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안동시] 빌뱅이 언덕 아래 가장 외로운 집, 권정생 살던 집과 교회

'자발적 가난'을 실천한 권정생의 조그만 옛집과 선생처럼 외로웠던 그 집은 선생 사후에 사람들 발길이 더 잦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7번지. 1983년부터 세상을 떠난 2007년까지 아동문학가 권정생이 살던 집이다.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1946년에 외가가 있는 경북 청송으로 돌아왔지만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져 힘든 생활을 했다. 그때 얻은 결핵으로 평생을 시달렸다, 일은커녕 글쓰기도 힘들정도로 몸이 약했던 선생은 일직교회에서 내어준 문간방에 살면서 종지기로 정착한다.

주일이면 예배당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들려주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를 발표한 것이《강아지똥》이다. 이 동화로 월간《기독교교육》의 제 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었다.

1984년부터 교회 청년들이 그 동네에서 가장 외진 빌뱅이 언덕 아래 지어준 조그만 흙집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2005년 미리 쓴 유언장에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는 어린이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그리하여 추모 1주기에 '재단법인 권정생어린이 문화재단'이 만들어졌다. 안동 시내에 자리한 문화재단에 가면 선생의 유품이 몇 점 전시돼 있다.

흙집에서 교회까지는 10분도 안 되는 거리다. 예배당과 문간방, 두 건물 사이에 종탑이 정겹게 들어서 있다. 그는 추운 겨울에도 이렇게 말하며 시린 손으로 종을 울렸다고 한다. "새벽 종소리는 가난하고 소외받고 아픈 이가 듣고 벌레며 갈가에 구르는 돌멩이가 듣는데 어떻게 따뜻한 손으로 칠 수 있어"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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