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 강한 선두 삼성, 그 특별한 의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강자에 강하다.

선두 삼성이 최대 고비를 넘겼다. 1~2일 NC와의 창원 2연전을 모두 잡았다. 이 맞대결 전까지 삼성과 2위 NC의 격차는 단 1.5경기였다. 삼성으로선 NC에 2게임을 모두 내줬다면 선두까지 넘겨주는 것이었다. 물론 2위를 내줬다고 해서 다시 선두를 탈환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시즌 막판 선두싸움의 주도권을 NC에 넘겨줄 가능성이 컸다.

올스타브레이크 직후 엄청난 상승세를 탔던 삼성은 8월 중순 이후 살짝 주춤했다. NC와의 2연전 직전 5경기서 2승3패로 하향세. 하지만, 삼성은 급상승세를 탔던 NC를 잠재웠다. 확실히 삼성은 고비에서 발휘하는 힘이 남다르다. 통합 4연패 과정에서 각종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이 팀 자체의 저력으로 이어졌다. 특히 올 시즌의 경우 고비마다 상위권 팀을 무너뜨리는 힘이 강하다.

▲강자에 강하다

삼성은 올 시즌 2위 NC에 10승5패, 3위 두산에 10승4패로 압도적인 우위. 4위 넥센에 7승6패, 상대적으로 고전한 걸 감안할 때 NC와 두산전 전적은 눈에 띈다. 5위 다툼을 벌이는 한화와 KIA에 각각 6승8패, 6승7패로 밀린 걸 오히려 상위권 팀을 상대로 만회한 모양새. 물론 7위 롯데(8승5패), 8위 SK(7승3패), 9위 LG(11승5패), 10위 KT(8승3패) 등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여전히 좋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수 차례 "지난 4년간 하위권 팀들을 대체로 압도했지만, 상위권 팀들과는 거의 5할 승률이었다"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정규시즌 2위 넥센에 8승7패1무, 4위 LG에 9승7패로 고전했다. 물론 3위 NC에는 10승5패1무로 크게 앞섰고, 올 시즌과는 반대로 KIA와 한화를 12승4패, 11승4패1무로 압도했다. 2013년에도 정규시즌 2위 LG에 7승9패, 3위 넥센에 7승8패1무, 4위 두산에 9승7패였다. 2012년에도 정규시즌 2위 SK에 9승10패, 3위 두산에 7승12패로 밀렸다. 물론 4위 롯데에 12승6패1무로 앞섰다. 류 감독이 부임한 2011년에도 정규시즌 2위 롯데에 9승9패1무, 3위 SK에 10승8패1무였고, 4위 KIA에만 12승7패로 크게 앞섰다.

지난 4년 모두 최후의 승자는 삼성이었다. 그러나 삼성도 상위권 팀들을 정규시즌서 시원하게 압도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정반대 양상이다. 수년간 강했던 KIA와 한화전서 근소하게 밀린 반면 선두다툼의 직, 간접적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심리적 우위

삼성과 2위 NC, 3위 두산은 여전히 선두다툼 중이다. 8경기 차로 벌어진 4위 넥센이 사실상 우승권에서 멀어졌다고 볼 때, 3.5경기 차의 NC, 5경기 차의 두산은 여전히 선두 가시권에 있는 팀들. 삼성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에도 삼성은 8월 말 2위 넥센에 7~8경기 차로 넉넉히 앞섰으나 인천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후로 부진한 사이 넥센이 치고 올라오면서 결국 0.5경기 차로 아슬아슬하게 우승을 확정했다. 그만큼 넥센의 저력은 대단했다. 한국시리즈서 4승2패로 우승했지만, 넥센의 경기 내용 자체는 마지막 6차전 정도를 제외하곤 그렇게 처지지 않았다.

올 시즌 NC와 두산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선두 공략이 가능한데다 전력 자체에 흠이 거의 없다. NC는 선발진, 두산은 중간계투의 세부적 약점을 시즌을 치르면서 자체적으로 메워냈다. 흐름과 사이클에 지배되는 정규시즌서는 삼성이 두 팀을 압도했지만, 한국시리즈서는 삼성이 두 팀을 압도한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삼성도 소중한 무기가 생겼다. 심리적인 우위와 자신감이다. 일전에 한 야구관계자는 "삼성이 NC와 두산에 크게 앞선 건 심리적 측면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NC와 두산이 삼성에 크게 밀리는 전력이 아니지만, 상대전적의 절대적 열세로 삼성에 부담감이 있다는 뜻. 올 시즌 삼성과 NC, 삼성과 두산전서는 의외로 NC, 두산이 먼저 꼬이면서 삼성에 주도권을 넘겨준 케이스가 많았다. 멀리 보면 이런 흐름이 포스트시즌서 삼성의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NC와 두산에 확실히 심리적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 선두다툼은 물론, 포스트시즌서도 무형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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