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자막·엉덩이…'진짜' 여군, 제작진 판단착오 셋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 6일 방송은 제작진이 여러모로 실망감을 줬다.

▲ 제시 태도 논란, 제작진 책임 없나?

관등성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차례 지적 당하던 가수 제시는 이날 방송에서 퇴소를 갈등하고, 화생방 훈련 때 정화통 분리를 늦게 해 개그우먼 김현숙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방송 후 제시의 훈련 태도가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실 한국 군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제시가 '진짜사나이' 촬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는 촬영 전부터 제기됐다. 이 우려가 크게 빗나가지 않은 셈인데, 과연 제작진이 사전에 제시에게 훈련소 촬영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고 공감을 얻었는지 의문이다.

문제는 '진짜사나이'가 이미 예전에도 몇 차례 출연자 태도 논란을 겪었단 사실이다. 군대 예능이란 특수성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출연자들에게 웃음보다 진지한 태도를 요구하게 만드는 까닭이다. 이 현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제작진이라면 기획 단계부터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매번 태도 논란 때마다 해당 출연자만 악플 세례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 김현숙, 최유진 얼굴 비교가 재미인가?

제작진은 이날 방송에서 자막으로 배우 김현숙을 걸그룹 CLC 멤버 최유진과 거듭 비교하며 웃음 소재로 삼았다.

화생방 훈련 때 머리가 작아 방독면이 컸던 최유진에게 '방독면조차 큰 소두 인형'이란 자막을 내보내고, 김현숙에게는 '큰 얼굴 탓에 방독면 진입불가. 내게는 너무 작은 방독면'이란 자막을 덧입혔다. 화생방 훈련을 받고 고통스러워하며 수통의 물로 얼굴을 씻는 장면에선 최유진에게 '소두 아이돌은 소량으로도 충분', 김현숙에게는 '반면 수통 거덜 내는 현숙이 형'이란 자막이었다.

기상 후 머리가 흐트러진 장면에선 김현숙에게 '추노 소환', 최유진에게는 '귀여움 뽐내는 햄토리 후보생'이란 자막이었다.

노골적으로 두 사람의 외모를 잇따라 비교하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도 유쾌한 기분을 줬을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 조교 엉덩이 수다, 적절했나?

여군 멤버들이 식사 중 조교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장면도 전파를 탔다.

훈련 중 느낀 조교들의 인상에 대한 솔직한 대화였는데, 다만 한 조교의 엉덩이를 두고 여성 출연자들이 나눈 대화는 적정선을 넘은 인상이다.

김현숙과 방송인 사유리 등 일부 멤버들은 제식훈련을 교육한 조교를 언급하며 "섹시하다. 엉덩이가 화나 있다. 엉덩이가 올라갔다. 엉덩이만 봤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화면에는 '그녀들의 은밀한 토크'란 부제가 달렸고, 제작진은 해당 조교의 엉덩이 부분을 CG 처리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반대로 조교가 여성이고 멤버들이 남성이었다고 가정한다면 이 같은 대화를 제작진이 정상적으로 방송에 내보냈을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예능 속 남성 출연자를 향한 성적인 발언이나 행동이 지나치다는 지적은 이미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앞서 '진짜사나이'도 남성 출연진의 탈의 장면을 나뭇잎 그래픽으로 가린 채 내보내고, 심지어 샤워실 장면까지 모자이크를 한 채 방송해 논란에 휩싸인 적 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