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의 '잉여' 체험, 왜 공감 얻지 못했나?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노홍철이 '잉여'인 걸까.

원작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진짜 '잉여'로 분류된 대학생들이 이 사회의 '주류'들도 차마 겁이 나 도전하지 못했던 위대한 모험에 뛰어든 1년의 기록이다.

등록금 마련과 스펙 쌓기라는 한국 사회의 정규 항로를 이탈한 '잉여' 대학생들은 무모하게도 꿈만 갖고 유럽으로 향했다. 하지만 '잉여' 대학생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확신할 수 없는 내일을 마주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꿈도 이룰 수 있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절박한 집착. '나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의 '잉여' 대학생들은 관객들을 향해 '우리도 해냈는데, 너도 할 수 있어'란 벅찬 감동의 메시지를 전해준 것이다.

MBC 예능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는 원작 영화의 감동은 없었다. 애당초 전제부터 틀렸기 때문이다. 다른 출연자는 차치하고 노홍철만 보더라도 그를 과연 '잉여'라고 볼 수 있을까.

노홍철은 높은 출연료를 받고 방송에서 활약하는 소위 잘나가는 스타 연예인이다. 음주운전 사건으로 방송 활동을 잠시 쉬고 있었을 뿐이다. 자신의 과오로 자숙 중인 그를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의 '잉여' 대학생들과 같은 '잉여'로 분류할 수는 없었다.

노홍철이 단지 계단에서 노숙하고 먹을거리를 찾아 헤맸다고 그가 '잉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진짜 가진 돈이 없어 배고픈 길을 걷고 노숙해야 했던 원작 영화 속 '잉여' 대학생들의 절실함은 결코 흉내낼 수 없었다.

MBC 예능에선 단지 규칙으로 1인당 18만원의 경비를 스스로 제한했을 뿐이다. 심지어 노홍철은 이 예능을 찍기 전 자숙 기간 중 자비로 유럽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는가.

노홍철의 복귀 방식도 실망스러웠다. 음주운전 사건 후 10개월 만의 복귀였으나 대중을 향한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 노홍철은 대략 두 번 정도 음주운전을 언급했다. 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아니었다.

한 번은 차를 얻어 탄 뒤 운전할 줄 아느냐는 질문을 받자 "운전면허 취소됐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답하며 자신의 직업을 "연예인"이라고 밝히면서 "그런데 음주운전으로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직업 등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절대 음주운전 하지 마라. 영원히 하지 마라"고 했다.

두 번째는 한국인 신혼부부의 차를 얻어 탔을 때였는데, 8월 15일에 결혼했다는 말을 듣자 노홍철은 "저도 8·15 특별 사면을 받았다"고 했다. 특별 사면 받았다며 가볍게 농담하는 노홍철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얼마나 진정성을 느꼈을지는 의문이다.

'음주운전 한번쯤이야' 하는 게 노홍철을 옹호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하지만 노홍철은 대중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연예인이다. 그만큼 대중에 끼치는 영향력도 막대하다.

그가 방송 활동을 재개하며 음주운전 사건에 대한 진정성 어린 양해 없이 버젓이 활약하고, 또 스스로를 '잉여'로 칭하며 연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노홍철의 복귀를 기다렸던 이들이 많다. 그만큼 큰 사랑을 받는 스타 연예인이다. 노홍철은 자신이 누리는 인기에 걸맞은, 좀 더 바람직하고 책임감 있는 복귀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포스터]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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