간 뛰지 못하면서 게임체력이 완벽히 올라오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그런데 이정현은 2쿼터 중반 이후 눈에 띄게 활동량이 늘어났다. 일단 수비에서부터 삼성 주희정, 이시준 등을 커버하는 등 폭 넓게 움직였다. 허슬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삼성의 외곽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수 차례 외곽포를 터트렸다. 특히 2쿼터 막판 연이어 8점을 퍼부으며 승부의 추를 완벽하게 KGC로 돌려놨다. 이때 문태영은 상대적으로 잠잠했다.

후반전에도 계속 KGC의 흐름이었다. 이정현은 여전히 이상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공수에서 공헌도가 매우 높았다. 외곽포, 돌파뿐 아니라 이시준을 상대로 포스트업 득점까지 올렸다. 확실한 득점원을 얻은 KGC의 경기력은 올라갔다. 반면 문태영은 3쿼터 시작하자마자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는 수비를 하다 테크니컬파울을 지적 받았다. 퍼스널 파울이었으나 파울 콜에 이의를 제기하며 흥분했다. 하지만, 문태영은 3쿼터 막판 심기일전, 연속 득점을 올려 다시 삼성 공격을 이끌었다.

16점차로 벌어진 상황. KGC의 흐름은 경기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이정현은 4쿼터 중반 내, 외곽을 오가며 신들린 듯한 슛 감각을 다시 한번 선보였다. 문태영은 의기소침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정현이 6분여를 넘기고 20점차를 만드는 3점포를 작렬하면서, 더 이상 승부는 의미가 없어졌다. 이정현과 문태영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문태영은 1쿼터가 전부였고 나머지 시간은 이정현이 주인공이었다. 득점과 수비, 리바운드 등 몸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결국 이정현은 3점슛 5개 포함 33점으로 올 시즌 한 경기 국내선수 최다득점을 올렸다. 문태영은 22점.

[이정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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