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배우 유아인, 시인의 꿈을 간직한 재미있는 사람[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부산 곽명동 기자]지난 3일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 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의 두 번째 배우로 참석한 유아인은 왜 자신이 대세배우임을 증명했다. 해운대를 들었다 놨다 하는 순발력 있는 입담과 무대 아래로 직접 내려가 팬들과 포옹하는 센스는 부산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기자단이 깜짝 이벤트로 마련한 생일 케? 커팅 시간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팬들을 무대로 올려 한 입씩 나눠 먹으며 ‘친철한 아인씨’의 매력을 뽐냈다.

팬들의 함성소리로 뒤덮인 오픈토크는 팬미팅을 방불케하는 열띤 분위기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유아인은 시끌벅적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인생철학을 분명히 밝히며 오픈토크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첫째, 그는 ‘베테랑’과 ‘사도’로 이어지는 ‘대세배우’의 호평을 ‘행운’으로 돌렸다. 황정민, 송강호 그리고 류승완, 이준익 감독을 비롯한 선배 배우와 감독, 스태프의 노력이 어우러져 자신이 빛났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그가 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겸손을 지향하는 것은 10대 후반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무명으로 지내왔던 고단한 삶에서 인생의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10대 시절 대구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자취하며 외로움을 견뎠다. 혼자 TV 보고, 밥 차려 먹고, 빵을 뜯고, 라면을 삶아먹는 철저한 고독 속에서 배우의 꿈을 키워나갔다. 외로움의 정서는 유아인 연기의 자양분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처럼, 그는 혼자라는 고립을 이겨내고 한걸음 한걸음씩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트위터 아이디는 ‘@seeksik’이다. ‘sik’은 본명 엄흥식을 뜻한다. 그러니까, ‘자신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의 삶과 연기는 모두 자신을 찾아나가기 위한 부단한 과정이다. ‘베테랑’ ‘사도’의 연타석 홈런 역시 흐르는 강물처럼 과거가 될 것이고, 이제 또 다른 도전으로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야할 시점이라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과거의 어둠이 빛으로 바뀌는 순간에도 그는 어둠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 했다.

둘째, 그는 시인을 꿈꾼다. 글쓰기는 외로움을 견디는 방편이었을 것이다. 일찌감치 제도교육을 거부했던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 만의 가치관을 확립했다. 그의 ‘개념 발언’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유아인은 과거 기자와 인터뷰에서 “배우라는 타이틀을 걸고 겉만 번지르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완벽하게 준비됐을 때 나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오픈토크에서 어떤 글을 쓰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시’라고 답했다. 유아인은 “다 말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마음속에 (불만이) 쌓여가는 걸 느낀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시를 굉장히 좋아하고 거침없이 파워풀하게 그런 시를 쓰며 살아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제가 나오게 될 유아인의 시는 세상과 소통을 꿈꾸는 욕망의 분출일 것이다.

셋째, 그는 “재미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했다. 인생은 ‘의미’와 ‘재미’의 수레바퀴로 굴러간다. 연기와 글쓰기로 의미를 추구한다면, 이 두가지를 포함한 모든 일상을 재미의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싶다는 희망.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는 배우, 다양한 가치를 흡수하며 즐겁게 사는 사람. 유아인의 꿈꾸는 미래다.

이날 낮에는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거짓말처럼, 오픈토크가 시작되자 바람이 잦아들었다. 오후 3시부터 케?揚 사들고 촛불이 꺼질까봐 노심초사했던 기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모든 우주의 기운이 유아인에게 모이는 순간이었다.

[배우 유아인. 사진 = 부산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부산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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