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FA 첫해 활약 집중분석, 누가 잘하고 누가 못했나 [강산의 릴리스포인트]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혹자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개장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미쳤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영입경쟁이 치열했다. 대어급 FA 자원이 즐비했다. 가격 대 성능비가 좋았던 FA, 몸값 제대로 한 FA, 몸값 못 한 FA로 나뉠 수밖에 없다.

지난 2013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에서 오간 금액은 무려 523억원이었다. 당시 역대 최고액에 계약한 강민호(롯데, 4년 총액 75억원)와 정근우(4년 70억원), 이용규(4년 67억원, 이상 한화), 장원삼(삼성, 4년 60억원), 이종욱(NC, 4년 50억원)까지 5명이 받은 금액만 322억원. 5명이 받은 금액만 2011년 261억원, 2012년 242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FA를 신청한 19명 전원 계약에 성공했다. 타 구단과의 협상에서도 둥지를 찾지 못한 이성열 나주환 이재영 차일목이 3차 협상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들까지 총 19명의 계약 총액은 630억 6천만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유턴한 윤석민(KIA)도 실질적으로는 FA 계약(4년 90억원)이다. 즉 올 시즌 FA 시장에서 오간 금액은 총 720억 6천만원이다.

50억원 이상을 받은 고액 FA 선수들을 살펴보자. 윤석민과 최정(SK, 4년 86억원) 장원준(두산, 4년 84억원) 윤성환(4년 80억원), 안지만(4년 65억원, 이상 삼성) 김강민(SK, 4년 65억원), 박용택(LG, 50억원)까지 7명이 50억원 이상을 챙겼다.

송은범(4년 34억원) 권혁(4년 32억원, 이상 한화) 조동찬(삼성, 4년 28억원) 조동화(SK, 4년 22억원) 배영수(한화, 3년 21억 5천만원)는 20억원 이상을 받았다.

박경수(4년 18억 2천만원) 김사율(4년 14억 5천만원) 박기혁(4년 11억 4천만원, 이상 kt)은 10억원대 계약에 성공했다. 김경언(한화, 3년 8억 5천만원) 이성열(넥센, 현 한화, 2년 5억원) 차일목(KIA, 2년 4억 5천만원) 나주환(1+1년 5억 5천만원) 이재영(1+1년 4억 5천만원, 이상 SK)은 '염가 FA'였다.

몸값 제대로 한 선수, 몸값 못 한 선수, 몸값 이상 활약한 선수, 조금 아쉬웠던 선수가 존재한다. 베스트 3를 꼽아봤다. 누가누가 잘했나 한 번 살펴보자. 몸값 제대로 한 선수와 못 한 선수는 총액 10억원 이상 받은 선수로 한정했다.

▲몸값 제대로 한 FA

1위 : 안지만 66경기 4승 3패 37홀드 평균자책점 3.33

단일시즌 홀드 기록 보유자. 66경기에서 4승 3패 37홀드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8경기에서 단 한 점도 주지 않았고, 6연속 홀드를 기록했다. 마무리 임창용 앞에서 상대 타선을 확실히 틀어막았다. 위기 상황에서 정면승부를 즐기는 배짱은 여전했다. 명실상부 리그 최정상급 필승계투. 4년 65억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2위 : 윤석민 51경기 2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

올 시즌 KIA 마무리투수로 51경기에 등판해 2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했다. 윤석민이 없었다면 KIA는 시즌 내내 뒷문 고민에 시달렸을 것이다. 확실한 마무리투수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보여준 윤석민이다. 역대 FA 최고액 투수치곤 아쉬운 측면도 없지 않으나 팀 기여도가 엄청났다. 내년 시즌 선발투수 복귀 가능성도 있다.

3위 윤성환 : 30경기 17승 8패 평균자책점 3.76

4년 80억원이라는 금액이 아깝지 않았다. 30경기에서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7승(8패)을 따냈다. 3.76의 평균자책점은 조금 아쉽지만 팀내 최다승 투수라는 사실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기 충분하다. 일단 '오버페이' 논란을 불식하기엔 충분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대 초반으로 그리 빠르지 않지만 낙폭이 기막힌 커브와 볼끝 움직임을 앞세워 타자들을 제압했다. 164탈삼진-30볼넷 비율도 일품.

