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산성 재구축 가능성과 동부의 경쟁력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힘든 시즌이 될 것입니다."

2014-2015시즌 통합 준우승을 차지한 동부.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러나 동부의 객관적인 전력은 지난해보다 약간 떨어졌다. 그래도 동부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김영만 감독은 3일 모비스와의 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 맞대결을 앞두고 "지난해보다 전력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뒤처지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선수이동이 비교적 적었다. FA 윤호영을 지켰다. 데이비드 사이먼과 앤서니 리처드슨이 퇴단했지만, 로드 벤슨이 4시즌만에 컴백했다. 우여곡절 끝에 라샤드 제임스도 영입했다. 프로아마최강전서 조기에 탈락했지만, 이번 대회서 토크 앤 텍스트(필리핀), 모비스를 연이어 꺾고 사실상 결승전 진출을 예약했다.

▲원주산성 재구축

로드 벤슨-김주성-윤호영으로 이어지는 원주산성(동부산성)은 역대 프로농구 최강의 포스트진. 2010-2011시즌에 결성된 이들은 2011-2012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10-11시즌 정규시즌 4위의 동부는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하며 단기전에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11-12시즌 정규시즌 우승,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11-12시즌 원주산성이 뿜어낸 수비조직력은 역대 최고 수준. 당시 동부는 경기당 평균 67.9실점에 그쳤다. 김주성 혹은 윤호영이 톱과 하이포스트를 오갔고, 벤슨이 골밑을 지켰다. 원주산성을 주축으로 한 드롭 존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비.

이들이 4시즌만에 다시 뭉쳤다. 벤슨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모비스와 재계약 했으나 시즌 개막 직전 불미스러운 일로 퇴출됐다. 이후 두 시즌만에 KBL에 복귀했다. 그는 재기 의지가 강력하다. 프로아마최강전, 이번 프로농구 챔피언십서 보여준 골밑 장악력은 명불허전이었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포스트업과 수준급 기동력, 블로커로서의 능력도 여전했다. 사이먼 공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김 감독은 "54경기를 다 뛸 수 있는 체력이 되는지 우려된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실전용 몸을 급하게 만든 듯하다. 또한, 모비스 시절 드러냈던 신경질적인 파울 콜 반응 등 평정심 유지도 관건. 김 감독은 "열심히 하는 선수"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벤슨의 위력이 극대화되려면 김주성과 윤호영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동부는 김주성과 윤호영이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제대로 돌아간다. 현 시점에선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 일단 두 사람의 현재 몸 상태는 썩 좋지 않다. 김주성은 발목, 종아리 등 각종 잔부상으로 몸 만드는 속도가 다소 늦다. 다만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비 시즌에 모처럼 푹 쉰 건 고무적인 부분. 윤호영은 프로아마최강전서 발목을 다쳤고, 현재 재활 중이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차출, 1라운드에 뛸 수 없다.

김주성과 윤호영은 3~4년 전의 몸 상태와는 거리가 있다. 이미 동부는 지난 시즌 그 부작용을 실전서 드러냈다. 김주성과 윤호영이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포스트업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았을 때의 경기력 차이가 극명했다. 몸 상태와 함께 체력, 개개인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 김 감독도 두 사람의 몸 상태를 간파, 지난 시즌 예전의 드롭 존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김주성과 윤호영이 탑과 하이포스트를 오가며 많은 활동량을 과시할 정도의 몸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동부는 변칙적인 매치업 존을 즐겨 사용했다. 김 감독은 "주성이는 지난 시즌 25분 내외로 기용했는데, 올 시즌에는 20분 정도로 조절시킬 생각이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김주성과 윤호영 체력관리를 잘 했다. 올 시즌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분명한 건 김주성과 윤호영이 코트에 있는 동안에는 좀 더 골밑에서 치열하게 공수에 임해야 벤슨과의 시너지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벤슨 홀로 골밑을 지키는 건 무리다.

▲변수들

결국 김주성과 윤호영이 함께 뛰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1라운드에는 윤호영 없이 버텨야 한다. 두 사람 없이 벤슨과 한정원, 김봉수 등으로 버티는 시간도 길어질 전망. 김주성, 윤호영 없이 조직력을 원활하게 다듬는 게 우선 과제. 지난 시즌에도 이 부분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주성이와 호영이에게 의지하는 경향을 떨쳐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감독은 "국내 선수 백업이 좋아진 부분은 없다"라고 했다. 김종범 등 몇몇 1~3번 국내 자원들도 잔부상으로 시즌 준비가 더디다. 결국 이 부분에서 새 외국인선수 랴샤드 제임스의 KBL 적응, 허웅과 두경민 백코드 듀오의 성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여곡절 끝에 데려온 제임스의 경우 김 감독이 원한 스타일은 아니다. 이번 프로농구 챔피언십서 선보인 제임스는 기본적인 운동능력과 함께 내, 외곽 득점력을 갖췄다. 탄력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한 덩크슛과 블록도 돋보였다. 다만, 전반적으로 볼을 끄는 경향이 있었고, 수비력이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김 감독도 "볼을 갖고 있는 시간이 긴 편이다. 국내선수와 함께 하는 농구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허웅과 두경민이 제임스의 수비를 커버하면서, 공격에선 그런 점을 활용해야 한다. 허웅은 "제임스의 공격력이 좋아서 수비수가 몰릴 수 있다. 그 때 슛 찬스를 노려야 한다"라고 했다. 공격성향을 유지하되, 팀을 정비하고 조율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두경민도 마찬가지. 여전히 2~3년차지만, 대안이 없다. 김 감독은 "박지현이 30분 넘게 뛰는 건 무리"라고 못 박았다. 결국 김 감독은 허웅과 두경민을 동시에 기용하고 있다. 1~2번을 나눠 맡긴다. 둘 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김 감독은 "경민이는 득점 폭발력이 있지만, 강약조절을 좀 더 잘해야 한다. 무리할 때가 있다. 웅이는 지난해보다 여유가 생겼는데 아무래도 파워가 약한 게 흠"이라고 지적했다.

올 시즌 동부는 몇몇 변수가 있다. 그러나 김영만 감독의 지도력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 시간을 갖고 조직력을 만들어가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동부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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