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이준익 감독, 타이틀 로고 직접 쓴 사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준익 감독은 엄격한 유교집안에서 자랐다. 할아버지는 전형적인 조선 선비 스타일었다. 이준익 감독은 1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허리를 꼿꼿이 세운 상태에서 세수를 하셨던 분”이라면서 “할아버지의 엄격한 지도를 받으며 한문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네 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한 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새벽 5시에 제가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먹을 가는 일이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새벽에 먹을 갈았습니다. 할아버지에게 한문을 제대로 배웠고요. 제가 많은 공부를 하진 못했지만, 한문은 자신 있습니다.”

이준익 감독은 서예에 조예가 깊었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대학에서 동양학을 전공했다. 생계를 책임지느라 대학을 중퇴하고 광고기획자를 거쳐 영화감독이 됐지만, 그림과 글씨에 대한 갈망은 멈추지 않았다.

실제 그는 2008년 4월 구마 갤러리 개관 기념 5인 전시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구마(丘磨)는 이준익 감독의 호. 언덕을 갈아 평지를 만든다는 뜻이다. 영화수입을 하다 수십억원의 빚을 지고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등으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삶의 궤적과 어울린다. 그에겐 불가능이 없다. 도전정신은 그의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평소 미술과 서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이준익 감독은 ‘사도’의 타이틀 로고를 직접 썼다. 그는 “붓으로 ‘사도’를 쓰면서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할아버지 역시 영조처럼 엄격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사도’는 영조,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비극을 담은 영화입니다. 저는 ‘과거와의 화해’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상처와 아픔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러한 아픔과 상처와 화해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죠. 그러한 마음을 담아서 글씨를 썼습니다.”

[이준익 감독. 마이데일리 DB. 로고 = 쇼박스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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