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결산] 사자성어로 본 2015시즌 감독 '10인 10색'

[마이데일리 = 이후광 인턴기자] 6일 LG-KIA전을 끝으로 2015 타어어뱅크 KBO 리그가 마침내 대장정을 마쳤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막내 kt wiz의 가세로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로 치러졌다. 이에 팀을 이끄는 10명의 사령탑의 역할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했다. 특히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김용희, 조범현, 김기태, 이종운, 김태형 등 무려 6명의 새 사령탑이 등장하며 각 구단 감독들의 지략싸움도 눈길을 끌었다.

다사다난했던 각 팀 사령탑들의 한 시즌을 사자성어로 되돌아봤다.

▲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 명불허전(名不虛傳)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누구도 해내지 못한 리그 5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 통합 4연패의 대위업을 달성한지 1년도 채 안 돼 다시 한 번 일을 냈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삼성 선수들이 뛰어난 탓에 1등을 할 수밖에 없다는 편견도 있었지만 지난 날 최고의 선수단으로 이루어진 현대와 해태도 5연패는 달성하지 못했다. 또한 류 감독은 2011년 삼성 부임 이래 역대 최소경기인 666경기 만에 400승을 기록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팀과 개인 모두에게 영광스러웠던 시즌이었다.

▲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 - 적토성산(積土成山)

작은 물건도 많이 모이면 상상도 못할 만큼 커진다. 이번 시즌 NC가 그랬다. 신생팀 혜택이 사라지며 외국인 투수는 3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맹활약한 원종현이 대장암으로 이탈했다. 전문가들도 NC를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선수 하나 하나의 잠재력을 끄집어내 결국 ‘쥬라기 공원’을 만들었다. 규정타석 9명 진입, 팀 200도루, 테임즈 40-40 등 어마어마한 기록들이 쏟아졌다. 1군 진입 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끌어낸 김 감독의 리더십이 한껏 발휘된 이번 시즌이었다.

▲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 지부작족(知斧斫足)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올 시즌 김태형 감독은 여러 번 발등을 찍혔다. 시즌 초반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유네스키 마야와 허리 부상으로 단 8경기 출전에 그친 잭 루츠가 그랬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2군에 주로 머물렀고 대체자 앤서니 스와잭과 데이빈슨 로메로도 부진했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 없이 3위에 오른 셈이었다. 시즌 막판 토종 좌완 원투 펀치 유희관과 장원준마저 부진을 거듭하며 김 감독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첫 시즌 수많은 악재에도 쟁쟁한 선배 감독들을 제치고 팀을 3위에 올려놓은 김 감독의 뚝심이 조명 받은 한 시즌이었다.

▲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 - 일장춘몽(一場春夢)

염경엽 감독의 올 시즌 키워드는 ‘아쉬움’이었다. 강정호의 대체자로 김하성이 탄생했고 팀 홈런, 타점, 득점 1위로 리그 최강 타선을 자랑했다. 하지만 토종 선발의 부재가 아쉬웠다. 앤디 밴 헤켄과 라이언 피어밴드 말고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없었다. 올 시즌에 앞서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던 염 감독이었지만 시즌 막바지 3위 자리도 두산에게 내주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우승 도전은 염갈량의 한낮 봄꿈이 된 이번 시즌이었다.

▲ SK 와이번스 김용희 감독 - 천신만고(千辛萬苦)

천신만고 끝에 5강에 합류했다. 늦어도 너무 늦게 몸이 풀렸다. 15년 만에 1군 무대로 돌아온 김용희 감독이 맡은 SK는 올 시즌 전문가들이 꼽은 삼성의 대항마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 반짝 1위를 기록, 그 후 추락을 거듭했다. 시즌 중반 8위까지 물러나며 김 감독의 지도력 논란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9월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 5강행 열차에 겨우 탑승했다. 천 가지의 매운 일과 만 가지의 괴로운 일을 겪은 김 감독의 복귀 첫 시즌이었다.

▲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 초지일관(初志一貫)

지옥의 펑고가 돌아왔다. 김성근 감독은 만년 하위 팀 한화 이글스에 승리 DNA를 주입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매 경기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경기 운용으로 한화 선수들의 체질 개선에 만전을 기했다, 투수 혹사와 잦은 퀵후크 논란에도 야신은 굳건했다. 초지일관 자신만의 야구 철학으로 시즌 내내 경기를 지휘했다. 실제로 권혁, 박정진, 안영명 등 많은 투수들이 100이닝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것은 혹사가 아닌 승리를 향한 김 감독의 간절함이었다.

▲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 - 호형호제(呼兄呼弟)

서로 형이니 아우니 하고 부른다.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팀을 옮겨서도 이어졌다. 김 감독은 최근 2년 연속 8위를 기록한 KIA를 맡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특유의 소통과 리더십으로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를 이끌어냈다. 박찬호, 강한울, 황대인, 이홍구, 백용환, 홍건희, 박정수, 김호령 등 많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팀이 마지막까지 5위 싸움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또 한 번 ‘형님 리더십’이 발휘된 시즌이었다.

▲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 - 조변석개(朝變夕改)

아침저녁으로 뜯어고친다. 이종운 감독의 이번 시즌 팀 운영 방식이었다. 어수선한 롯데를 맡아 팀 분위기를 수습했고 외국인 농사도 역대 최고였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컸던 나머지 당장 코앞에 닥친 위기만 극복하려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였다. 외국인 원투펀치 외에 확실한 선발투수도, 확실한 구원 투수도 없었다. 경기를 이기려는 이 감독의 의지는 강했지만 방식에 있어 다소 서투른 모습을 보인 한 시즌이었다.

▲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 - 온고지신(溫故知新)

지난해 기적으로 4강에 진출했기에 올 시즌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 대한 인상이 너무나 강렬했던 탓일까. 양상문 감독은 올해도 지난해와 별 차이 없는 이병규(9), 정성훈, 이진영, 이병규(7) 등 베테랑 중심의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결국 옛 것만 중시했을 뿐, 새 것은 전혀 익히지 못했다. 오히려 시즌 후반 옛 것을 버리니 양석환, 서상우, 안익훈 등 새로운 인재들의 활약이 보였다. 세대교체가 절실하다는 걸 깨우쳐 준 2015 시즌이었다.

▲ kt wiz 조범현 감독 - 형설지공(螢雪之功)

끊임없이 노력했다. 프로 첫 해, 조범현 감독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묵묵히 팀을 이끌었다. kt가 5월까지 단 10승밖에 거두지 못했어도, 전반기 대부분 지표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어도 조 감독은 동요하지 않았다. 1군 무대 연착륙을 위해 계속해서 부딪히고 노력할 뿐이었다. 그 결과 시즌 중반 트레이드와 외국인 교체를 통해 영입된 즉시 전력들이 어린 선수들과 융화되며 최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잦은 패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은 조 감독의 굳건함이 빛난 시즌이었다.

[10개 구단 사령탑.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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