▲몸값 못 한 FA

1위 : 김사율 21경기 승 패 세이브 없음 평균자책점 8.06

kt 조범현 감독은 시즌 시작 전 김사율을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다. 2011년 20세이브, 2012년 34세이브를 따낸 바 있어 신생팀 kt의 마무리를 맡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시범경기 5경기에서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25 극도로 부진했다. 정규시즌 그가 남긴 기록은 25⅔이닝 동안 블론세이브 하나가 전부다. 피안타율(0.367), WHIP(1.99) 모두 좋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11경기에서도 1승 3패 3홀드 평균자책점 6.83으로 좋지 않았다. 김사율의 부진을 틈타 신인 조무근이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

2위 : 최정 81경기 타율 0.295 17홈런 58타점 출루율 0.401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출전 경기 수를 눈여겨봐야 한다. 올 시즌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절반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5월(14경기 타율 0.170 1홈런 2타점), 9월 이후(5경기 타율 0.188 2홈런 3타점) 성적은 최정답지 않았다. 윤석민이 계약하기 전까지 역대 FA 최고액 선수라는 점 때문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최정이기에 당연히 올해보다 잘해야 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3위 : 배영수 32경기 4승 1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04

이적 당시 가장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푸른 피의 에이스'가 삼성을 떠난다는 자체가 화제였다. 그러나 이적 첫해 그는 '주황 피의 에이스'가 되지 못했다. 선발과 구원을 오갔고, 퀄리티스타트도 3회에 불과했다. "풍부한 우승 경험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김성근 한화 감독의 바람은 통하지 않았다. 특히 시즌 최종전인 3일 kt wiz전에서 김상현에게 결승포를 허용, 패전투수가 돼 아쉬움을 더했다. 고액 FA 계약자로 보긴 어려우나 성적에 아쉬움이 남는 건 분명하다.

▲몸값 이상 활약한 FA

1위 : 김경언 107경기 타율 0.337 16홈런 78타점 출루율 0.414

부정할 수 없는 가격 대 성능비 최고 FA다. '착한 FA' 하면 김경언이 떠오른다. 지난해 89경기 타율 3할 1푼 3리 8홈런 52타점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하지만 물음표를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FA 계약 총액도 10억원이 채 안 됐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올 시즌 김경언 없는 한화 타선은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종아리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더 아쉬운 이유. 김성근 한화 감독은 "알아서 잘할 거라 믿었다. 작년보다 수비와 송구도 좋아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위 : 박경수 137경기 타율 0.284 22홈런 73타점 출루율 0.399

가격 대 성능비로 따지면 김경언이 1위. 하지만 올 시즌 박경수를 빼놓고 KBO리그를 논할 수 없다. '탈 LG 효과'의 대표주자였다. 계약금 4억 3천만원을 받고 입성한 슈퍼루키가 터지기까지 무려 12년이 걸렸다. 9월 이후 22경기 타율 1할 9푼 1리로 부진했던 게 아쉬울 뿐. 나머지는 완벽에 가까웠다. '수원 거포'라는 애칭도 생겼다. "홈런 20개는 쳐낼 것"이라던 조범현 kt 감독의 기대에 완벽 부응했다. 박경수는 "솔직히 어떻게 이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주전으로 나서 좋은 성적 내다 보면 골든글러브 욕심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생애 첫 FA 계약 첫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3위 : 박기혁 126경기 타율 0.280 1홈런 30타점 출루율 0.350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2011~2012 군 복무) 4년간 시즌 최고 타율이 2할 1푼 7리(2009년)에 불과했다. 기대치가 낮은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게다가 복귀 후 지난 2년간 53경기에서 타율은 1할 8푼(111타수 20안타)에 그쳤다.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유격수 수비에서 힘을 보태주면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었다. 박기혁은 2009 WBC에 나갔던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이다. 자신을 과소평가한 이들에게 참모습을 보여준 한해였다.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공격과 수비 모두 안정감이 넘쳤다. FA 성공사례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안지만, 김사율, 김경언(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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