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현석의 행복송 "땀흘릴 수 있어 좋아요"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땀흘릴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아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약 8개월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지난해 12월 12일. 정현석(한화 이글스)은 한 병원에서 내과 수술을 받았다. 알고 보니 위암 초기였다. 청천벽력. 위의 ⅔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사흘 뒤(12월 15일) 배영수의 FA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삼성 라이온즈행이 확정됐으나 이틀 뒤(12월 17일)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정현석 리턴즈'였다.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도 완벽 소화한 정현석에게 고향팀 한화 복귀는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복귀 과정은 쉽지 않았다. 퇴원 후에도 1월 중순부터 2월까지 제주도, 강원도 등지에서 요양했고, 개인 훈련을 거쳐 지난 5월 15일 육성군에 합류했다. 그리고 6월 19일 퓨처스 kt wiz전을 시작으로 실전 무대에 나섰다. 혹자는 이마저도 기적이라 했다. 지난 5일 인천 SK전에서는 감동의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해 8월 26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344일 만이었다. 그는 2타수 2안타 1타점 맹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야구선수' 정현석이 복귀를 신고한 순간이었다. 이전보다 살이 빠졌지만 방망이는 오히려 더 매서워졌다.

지난 29일 마산 NC 다이노스전은 정현석에게 잊지 못할 한판이었다. 단순히 복귀 후로 한정하지 않고, 야구 인생을 통틀어 최고의 순간이었다. 4-4로 팽팽히 맞선 7회초 NC 필승계투 최금강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는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개인 통산 처음이자 KBO리그 역대 700번째 만루포로 의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정현석의 한 방으로 팀이 8-5 승리를 거뒀다는 게 가장 크다.

3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마주한 정현석은 홈런을 친 상황을 떠올리며 "예상도 못 했다. 공만 보고 쳤는데, 나중에는 어떻게 쳤나 싶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경기 보고 다들 울었다고 한다. 돌아오고 나서 처음에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내 말 들어보니 다들 울었다고 하더라. 나도 하이라이트만 5번 봤다"며 활짝 웃었다.

정현석의 올 시즌 현재(30일 기준) 성적은 20경기 타율 3할 3푼 3리(66타수 22안타) 1홈런 10타점 출루율 3할 8푼. 특히 득점권에서 19타수 7안타(타율 0.368) 1홈런 9타점으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정현석은 "타격 준비 자세와 타이밍 잡는 법, 손목을 활용하거나 시선 처리하는 방법도 연구했다"며 "나는 힘을 들여서 치면 내가 원하는 타구가 안 나온다. 힘을 뺄 수밖에 없는 타격폼"이라고 설명했다. 이전보다 체중이 많이 줄었지만 그만큼 힘을 빼고 치니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정현석에게 하체 움직임을 강조하는데, 그는 "캠프 때부터 했던 폼이다. 갑자기 100% 바뀌는 건 없다. 스스로 스윙하다 보니 변한 것이다. 아직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폼은 아니다.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야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하고 싶은 야구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 정현석은 "지금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지만 평가하기는 이르다"며 "지나간 건 잊고 오늘 경기 어떻게 잘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땀흘릴 수 있다는 자체로 좋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미소를 보였다.

역시 음식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 위 일부를 잘라냈기에 음식을 여러 번 나눠 먹어야 한다. 체력 유지를 위해서도 잘 먹는 게 중요하다. 정현석은 "조금 피곤하더라도 음식 섭취에 신경 많이 쓴다. 많이 못 먹어도 여러 번 나눠 먹어야 한다. 취침 시간을 2~3시간 줄여도 밥은 먹을 수 있게 한다. 이제 익숙해지고 있다. 음식 종류보다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밖에 나와서는 더 신경 써서 먹는다. 집에서는 아내가 알아서 해준다"고 덧붙였다.

[한화 이글스 정현석은 뛰면서 땀흘릴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하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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