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시]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 절, 조계산 송광사

대웅전을 울리는 장엄한 천년 예불 소리,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마음 씻어내며 걷는다.

승보(僧寶)사찰 송광사는 불보(佛寶)사찰 통도사나 법보(法寶)사찰 해인사와는 달리 절 마당에 석탑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이나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처럼 바로 눈에 띄는 게 없어서 송광사의 3대 명물인 비사리구시, 능견난사, 천자암 쌍향수로 속인들의 구경 욕심을 채워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송광사 경내 성보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목조삼존불감(국보 제42호), 고려고종제서(국보 제43호), 티베트문 법지(보물 제1376호)외에도 국사전(국보 제56호), 약사전(보물 제302호), 응진당 석가모니후불탱(보물 제1367호)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이 절의 역사와 특징을 보여준다.

송광사는 환한 대낮보다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에 비로소 제 모습으로 다가온다. 장엄하기로 정평이 난 송광사 새벽 예불을 한번 경험해 보면 눈으로 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불법승 3가지 보물[三寶] 가운데 승보란 바로 스님을 일컫는데, 이미 오래전에 열반한 16국사가 살아 있다해도 선방이나 암자에 꼭꼭 숨어 있는 스님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나 예불 시간만은 가사와 장삼을 걸친 스님들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목어와 운판, 법고와 범종이 깊은 산중의 고요를 깨고 33천에 울려퍼졌다가 메아리로 돌아오고, 개벽 풀벌레 울음도 잠시 멎는 순간 천년의 세월을 변함없이 이어온 예불이 시작된다. 지상의 그 어떤 합창보다 우렁차고 굵은 화음이 법당의 붉은 기둥 사이로 공명하는 가운데 합장 배례를 하다 보면 해탈의 경지가 그리 먼 데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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