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만의 고백' 전원주, '짠순이' 아닌 짠한 어머니였다 [MD리뷰]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전원주(77)가 46년 만에 비밀을 털어놨다. 그 비밀 한편에는 전원주가 왜 연예계 대표 '짠순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속내도 담겼다.

6일 방송된 EBS '리얼극장'에선 전원주가 아들 고재규(51) 씨와 중국으로 7박8일 여행을 떠났다. 모자는 그동안 고백하지 못했던 상처를 꺼내 마주했고, 결국에는 진한 사랑을 확인했다.

방송을 통해 전원주는 스물아홉 나이에 첫 번째 남편과 사별한 뒤 돌이 갓 지난 아들을 데리고 1969년 마찬가지로 아들 하나를 둔 남편과 재혼한 사실을 46년 만에 대중 앞에 고백했다.

당시 친정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혼했다는 전원주는 자신이 낳은 아들과 기른 아들 사이에서 충분한 사랑을 나눠 주지 못하고, 또 일에 치여 사느라 아들이 받았을 상처를 충분히 보듬어 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아들 고씨는 보수적인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배우였던 어머니의 재혼 사실을 밝힐 수 없던 상황과 새 아버지와 성씨가 달라 받아야만 했던 상처를 어머니 전원주에게 고백했다.

"왜 재혼하실 때 성을 못 바꿨냐?"고 물은 고씨는 "'왜 너희 아버지하고 너하고 성이 다르냐?' 하고 초등학교 1학년 애한테 물어보는데 그 순간이 너무 아찔했다. 남자로서 위축됐고 활발하지 못한 성격이 됐다. 다 극복하고 (지금은)행복한 상태니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전원주는 아들이 40여 년 만에 꺼낸 상처를 마주하고는 "평생 처음 들었다. 내가 지금 정신이 멍하다"며 놀란 표정이었다.

전원주 또한 아들에게 고백할 게 있었다. 재혼 후 새 아이를 갖지 않은 이유를 고씨가 조심스럽게 묻자 전원주는 "그렇게 가질 필요가 없었어. 당신 아이, 내 아이, 우리 아이까지 생기면 그 가정이 불행해"라며 "아버지는 계속 갖자고 하셨어. 하지만 내가 여섯 번을 유산했다"고 털어놨다.

고씨는 어머니 전원주에게 재혼 당시 자신을 함께 데리고 간 이유를 "어머니도 힘드시고 방해되시지 않았겠느냐"며 물었는데, 전원주는 "그건 아니야. 내가 낳은 자식은 내가 키워야지 왜 다른 사람한테 맡겨. 외할머니가 말리는 걸 울면서 반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 사는 옷도 몇 벌 없고 그렇다고 버리지도 않는 연예계 대표 '짠순이' 전원주지만 사실 이면에는 아들 고씨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재혼한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지내는 전원주를 걱정해 아들 고씨 부부가 2주에 한 번씩 찾아와 먹음직스럽게 상을 차려 전원주와 식사를 하는데, 전원주는 며느리에게 두둑한 용돈을 주면서도 "차리느라고 애썼으니까 그렇게 줘야 그 다음에 더 맛있게 차려온다. 저게 없으면 김치만 차려온다"고 너스레 떨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제작진에 "지금 애들한테 돈도 쥐여 주고 잘하는 거는, 내가 그동안 어머니 노릇을 잘 못했기 때문에 이거라도 보상을 해야 되겠다 하는 마음으로 지금 아끼지 않고 준다"고 고백한 전원주였다.

[사진 = EBS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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