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결산] '실망의 연속' SK, 최악은 면했다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시즌 전 각 방송사 해설위원들은 물론이고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감독들 역시 삼성 대항마로 SK를 꼽았다. 9월말 경기력만 본다면 이는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력이 예년이었으면 시즌이 끝났을 시기에 나왔다는 것이 문제였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불안불안하면서도 상위권을 이어갔다. 5월 20일 이재원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한화를 7-6으로 꺾고 선두에 복귀하기도 했다. 이후 추락의 연속이었다.

타선은 도저히 살아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며 그나마 믿을 구석이었던 마운드, 특히 불펜까지 붕괴되기 시작했다. 타선이 조금 살아나는 듯 하면 마운드가 상대 타선에 무너졌고, 마운드가 안정되는 듯 하면 타선이 침묵했다. 투타 엇박자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 했다.

5위 싸움을 하는 것 조차 불만스러웠던 시즌 중반을 넘어 반격을 꿈꿨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5위는 커녕 8위까지 추락했다. 한 때 5강 경쟁팀 중 가장 먼저 이 싸움에서 물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9월 한 달간 16승 13패를 남기며 10개 구단 중 4위 승률을 기록했다. 앞선 세 팀은 삼성, NC, 넥센이었다. SK보다 모두 상위권에 있는 팀들이었다. 덕분에 SK는 순위를 점차 끌어 올렸고 9월 이후 3차례나 3연승을 거두기도 하는 등 경기력도 '시즌 전 기대했던' 모습과 비슷했다.

그렇다고 5강 진출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SK의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3일 경기 시작 이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망은 밝지 않았다. SK는 NC에 6회까지 1-3으로 지고 있었으며 KIA는 두산에 여유있게 앞섰기 때문이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SK는 7회 동점에 이어 8회 나주환의 홈런포로 역전승을 거둔 반면 KIA는 연장 혈투 끝에 패했다. 그리고 이튿날 3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다.

3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고 성공한 시즌은 아니다. 최악은 면했다는 것이 맞는 말일듯 하다. 김용희 감독 역시 이를 모르지 않는다. 때문에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이후 구단을 통해 "정규시즌의 아쉬움은 포스트시즌에서 만회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벼랑 끝에서 간신히 벗어난 SK의 가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MVP] '새 식구' 정의윤, 알고보니 구세주였다

그가 SK 유니폼을 입은 날짜는 두 달 남짓이지만 MVP로 꼽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가 SK에게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SK는 이 정도의 체면치레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의윤은 다른 타자들의 방망이가 침묵하는 가운데에도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다. 데뷔 첫 연타석 홈런에 만루홈런까지 터뜨렸다. 생애 첫 밀어치는 홈런까지 때렸다. 여기에 상대가 정면승부를 피할 때는 '눈 야구'까지 해내며 한 경기에 3개 볼넷까지 얻어냈다. 안 되는 것이 없었다.

9월 한 달간 타율 .422(90타수 38안타) 9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생애 첫 월간 MVP에 등극하는 영광까지 안았다. 그는 트레이드와 관련해 "SK와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직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남아 있지만 그는 이미 SK와 김용희 감독에게 보답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 활약을 펼쳤다.

[SK 선수단(첫 번째 사진), 정의윤(두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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