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황제? 연하남? 그냥 '디스왕' 이승기 [씨유쑨 신서유기③]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이승기가 '디스'의 즐거움을 알게 했다.

이승기는 반듯한 모범생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스타다. 그런 성격 때문에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 출연 당시에는 뭐든 열심히 하긴 했지만 늘 허당스러운 결말을 맞이하곤 해 싱거운 이미지를 얻었던 그다.

'1박 2일' 이후 이승기는 배우와 가수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던터라, '신서유기'로 컴백하는 이승기에게 색다른 기대를 거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승기는 고만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멤버들 사이에서 '디스왕'으로 군림하며 연일 화제를 모았다.

이승기가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형들을 자유롭게 디스 할 수 있었던 것은 유일한 '죄 없는 자'였기 때문이다. '신서유기'는 서유기 속 버림받은 요괴들이 결국 구원을 얻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데, 그 중심을 이승기가 잡았다.

이승기는 첫 화부터 어록을 만들어 냈다. '신서유기' 1화에서 나영석 PD는 "먼저 시작하기 전에 사과해야겠다. 이런 분들과 함께 모시게 돼서"라는 말을 했는데, 이승기는 망설임 없이 "제일 죄 없는 사람이 먼저 타는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첫 번째인 것 같다. 마지막 탑승자는 정해져 있는 것 같다"며 센 멘트를 날렸다.

은지원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여의도 돌싱남을 태우러 간다"고 말했고, "마지막 탑승자는 상암동 베팅남이다"라며 이수근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호동은 "이승기 장난 아니다. (멘트를) 그냥 갈겨 버린다"라면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나영석 PD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죄를 짓는 건 손오공이다"라며 멤버들에게 손오공 역할을 누가 맡을 것인가 물었을 때도 가장 먼저 나선 건 이승기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수근을 지목하며 "손형 한잔해요"라고 말해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승기의 디스는 아슬아슬함이나 무리가 없다. 세다는 느낌은 있어도 나름의 풍자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발라드황제' '연하남' 등 편안한 이미지도 힘을 실었다. 혹여 '디스왕'이라는 수식어가 그간 배우로서 쌓은 이미지를 흐리게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승기는 아낌없는 유머를 뽐내며 승기법사로서의 제 몫을 다 했다. 구원을 간절히 바란 누군가에게는 가히 구세주라 불릴만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네이버TV캐스트 영상 캡처]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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