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하이' kt 박경수 "수원 거포? 책임감과 자부심"

[마이데일리 = 수원 강산 기자] "수원 거포요? 책임감과 자부심, 욕심이 생기죠."

요즘 kt wiz의 최고 인기 스타는 박경수다. 데뷔 13년차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개인 최고 성적을 넘어 쟁쟁한 1군 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3할 타율에 20홈런, 60타점까지 돌파했으니 '수원 거포' 소리를 들어도 아깝지 않다.

박경수는 올 시즌 113경기에서 타율 3할 1리(366타수 110안타) 20홈런 62타점 출루율 4할 1푼 4리를 기록 중이다. 전날(28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서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트려 2003년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20홈런, 60타점 고지를 밟았다. 27일 4안타 맹타로 올 시즌 첫 3할 타율을 돌파한 지 하루 만이다.

사실 FA를 통해 kt로 이적할 때만 해도 박경수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아니, 지금처럼 해줄 거라곤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박경수는 더 이를 악물었다. "타석에서 자기 스윙을 하라"는 조범현 kt 감독의 조언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5월까지 타율 2할 2푼 6리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6월 타율 2할 8푼 2리로 살아나더니 특히 7월 이후 38경기에서 타율 3할 9푼 3리(133타수 53안타) 14홈런 34타점으로 폭발했다.

지난해까지 박경수의 통산 성적은 타율 2할 4푼 1리 43홈런 246타점이었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LG에서 뛰던 2008년과 2009년 8개, 타점은 2008년 43개였다. 데뷔 첫해인 2003년 2할 7푼 3리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타율 2할 7푼도 넘겨보지 못했다. 2010년 2할 6푼을 기록한 게 최고였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장타 본능이 눈에 띈다. 올해 때린 110안타 중 장타가 45개였다. 특히 주자 있는 상황에서 8홈런 50타점을 올렸다. 4할 1푼 4리의 출루율도 리그 13위 기록. OPS는 0.950으로 최준석(롯데, 0.939)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0.931) 김현수(두산, 0.921) 등 리그 정상급 타자들보다 오히려 높다. 특히 10개 구단 2루수로 범위를 좁혀보면 박경수의 OPS가 가장 높다(2위 나바로 0.931).

게다가 박경수는 올해 홈구장인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치른 62경기에서 타율 3할 1푼 7리 13홈런 39타점을 기록했다. 그만큼 홈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번째 홈런도 수원에서 때려냈다. 그것도 결승포였다. 이제 확실히 믿고 맡길 수 있는 타자로 올라섰다. 조 감독도 "박경수가 많이 올라왔다"며 흐뭇해한다. 과연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28일 취재진과 마주한 박경수는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면서도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했다.

박경수는 "자세를 바꾸면 단기간에 결과가 좋을 수 있지만 오래 가진 않는다는 부분에 고민이 컸다"며 "당장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지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기준이 서다 보니 그동안 왜 안 됐고, 실패했는지 스스로 납득이 간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을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찌됐든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할 말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것도 메커니즘이 안 좋았던 거다. 타구가 정말 잘 맞았다면 넘어가거나, 아니면 중간에 떨어졌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야수 정면을 향하는 타구가 많았던 건 1mm든 1cm든 포인트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요즘은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변화도 설명했다. 특히 박경수는 밀어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타구 방향을 보면 왼쪽과 오른쪽, 가운데까지 다양하다. 박경수는 "히팅포인트는 이해를 잘해야 한다. 앞에 둔다는 건 칠 준비가 빨리 된다는 것이다. 일단 변화구 헛스윙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밀어치기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크포인트다. 우중간을 향하는 타구가 많이 나와야 타격감이 좋다는 것이다. 3루 쪽으로 파울타구가 나오면 나쁜 버릇이 나온 것이다. 투수 쪽으로 친다는 느낌으로 좌측 방향 타구가 나와야 한다. 요즘은 생각과 행동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박경수에게 '수원 거포'라는 새 애칭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책임감과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박경수는 "수원에서 홈런을 많이 쳐서 수원 거포라는 애칭이 생긴 것 같은데 기분은 좋다. 내야수가 거포 소리 듣기 쉽지 않은데"라면서도 "오히려 책임감과 자부심, 욕심 생긴다. 일부러 홈런을 노리고 들어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10개 구단 2루수 중 OPS 1위. 게다가 수비에서도 실책이 6개뿐이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박경수는 "도루 2위(45개)에 타율 3할인 박민우(NC), 30홈런 타자 나바로와 정근우(한화) 선배 등 경쟁자가 많다"면서도 "솔직히 주전으로 나서 좋은 성적 내다 보면 골든글러브 욕심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기록 중 가장 만족스러운 건 타율. 시즌 처음 3할을 넘긴 건 의미가 크다. 박경수는 "가장 만족스러운 기록은 역시 타율이다"며 "내가 지금까지 야구 하면서 선배들이 두자릿수 홈런에 50~60타점, 2할 8푼대 타율 전광판에 찍는 걸 보면 멋있었다. 뭔가 꽉 찬 느낌이었고, 내가 그 성적이면 기분이 어떨까 많이 생각했다. 사실 요즘 전광판 잘 안 보려 하는데 초반에 안타 2개 치면 보기도 한다. 다른 후배들이 내 기록을 보고 내가 예전에 했던 생각을 할까 떠올리면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경수는 "솔직히 어떻게 이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잘 맞는 기간이 길어서 연습할 때도 힘을 들이지 않으려고 더 집중한다. 이숭용, 황병일 코치님께서도 많이 잡아주셨다. 나는 한 번 떨어지면 확 떨어진다. 잘될 때는 늘 하던대로 욕심 없이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kt wiz 박경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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