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남원시] 가을 들판의 힘, 남원 추어탕

논의 벼가 누렇게 익으면 그 논바닥에 사는 조그만 추어(鰍魚)의 살이 오른다.

전국 추어탕집 간판 중 가장 많은 것이 '남원 추어탕'이다. 실제로 남원에 추어탕집이 유독 많다. 인구 8만 내외의 중소도시에 추어탕 전문점만 40여 곳이다. 겸업으로 추어탕을 내는 식당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것이다. 남원의 지도를 보면 섬진강의 지류들이 핏줄처럼 엉켜 있어 미꾸리나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 곳이 꽤 된다. 또 인월과 운봉 등 지리산권 지역에서 추어탕에 넣을 수 있는 토란대며 무시래기, 고사리 등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추어탕을 끓여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다른 지역에 비해 잦다 보니 유명 추어탕 전문점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너도나도 앞다퉈 추어탕집을 낸 결과로 보인다.

남원시에서는 '남원 추어탕'을 지역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 미꾸리 양식과 브랜드 사업이 눈길을 끈다. 현재 중국에서 들여오는 치어들 대부분은 미꾸라지이므로 이를 국산 미꾸리로 대체하여 '남원 미꾸리'를 브랜드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미꾸리 양식 기술이 확보되어 있으며 남원시 추어 브랜드 육성사업단에서 미꾸리 치어를 분양하고 있다. 다 자란 미꾸리는 다시 수매하여 남원 추어탕 브랜드를 사용하는 음식점에 공급한다. 또 남원에서 생산하는 시래기도 공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남원이라는 지역명을 사용하는 전국의 추어탕집과 지역 산업을 연결하겠다는 것이며, 한편으론 남원 추어탕의 명성을 지키겠다는 뜻도 있다. 남원 외 지역에서는 남원의 음식 재료로 추어탕을 끓인다고 볼 수 없다. 그러니 남원 추어탕을 먹으려면 남원으로 가야한다. 남원의 가을은 지리산 덕에 아주 맑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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