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결산] 사상 첫 144G 체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해 정규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144경기 체제였다.

10개 구단 체제의 원년이었다. KBO는 고심 끝에 정규시즌을 팀간 16차전, 총 144경기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9구단 체제(128경기)였던 2013~2014년보다 무려 16경기가 증가했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였다.

144경기에 대한 여론은 어땠을까. 찬반이 엇갈렸다. 10구단이 탄생한 만큼 경기 수를 늘려야 구단의 수익 사업 규모가 늘어나고,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다양한 선수를 발굴하면 선수단 파이가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 경기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 몇년간 서서히 하향세를 그리는 리그 경기력이 경기 수 증가로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대부분 팀은 1군에서 승부처에 활용할 구원투수가 많지 않다. 144경기 시스템에선 그 부작용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봤다. 모 단장은 "우리 실정에선 135경기가 딱 맞다"라고 주장했다.

전반기까지는 KT를 제외한 모든 팀이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8~9월 이후 투수와 타자를 막론하고 대부분 팀 주전들은 극심한 체력저하를 호소했다. 결국 눈 앞의 1~2경기가 아닌 큰 그림을 보고 시즌을 운영한 팀들이 144경기를 마친 뒤 웃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 NC, 두산, 넥센, SK가 그랬다. 수년간 최적의 시스템 야구를 구축, 정상을 놓치지 않는 삼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나머지 팀들의 코칭스태프들도 선수들을 절대 무리시키지 않았다. 아픈 선수들에겐 1군에서 말소시켜 충분한 휴식을 줬다. 그리고 백업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를 일으켜 팀 전체적인 경쟁력 향상을 도모했다. 마운드 보직 분업이 확실한 삼성이나 NC의 경우 시즌 초, 중반 이길 수 있는 경기에도 필승계투조가 2~3일 연투했다면 절대적으로 휴식을 부여했다. 총력전을 펼쳐 이길 수도 있었지만 참았다. 구단은 그런 현장의 방침을 절대적으로 지지했고, 효율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시스템 야구의 승리다.

반면 매 경기 총력전을 펼쳤던 한화의 경우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들어 눈에 띄게 추락했다. 일부 투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구위도 많이 떨어졌다. 144경기 체제에선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어렵다는 것이 증명된 케이스. 몇몇 하위권에 처진 다른 팀들도 선수단, 프런트를 아우르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내년 시즌 과제다.

한편, 144경기 체제에서 각종 풍성한 기록이 많이 나왔다. 시즌이 18경기 늘어나면서 누적 기록 잔치가 벌어졌다. 5~6월 메르스 악재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관중을 달성한 것, 삼성의 사상 첫 선발 10승 5명 배출, 에릭 테임즈(NC)의 사상 첫 40홈런-40도루, 박병호(넥센)의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 등은 144경기 체제가 아니었다면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으로 분류된다. 굵직한 기록들이 양산되면서 KBO리그의 볼거리가 늘어났다.

KBO는 내년에도 144경기 체제를 밀어붙인다. 지난 5일 내년 정규시즌 운영 방침을 발표하면서 올 시즌과 같은 뼈대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야구 인프라, 경제 사정 등을 감안하면 11구단이 창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중, 장기적으로 144경기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앞으로도 구단들의 희비는 144경기에 최적화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리게 돼있다.

[정규시즌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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