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조현재 "정웅인 뛰어넘는 악역? 어우러진거죠"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조현재에게 악한 얼굴이 있을 줄은 몰랐다. 큰 눈에 흰 피부, 누가 봐도 반듯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그였기에 어쩌면 대중이 그를 착한 캐릭터에 가둬놨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현재는 데뷔 16년만에 기존 이미지의 틀을 깼다.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에서 한도준을 연기하며 첫 악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이복동생 한여진(김태희)의 그룹 후계 자리와 막대한 재산을 가로채려는 한도준의 악행은 조현재의 또 다른 얼굴을 끄집어냈다.

조현재는 "첫 악역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칭찬해주셔서 정말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됐다"며 "이 정도로 칭찬해줄 줄 몰랐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고 운을 뗐다.

사실 조현재가 악역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대중은 '과연 어울릴까' 의문을 드러냈다. 그런 점들이 조현재 본인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었지만 꼭 한 번쯤은 악역을 연기하고 싶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악역은 정말 기회가 닿질 않았어요. 상황적으로 안 맞을 때도 있었고요. 반듯한 이미지가 세서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죠. 근데 이번에는 감독님, 작가님이 저의 다른 면을 봐주시고 캐스팅해주신 것 같아요.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배제해두지는 않아요. 악역도 마찬가지에요. 악역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극 안의 캐릭터라고 보죠."

선한 역과 악한 역을 나누지 않고 모두 다 극 안에 사는 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용팔이'에서 연기한 한도준 역시 마냥 악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한도준은 전형적인 악역과는 좀 다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악역은 아니었죠. 제가 표현한 부분이 있어요. 조금 더 결핍을 드러내고 싶었죠. 콤플렉스 덩어리라 그런 부분이 악행으로 연결되는 거죠. 주변 악당들로 인해 더 사악해지는 게 있었어요.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단순하고 무식한 악당이 아니라 조금 더 이유 있는 악당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요."

캐릭터를 잡을 때도 조현재는 한도준을 한순간에 변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지만 자란 환경이 한도준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항상 그릇된 선택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커왔고, 늘 권력과 명예만 쫓는 가정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철저히 소외 당하면서 살아온 한도준은 자신이 챙겼던 한여진에게도 배신을 당했기에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살아남기 위해 욕망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도준에게 섬세하게 다가갔기에 조현재에게는 준비 과정도 많았다. 표정, 눈빛, 목소리부터 섬세한 호흡까지도 연구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대본을 읽었고, 무엇보다 한도준에게 몰입하는 감정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에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제가 살면서 이제까지 만난 사람 중에 악역스러운 인물들을 떠올렸어요. 세상에도 많잖아요. 그 사람들 눈빛, 표정, 상황들도 참고했죠. 지인일 수도 있고 관계 없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살면서 제 안에 일어났던 일들일 수도 있고요. 근데 또 막상 연기할 때는 정말 단순하게 한도준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그 결과, 조현재의 첫 악역은 성공적이었다. 힘을 주는 원천을 잃었기 때문에 악행이 더 자연스러워진 한도준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평상시에는 할 수 없는 행동들도 많이 했고, 감정들도 표출했다. 비서(최병모) 머리에 유리잔을 던지기도 했다.

조현재는 "유리잔 던지는 장면은 한도준을 더 악하게 표현하기 위해 부각시켜 주신 것 같다"며 "요즘 대중은 센 감정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포인트들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는 할 수 없는 행동들이라 더 사악하게 보였던 것 같아요. '비열하다', '사악하다', '무섭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극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그렇게 욕 먹는 게 기분 좋았어요. '연기 잘 한다', '잘 소화한다'는 말들도 보면서 힘을 얻었어요. 사실 유리잔 깨는 장면에서 특수제작한 유리잔에 좀 딱딱한 부분이 있었는지 최병모 선배 이마에서 진짜 피가 났어요. 부상 때문에 촬영도 중단됐고 너무 죄송했죠. 그래도 그 계기로 친해져서 이후에는 정말 더 돈독해지고 호흡도 더 잘 맞았어요."

그렇다면 '악역' 대표 배우 정웅인과는 어땠을까. 극중 이과장 역을 맡은 정웅인은 악역에서 반성을 하는 캐릭터였지만 한도준만은 끝까지 악했기에 조현재의 속내가 궁금했다.

조현재는 '정웅인을 뛰어 넘는 악역이 된 것 아닌가'라고 묻자 "뛰어 넘었다는 것은 과찬이다"며 손사래를 쳤다.

"정웅인 선배님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분이기 때문에 그런 분이 '용팔이'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뛰어 넘었다는 것은 과찬이에요. 같이 어우러졌다고 얘기하는 게 맞아요. 사실 '용팔이'는 다들 악역이에요. 그런 부분, 너도 나도 악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용팔이'의 메시지였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기존 이미지를 깨고 한도준이 돼서 자연스럽게 묻어 있었다는 것이 만족스러워요. 오랜 팬들이 배우로서 많이 성장했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용팔이'를 통해 조현재의 연기 인생, 마음가짐도 더 달라졌다. 16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기에 더 그렇다.

조현재는 "20대 때는 사실 너무 아쉬운 것들이 많다. 정신 없이, 쉼 없이 계속 달려와서 더 일처럼 연기했던 것 같다. 여유도 없었고 즐기지 못했던 것"이라며 "30대가 되면서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시점을 겪었고, 그러면서 일들이 하나 하나 다 소중해졌다"고 털어놨다.

"일을 더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30대를 보내고 있는 중에 '용팔이'를 만났기 때문에 더 열심히, 더 잘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한정된 역할을 많이 맡는 것보다는 다양한 작품이나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꼭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장르에도 변화를 주고 싶어요. 새로운 캐릭터들을 또 만나고 싶고, 또 잘 해내고 싶어요."

[배우 조현재.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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