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래퍼 도끼, 허세라고 오해했다면 미안해 [夜TV]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호텔 아니야?"란 말이 나올 만큼 화려한 집도 반전이었지만, 래퍼 도끼의 진정한 반전은 따로 있었다.

4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라이브'를 통해 공개된 도끼의 생활은 마치 부유한 할리우드 스타를 보는 듯했다. 집 안에 당구대가 설치된 것은 물론 한눈에 봐도 값져 보이는 액세서리들에 신상 운동화와 옷들, 음료수 전용 냉장고 또한 여러 대의 고급 차까지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는 면면이었다.

사실 도끼의 화려한 생활은 익히 유명했다. 이 때문에 '허세 래퍼'란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고, 그의 '나 혼자 산다' 출연 소식에 부정적인 견해도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끼가 이날 방송에서 고백한 내용들은 그가 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는지, 또한 그가 진짜 '허세 래퍼'인지 오해를 풀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의 화려한 생활과 달리 과거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 음악만을 좇던 도끼였다고 한다.

"2002년 열세 살 때 집이 부산에서 큰 레스토랑을 했는데 잘 안 돼서 파산했다"며 "형이랑 둘이 서울로 음악하러 왔다. 2년 정도 기획사 빌딩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 살았다. 이후 가족들도 다 서울로 와서 청소 아줌마들이 쓰는 조그마한 방에서 지냈다"고 했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던 시절 밥은 어떻게 했나?"란 질문에 도끼는 "거의 굶거나 물을 마시거나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 앨범 재킷에도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라면 봉지와 생수통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며 "안 끓인 생라면을 먹고 물을 마셨다. 그러면 배에서 불었다"고 고백했다.

화려한 생활에 대한 비판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끼에게는 '꿈'이었다고 한다.

"랩에도 돈 얘기를 많이 하고 평소 자랑도 많이 하니까 어린 마음에 사치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견을 5년 동안 듣고 있다. 하지만 항상 꿈이었다. 늘 너무 좁은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집에 대한 풀지 못한 갈증이 있었다. 어릴 때, 미국 힙합 뮤지션의 저택을 보여주는 TV쇼가 유명했는데, 그걸 보면서 꽉 차있는 신발 박스나 새 옷들을 보면 부러웠다. 무조건 랩을 해서 '저렇게 살겠다' 싶었다. 꿈에 충실한 스타일이라서 그걸 이루려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결국 도끼는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 지금의 성공을 이뤄낸 자수성가 래퍼였던 셈이다.

거칠고 방탕하게 살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도 깼다. 불교를 믿는다는 도끼는 "평소 화도 안 내고 스트레스도 안 받고 우울하지도 않다. 그게 불경에 나와 있다. 티내지도 말고. 굳이 본인의 슬픔을 알릴 필요도 없고 위로를 받지도, 해주지도 말라고"라면서 "술, 담배, 욕, 커피를 안 한다"고 밝혀 다른 출연자들을 놀라게 했다.

도끼의 싱글 라이프를 본 뒤 밴드 장미여관의 육중완은 "힙합을 한다고 하면 술과 밤문화 같은 것들이 떠올랐는데 왜 도끼가 성공했고 왜 행복하게 사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방송인 전현무도 "도끼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오해가 있었다. 본인이 가진 것을 자랑하고 허세가 있고 이렇게 볼 수도 있는데,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절대 그게 아니고 본인 능력 하나만 믿고 올라온 것을 보여준 같다. 편견과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줬다"고 고백했다.

도끼는 래퍼를 꿈꾸는 이들을 향해 "포인트를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사에 돈, 시계, 차 얘기가 나오니까 그것만 처음부터 하는 래퍼 지망생이나 꿈을 꾸는 신인 래퍼들이 있다. 래퍼는 지금 삶에 맞는 얘기를 해야 한다. 처음부터 엄마 카드로 사치를 해서 그런 얘기를 한다면 그건 맞지 않다. 본인의 지금 상황으로 노래를 만들고, 그 노래로 성공해서 부를 얻었을 때 그 부에 대한 얘기를 해야 자랑스럽게 할 수 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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