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비가 늙었다고? 오리지널은 영원하다![본조비 내한①]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시간은 많은 것을 무뎌지게 만든다. 제 아무리 뛰어난 재능의 아티스트라도 실력은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차례로 내려오게 되어 있다. 엄청난 노력으로 그 시간을 더디게 할 뿐이지, 인간은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

록의 전설 본조비(BON JOVI)가 2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20년 만에 한국 팬들 앞에 섰다. 옛날 말로 강산이 두 번은 변하고도 남았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젊음과 열정으로 푸르렀던 본조비는 어느덧 쉰을 훌쩍 넘긴 중년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드럼의 티코 토레스는 여전히 입을 크게 벌린 채 스틱을 휘둘렀고, 키보드를 치는 데이빗 브라이언의 팔뚝에는 굵은 힘줄이 자리했다. 보컬 존 본 조비는 검정색 티셔츠와 가죽바지를 멋스럽게 소화했으며, 그의 미소는 마음을 '쿵' 떨어트리기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어서 흡인력이 대단했다.

첫 포문을 연 '댓츠 왓 더 워터 메이드 미'(That’s What The Water Made Me)부터 1982년으로 모든 관객을 소환시킨 데뷔곡 '런어웨이'(Runaway), 세계적 히트곡 '잇츠 마이 라이프'(It’s My Life), 무르익은 존의 보컬이 두드러졌던 '섬데이 아이윌 비 새터데이 나이트'(Someday I’ll Be Saturday Night), 감동과 열정의 '킵 더 페이스'(Keep the Faith), 세 번이나 반복될 만큼 떼창이 폭발했던 '배드 매디슨'(Bad Medicine) 등 본조비는 그들의 주옥 같은 명곡을 한 땀 한 땀 꿰어냈다. 특히, '잇츠 마이 라이프'와 '원티드 데드 오어 리브'(Wanted Dead or Live) 때는 각각 플래카드와 핸드폰 조명을 통해 관객들의 팬이벤트가 펼쳐졌는데, 이에 대해 존은 아이같이 천진한 미소로 "땡큐"(Thank You), "그레이트 땡큐"(Great Thank You)를 외쳤다. 중간 가슴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기도 하고 팬에게 직접 받아온 '킵 더 페이스' 슬로건을 들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엄격하게 따지자면, 존을 비롯한 티코와 데이빗의 보컬, 연주 실력은 전성기적 엄청난 성량과 기량은 아니었다. 존은 때때로 관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겼고, 기타 연주자의 코러스를 이기지 못할 때도 있었다. 다만, 데뷔 이후 30년 이상 음악을 이어온 본조비의 연륜과 흥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장악력이 있었다. 양손으로 마이크를 붙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노래하는 존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없는 진솔함이 묻어났다. 양(羊) 자가 쓰여진 빨간색 셔츠를 입고 무대를 지휘하는 티코의 연주는 용맹함이 더해져 있었다. 버드나무 같이 풍성한 곱슬 금발을 흔들며 내내 아이 같은 미소를 짓던 데이빗에게선 긍정적이고 건강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특히, 선봉에서 서 있는 존이 무대를 운용하고 관객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소통은 꽤 인상적이었다. 본조비와 1만4천(주관사 기준) 한국 팬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월드투어 속 한 만남이 아니라 꽤 특별하게 교감하고 열광했다. 본조비와 한국 팬의 만남은 잠실벌을 강렬하게 달궜다.

본조비는 세월을 거스르진 못했다. 하지만 시간을 거치며 겹겹이 쌓여진, 흉내 낼 수 없는 오리지널의 감성으로 또 다른 맛과 멋이 있는 공연을 펼쳐냈다. 이는 분명 보컬의 엄청난 성량과 폭발하는 음역대를 감상하는 이상의 것이었다. 본조비만이 할 수 있는 오리지널의 무대였다.

[록의 전설 밴드 본조비. 사진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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