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BIFF] 마리나 골바하리, 구걸하던 소녀→상징적 여배우로 (인터뷰)

[마이데일리 = 부산 신소원 기자] 아프가니스탄 여배우 마리나 골바하리(26)는 불과 2주전, 결혼 후 남편과 부산을 찾았다. 올해 2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송강호와 함께 개막식 사회자로 나섰다.

마리나 골바하리는 지난 2003년 영화 '천상의 소녀'로 데뷔,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13세였다. 세디그 바르막 감독은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던 마리나 골바하리를 발견해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대표여배우로 발탁했다.

마리나 골바하리는 '천상의 소녀'로 데뷔 이후 단·장편 14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모든 작품이 애착이 가지만, 데뷔작 '천상의 소녀'를 가장 남다른 작품으로 꼽았다. '천상의 소녀'는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의 상황 속에서 오사마(마리나 골바하리)라는 한 여자 아이가 소년으로 살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가 '천상의 소녀' 이후, 성인이 돼 부산을 다시 찾았고 그의 옆에는 결혼한 지 불과 보름된 남편이 함께 있었다. 남편은 TV 연출가로, 이날 골바하리의 말을 영어로 통역해주는 든든한 통역 역할을 담당했다.

"오랜만에 부산을 다시 방문해서 정말 기뻐요. 그 때와 비교했을 때도 도시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부산은 제2의 고향같은 느낌이에요."

개막식에서 송강호는 골바하리에게 "어릴 적 그 예쁜 아이가 이렇게 잘 자라 숙녀가 됐다"라는 반가움의 인사를 건넸다. 골바하리는 송강호와 함께 섰던 개막식 자리가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며 편안하고 좋은 이미지로 송강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인권 운동이 활발한 국가임에도, 여성 인권에 대해서는 그 힘이 약하다. 하지만 골바하리는 그 속에서도 여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상징적인 존재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다른 직업군의 여자들을 종종 볼 때마다 에너지를 얻는다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의 꿈은 남편과 연출 공부를 해 영화를 만드는 일.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유럽의 한 나라에서 연출 공부를 하며, 여배우로서도 영화에 계속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남편과 구체적으로 스토리를 구상 중인 작품이 있다며, 연출가와 배우로서 작품을 만들 준비를 마쳤다.

골바하리가 스스로 '제2의 고향'같다고 말했던 부산, 그리고 한국에 대해 그는 "한국 문화는 '대장금'을 통해 많이 알고 있다"라며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들과 아름다운 색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남편과 마치 신혼여행처럼 방문하게 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부산의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체험하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배우들은 꽃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물을 많이 주고 가꾸면 잘 자라는 꽃처럼, 많은 관심과 좋은 영화들이 있다면 배우들은 훨씬 힘을 얻죠. 그래서 영화들이 잘 될 수록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제 위치에 만족하고 좋아요."

남편과 현실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마리나 골바하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꽃이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명절을 보내고 온 골바하리는 왼쪽 손바닥에 다양한 그림의 헤나가 있었는데, 남편과 자신의 이니셜 앞글자와 하트 등 행복과 사랑을 상징하는 그림이었다.

"현실적인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들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을 굉장히 좋아하고, 기회가 있다면 많이 만나고 싶어요. 직접 만든 영화로 후에 다시 부산을 방문하는 것이 꿈이에요."

[마리나 골바하리. 사진 = 부산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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