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경 "슬픈 세상이라 '오피스'가 더 슬픈가봐요" (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 세상이 슬픈 현실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영화가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자의에 의해서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주변 때문에 사람이 바뀌잖아요.”

배우 류현경은 영화 ‘오피스’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이유 때문에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류현경이 연기한 홍지선 역시 마찬가지다. “제가 살려고 일하는 건지 죽으려고 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라며 직장인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그 또한 여러 이유 때문에 또 다른 자신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영화 ‘오피스’는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평범한 회사원이 다시 회사로 출근한 모습이 CCTV 화면에서 발견되고, 그 후 회사 동료들에게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스릴러 영화다. 류현경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까칠한 성격이지만 직장 내 에이스로 평가받는 홍지선 대리 역을 맡아 김병국 과장을 둘러싼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을 폭발시킨다.

“무섭거나 스릴러 적인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르가 혼합된 영화에요. 그렇지만 이야기들이 슬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통쾌하기도 하죠. 다양한 분들이 많이 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적으로도 재미있고 나름의 의미도 있어요.”

홍지선 대리를 비롯해 ‘오피스’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현실 속에서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인물들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회사 뿐 아니라 작게는 커뮤니티 크게는 사회 속에서 이런 유형의 인물들을 찾을 수 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주변 이야기에 신경 쓰고, 주변 반응에 고립되죠. 전 전혀 그런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신경 쓰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제 자신이 변질되는 느낌이더라고요. 변하지 않는 제 기본 성향이 있는데 그것이 조금씩 변하는 걸 느꼈어요. 무서운 세상이구나 싶었죠. 배우 뿐 아니라 영화 ‘오피스’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사람들이 그렇게 돼 가는 게 너무 슬픈 일 같아요.”

그래도 현장만큼은 즐거웠다. 영화의 분위기, 무게와 달리 현장은 코미디 영화 저리가라였다고. 즐겁기도 했지만 연기 고수들의 모여 있는 영화인만큼 서로에게 자극도 됐다. 촬영이 지방에서 진행된 덕에 더 친해진 부분도 있었다. 류현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재미있게 일을 하면서도 놀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전 가족이 돼야 절 온전히 보여줄 수 있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편하게 대한다고 해도 받아주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그러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다 편하게 받아줬고 순식간에 친해졌죠. 특히 ‘오피스’의 경우 인물들 간에 대립 관계들이 있지만 오랜 시간 회사 생활을 같이 해왔기 때문에 따뜻한 친근함이 아닌 오랜 시간을 공유한 공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친해지려 했는데, 순식간에 친해버렸어요.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친구들이 됐어요.”

지난해에는 배우 류현경의 열정에 더욱 불이 붙었다. ‘오피스’ 촬영 전에 임했던 작품이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4~5개월 정도 연극무대에 섰던 류현경은 연극 무대의 즐거움과 별개로 영화에 대해 목마름도 느꼈다.

“연극을 했을 때 영화 현장에 무척 가고 싶었어요. 연극 무대에 선 경험이 굉장히 소중했고, 이 경험을 토대로 촬영을 하면 더 좋은 게 나올 것 같다는 혼자만의 기대감이 있었죠. 그런데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오더라고요. 그런 기대들이 있었으니 더 열심히 연기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굉장히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현장에 있는 분들과 친해져야 그런 긴장들이 풀렸죠. 그런데 무대에 한 번 서고 나니 그런 긴장감들이 좋은 긴장감들로 변하더라고요. (웃음)”

과거 단편영화들을 선보였던 류현경은 영화감독으로서는 “아직”이라는 답을 내놨다. 단편영화 ‘불협화음’, ‘사과 어떨까?’ 등을 연출했고 지난 2009년에는 ‘광태의 기초’가 충무로국제영화제와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온 류현경이다.

“지금은 오히려 연기에 대한 열망이 커요. 연기를 열심히 하고 싶어요. 결혼을 하고 애도 낳고 했을 때, 그 때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생기지 않을까요. 영화 현장에 있다 보니 연출이 진짜 힘든 일이라는 게 더 잘 보여요.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언젠가 나이가 들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아졌을 때 도전하고 싶어요.”

[배우 류현경.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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