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 동굴을 빚어낸 비밀의 숲, 거문오름

9개의 봉우리가 솟아있는 거문오름은 겨울에도 푸른 숲을 간직한 비밀의 정원이다.

'신성한 오름'이란 의미를 가진 거문오름은 제주 고유의 숲을 뜻하는 곶자왈을 품은 오름이다. 동북쪽으로 살짝 트인 채 말발굽 모양새를 지닌 굼부리 안은 바깥세상과 담을 쌓은 별천지다. 현무안 바위와 나무로 우거진 숲은 푸른 이끼로 덮여 신비감을 더해준다. 특히 지하로 통하는 바람구멍을 뜻하는 풍혈(風穴)이 곳곳에 있어 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다. 굼부리 한가운데는 알오름이 마치 여의주처럼 봉긋 솟아 있다. 풍수학에서는 오름 능선의 아홉 봉우리를 용에 비유하여 거문오름을 구룡농주형(九龍弄珠形)이라 부른다. 곧 아홉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논다는 뜻이다.

특이한 지형과 생태학적 가치를 지닌 거문오름은 천연기념물(제444호)로 지정되었고 최근에는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용암동굴을 잉태한 굼부리와 능선을 잇는 '태극길'코스는 명품 트레킹 길로 각광받고 있다. 오름 위에서의 시원스러운 조망과 서늘한 기후 때문에 한여름에도 걷기에 좋다. 여름철에는 태극길 외에 경덕원 녹차밭까지 이어지는 '용암길'이 한시적으로 열리기도 한다. 모두 숲과 오름을 관통하는 길이다. 밀림과도 같은 굼부리 길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새우난초와 갈매기난초 등 희귀식물들이 지천에 깔려 있다. 특히 바위와 나무줄기를 뒤덮듯 무성한 콩짜개난의 모습은 태곳적 자연의 신비를 오롯이 보여준다. 또한 인적이 드문 거문오름 굼부리는 멸종 위기에 처한 삼광조와 팔색조 등은 물론 제주의 대표 텃새인 오색딱따구리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제주 생태의 곳간과도 같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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