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킬러' Ki 투입이 경기를 바꿨다 [안경남의 풋볼뷰]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스완지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3연승을 달렸다. 게리 몽크 감독은 루이스 판 할 감독 잡는 법을 아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맨유의 완벽한 천적이라 부를 만하다. 스완지는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기성용을 투입하며 4-2-3-1 포메이션을 다이아몬드 4-4-2 또는 변칙적인 4-3-3으로 전환해 역전승을 거머쥐었다. 다소 지루했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에는 전술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경기였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니다. 기성용 교체 투입 후 모든 게 바뀌었다.

# 포메이션

몽크 감독은 갑작스런 부상을 당한 제퍼슨 몬테로 없이 맨유전을 맞았다. 바페팀비 고미스가 원톱에 섰고 그 뒤에 길피 시구르드손이 자리했다. 좌우 측면에는 안드레 아예우와 웨인 라우틀리지가 포진했다. 기성용이 벤치에 앉은 가운데 중앙은 존조 셸비와 잭 코크가 맡았다. 나머지 포백 수비와 골키퍼는 변함이 없었다.

스완지만 만나면 체면을 구겼던 판 할 감독은 브뤼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웨인 루니와 안드레 에레라를 선발로 내세웠다. 멤피스 데파이와 후안 마타가 측면을 지켰고 중앙에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모건 슈나이덜린이 짝을 이뤘다. 수비라인은 그대로였다.

# 전반전

경기를 지배한 쪽은 원정팀 맨유였다. 그들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소유권을 가져갔다. 하지만 여전히 맨유는 확실한 공격 루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브뤼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루니는 공격수로서 위협적인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데파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두 차례 브뤼헤전에서 맹활약했던 것과 달리 프리미어리그 템포에는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듯 했다. 심지어 앞선 3경기서 무실점을 기록했던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마저 몇 차례 킥 실수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오히려 공격은 스완지가 더 날카로웠다. 점유율을 내줬지만 전방으로 나가는 패턴은 보다 확실했다. 전반 25분 시구르드손의 슈팅과 27분 고미스의 슛이 골대를 맞지 않았다면 스완지가 일찌감치 앞서갈 수 있었다.

# 기성용

후반 3분 균형이 깨졌다. 루크 쇼의 크로스가 문전에 있던 루니를 지나 쇄도하던 마타의 마무리로 이어졌다. 카일 노턴의 성급한 압박이 뚫리면서 쇼의 오버래핑이 맨유의 선제골로 연결됐다. 결국 몽크 감독은 후반 13분 이른 시간에 승부수를 던졌다. ‘측면 날개’ 라우틀리지를 빼고 ‘미드필더’ 기성용을 투입했다. 시스템도 바꿨다. 4-2-3-1에서 다이아몬드 4-4-2로 전환했다. 낯선 전술은 아니다. 지난 시즌 몽크 감독은 다이아몬드로 재미를 본 적이 있다.

기성용 투입이 만든 다이아몬드 전술은 스완지에게 두 가지 이점을 제공했다. 첫째는, 포백 앞의 수비 블록이 두터워졌다. 전반에 스완지는 데파이, 에레라, 마타가 자신들의 풀백과 센터백 사이로 침투하면서 몇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선제 실점도 결국에는 마타의 쇄도를 저지하지 못한 결과였다. 둘째는, 시구르드손과 아예우가 살아났다. 둘은 4-2-3-1에서 공격적으로 높이 전진하지 못했다. 시구르드손을 향한 패스가 부정확했고 아예우는 노턴을 돕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아몬드 변화는 이 부분을 해결했다. 기성용의 가세로 3명의 미드필더가 포진하면서 시구르드손이 좀 더 편안하게 올라가게 됐다. 또 쇼에 대한 수비 부담을 던 아예우도 공간을 찾아 전진이 가능해졌다.

# 후반전

스완지의 득점 장면을 복기해보자. 기성용 투입 후 3분 만에 스완지의 동점골이 터졌다. 쇼가 올라간 사이 시구드르손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 타이밍을 잡았고 문전으로 이동한 아예우가 헤딩으로 맨유 골망을 갈랐다. 맨유 입장에서 쇼의 오버래핑은 마타의 선제골을 이끈 시발점이 됐지만 동시에 실점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5분 뒤 고미스의 역전골도 비슷한 상황에서 터졌다. 이번에도 쇼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아예우가 환상적인 전진패스로 고미스의 득점을 도왔다. 측면 수비가 가능한 센터백 대니 블린트의 소극적인 압박도 아쉬웠다.

판 할은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후반 25분 마타, 슈나이덜린을 불러들이고 애슐리 영과 마이클 캐릭을 동시에 투입했다. 영을 넓게 포진시켜 스완지 다이아몬드 중원의 간격을 벌리기 위해서였다. 7분 뒤에는 마루앙 펠라이니까지 들어갔다. 펠라이니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사실상 9번 공격수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높이와 파워는 스완지 수비에 위협을 줬다. 이에 위기를 느낀 몽크 감독은 후반 44분 센터백 카일 바틀리에게 펠라이니 맨마킹을 지시했고 역전 승리를 지켰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