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당 투혼 여자친구, 박수 받아 마땅한 이유 [이승록의 나침반]

'오뚝이 걸그룹 여자친구, 왜 감동인걸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걸그룹 여자친구에게 '관객'이란 대체 얼마나 소중한 걸까.

여자친구는 빗물로 미끄러운 무대에서 '오늘부터 우리는'을 부르다 4분 동안 그만 여섯 번이나 심하게 넘어졌다. 무대 안전을 철저히 하지 않은 주최 측이 비판 받아야 한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만 여자친구의 일명 '꽈당 공연' 영상을 전 세계 네티즌이 370만 뷰(9일 오후 4시 현재) 이상 시청한 건, 그 '꽈당 공연'에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의 끈기다. 멤버 유주는 넘어지는 순간에도 끝내 왼손에서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고통에 울상이 되었으나 순식간에 표정을 가다듬어 다시 춤췄고, 덕분에 노래는 끝까지 마무리 될 수 있었다.

간절함과 소중함이다. 라디오 공개방송이든 지상파 음악방송이든, 장소가 어디든 여자친구에게는 모든 무대가 값졌다. 수년간 데뷔 만을 바라보며 피땀 흘려온 아이들이다. 어떤 무대든 꿈의 무대인 셈이다.

그리고 여자친구 앞에는 자신들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관객들이 있었다. 여자친구는 관객들을 위해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여자친구에게는 자신의 고통보다는 팀이 더 중요했고, 무대가 더 우선이었으며, 관객들이 더 소중해 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돌 그룹이 새롭게 탄생한다. 인기 많은 그룹도 있고, 인지도 낮은 그룹도 있다. 정상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은 나날이 극렬해지고 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춤출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인기에 도취돼 무대와 관객의 소중함을 잃은 아이돌도 더러 있다. 관객이 지켜보든 말든, 카메라가 촬영하든 말든 개의치 않고 대충 춤추고 노래하다가 무대를 내려오는 이들이다. 태도 논란을 일으켜도 팬들만 믿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아이돌 말이다.

그들을 떠올렸을 때 여자친구의 '꽈당 공연'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아이돌이 존재할 수 있는 건 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팬은 아이돌의 진심 어린 무대에서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꽈당 공연' 후 여자친구의 새로운 팬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미국 타임지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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