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테임즈 MVP 전쟁, 미묘한 흐름변화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흥미롭다. 흐름이 미묘하다.

박병호(넥센)와 에릭 테임즈(NC)의 정규시즌 MVP 전쟁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미 박병호가 시즌을 마쳤다. 테임즈도 단 1경기를 남겨뒀다. 두 사람의 개인성적과 타이틀 홀더 여부도 거의 확정됐다. 남은 건 기자단의 투표와 KBO의 공식 발표.

현장에선 "정말 모르겠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3일 목동 삼성전을 앞두고 "솔직히 박병호가 받았으면 좋겠다"라면서도 "김경문 감독님은 테임즈가 받길 바랄 것이다"라고 웃었다. 이어 "누가 MVP로 선정돼도 당당하게 고개를 들 수 있다. 병호는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을 냈고, 테임즈도 대단한 시즌을 보냈다"라고 덧붙였다.

▲어마어마한 2015년

박병호와 테임즈 모두 어마어마한 시즌을 보냈다. 시즌을 마친 박병호는 140경기서 타율 0.343 53홈런 146타점 129득점 득점권타율 0.375 OPS 1.150. 홈런과 타점 1위, 득점과 OPS 2위, 최다안타 3위, 득점권타율 4위, 타격 5위. 천하의 이승엽(삼성)도 해내지 못한 역대 최초 2년 연속 50홈런타자에 등극했다. 그리고 2003년 이승엽(144타점)을 넘어 역대 한 시즌 최다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1경기를 남긴 테임즈는 141경기서 타율 0.380 47홈런 140타점 130득점 40도루 득점권타율 0.313 OPS 1.288. 타격과 득점, OPS 1위, 타점 2위, 홈런 3위, 도루 5위, 득점권타율 21위. 메이저리그에 단 4차례 있었고 일본에선 단 한 차례도 없었던 40-40을 KBO리그 최초로 해낸 상징성이 있다. 사이클링히트도 최초로 한 시즌 두 차례 기록했다. 장타율(0.791)도 1982년 백인천(MBC, 0.740)에 이어 역대 최고가 유력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5일 KT와의 최종전서 6홈런 6타점을 쓸어담을 경우 홈런과 타점도 1위 등극이 가능하다. (몰아칠 경우 타점 1위 등극도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미묘한 흐름변화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MVP 레이스는 박병호가 미세하게 앞선다는 평가였다. 여기에 테임즈와 20승 페이스를 보였던 유희관(두산)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애당초 유희관의 경우 20승을 하더라도 박병호와 테임즈의 임팩트에는 미치지 못해 MVP가 쉽지 않겠다는 전망이 있었다. 더구나 유희관은 9월 주춤하면서 MVP 경쟁서 사실상 밀려났다.

시즌 막판 흐름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테임즈가 30-30에 성공한 뒤 40-40은 그리 쉽지 않겠다는 평가가 있었다. 남은 경기 수는 충분했으나 부상 우려, 팀 상황(개별 경기 흐름, 순위싸움 중인 NC의 사정)등을 감안할 때 도루 10개 추가는 만만치 않았다. 실제 최근 김경문 감독도 테임즈가 40도루에 부담을 느껴 타격 밸런스까지 미묘한 악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테임즈는 2일 인천 SK전서 대망의 40번째 도루를 해냈다.

세부적인 개인 기록에선 박병호와 테임즈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다만, 시즌 중 임팩트 있는 기록은 테임즈가 좀 더 많이 양산했다. 40-40과 두 차례 사이클링히트는 공식적으로 시상하는 부문은 아니다. 하지만, 대단히 강렬했다. 그만큼 희귀한 기록이기 때문. 물론 2년 연속 50홈런과 역대 최다타점도 엄청난 대기록이다. 하지만, 테임즈의 기록들은 단순히 안타, 홈런, 도루 1개를 기록한다고 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테임즈가 MVP 경쟁서 주도권을 잡았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테임즈의 내년 NC 잔류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박병호가 내년에 메이저리그로 떠날 경우 두 사람의 맞대결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넥센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포스트시즌서 처음이자 마지막 진검승부가 성사된다. (NC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박병호와 테임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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