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사랑해' 오승윤 "아, 내가 똥연기를 했었구나…"(인터뷰)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배우 오승윤은 어느새 멋진 훈남이 되어 있었다. 아직 '매직키드 마수리' 속 그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이제 그는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성장해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기 경력만 올해로 20년째. 그럼에도 그는 아직 연기에 대한 갈증을 토로한다. 드라마와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오승윤을 KBS 2TV 일일드라마 '오늘부터 사랑해' 종영 후 만났다.

'오늘부터 사랑해'는 북촌 한옥 마을의 윤씨 종가 '동락당'을 배경으로 입양과 파양 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그린 휴먼 가족 드라마로, 오승윤은 극중 로스쿨에 다니는 수재로 온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차기 종손 역으로 열연했다. 누나인 윤승혜(임세미)의 사랑을 적극 지지하면서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다소 현실성 떨어지는 인물이다. 오승윤은 그 점을 인정하면서도 러브라인이 없었던 점은 못내 아쉬워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윤승재의 러브라인이 있었어요. 그런데 좀 더 누나바라기로 가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러브라인은 조용히 자취를 감춘 거죠. 작년에 했던 '막돼먹은 영애씨'에서도 러브라인은 없었어요. '달래된장국'에서도 원래 한 친구와 결혼까지 가는 내용이었는데, 드라마가 조기종영되면서 결실을 못 맺었죠. '사랑비'에서도 삼각관계를 그린다고 했는데, 저만 좋아했고. 러브라인이라면 대하사극인 '근초고왕'에서가 유일하네요. 나름 키스신도 있었으니까요.(웃음)"

연기경력만 놓고 보면 오승윤은 대선배급이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부터 사랑해'를 통해 함께 호흡한 선배 연기자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연기적인 면에서도, 인간적인 면에서도 배울 것 투성이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는 오승윤은 본격 성인 연기자로 성장하면서 새삼 느낀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게 바로 연기였다.

"모두들 정말 연기를 살벌하게 잘 하시더라고요. 정말 잘 하시는 분들과 눈을 마주 보고 대사를 주고 받을 때 집중하시는 게 장난이 아니더군요. 심지어 저보다 어린 승아 역의 윤서도 연기를 정말 잘했어요. 그래서 제가 배운 게 너무 많았죠. 20살이 넘어가면서 연기가 어렵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죠.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니 그냥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연기를 알아가면서 내가 정말 똥연기를 하고 있었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드라마만 24편 이상에 출연했다. MBC '불의 여신 정이' KBS '근초고왕' '대왕세종' MBC '태왕사신기' MBC '주몽' SBS '서동요' 등 주로 사극을 중심으로 출연했고, 뮤지컬 '왕자와 거지'(2003) '말괄량이 삐삐'(2004) '매직키드 마수리'(2004) '달타냥과 삼총사'(2005) '아이언키드'(2006) '나를 부르다'(2010) 등에서도 맹활약했다. 일부 개봉하지 못한 작품을 제외하면 영화에도 출연하며 연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럼에도 그에게 여전히 연기는 깊은 고민거리 중 하나다.

"20살이 되던 무렵 연기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연기가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관련 서적들을 많이 찾아봤죠. 그러다보니 제가 어릴 때는 정말 (연기를) 대충했구나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그때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핑계라면, 어려서 몰랐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성인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따르잖아요. 그러다보니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거죠."

오승윤은 아직도 '매직키드 마수리' 시절을 기억해준다는 사실을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역 출신 배우들이 어린 시절의 모습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오승윤은 '마수리' 시절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는 건 당연하다며 굳이 그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노력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잘 한다는 소리 듣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액션 느와르 장르 속 강인한 남자의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마수리'에서 어느덧 훈내 진동하는 멋진 남자로 자란 오승윤이 앞으로 어떤 연기자로 다시 한 번 성장해나갈지 궁금해진다. '연기 잘 하는 배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오승윤이라는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붙을 날을 기다려본다.

[배우 오승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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