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사나이' SON과 토트넘 궁합 [안경남의 풋볼뷰]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한국의 호날두로 불리는 손흥민(23)의 세계 최고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 이적이 확정됐다. 등번호는 7번이며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 5년이다. 토트넘은 손흥민 영입에 2200만파운드(약 4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엘 레버쿠젠은 겉으로 손흥민의 이탈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지만 속으론 대박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불과 2년 사이에 3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해 아시안게임 참가를 쿨 하게 허용했다면 더 큰 이적료를 챙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쨌든 손흥민의 몸값은 첼시로 이적한 페드로(2100만파운드), 스토크시티 유니폼을 입은 세르단 샤키리(1200만파운드)보다 많은 액수다. 프리미어리그 전체를 봐도 올 여름 열손가락 안에 든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 영입에 거액을 베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 토트넘 포메이션

포체티노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사랑한다. 지난 시즌 41경기 중 39경기서 이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올 시즌도 개막 후 3경기에서 4-2-3-1을 사용했다. 토트넘 최고스타 해리 케인이 원톱에 서고 손흥민이 서게 될 공격 2선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or 에릭 라멜라), 나세르 샤들리 무사 뎀벨레가 주전으로 뛰고 있다. 중원에는 라이언 메이슨(or 나빌 벤탈렙)과 에릭 다이어가 짝을 이룬다. 포백 수비는 3경기 모두 카일 워커-토비 알더바이렐트-얀 베르통헌-벤 데이비스가 호흡을 맞췄다. 주전 골키퍼는 프랑스 출신 휴고 요리스다.

# 포체티노 철학

사우스햄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토트넘에 입성한 포체티노는 상대 진영에서의 압박을 강조한다. 전방 압박은 현대 축구의 매우 성공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위르겐 클롭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일명 게겐 프레싱으로 돌풍을 일으켰고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주제 무리뉴, 루이스 판 할, 펩 과르디올라 등도 높은 위치에서 압박해 볼을 탈취하는 걸 선호한다. 포체티노의 인터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공을 최대한 빨리 빼앗아 플레이하는 걸 선호한다. 그러기 위해선 라인을 끌어올리고 상대 진영부터 압박을 해야 한다. 때문에 많은 활동량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 활동량은 모두 유의미하다”

다만 전방 압박은 항상 리스크가 따른다. 최종 수비 라인 뒤에 많은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력도 중요하다. 프리미어리그처럼 많은 경기 수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시즌 내내 압박하긴 어렵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에 맞는 선수가 필요하다. 압박에 능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선수가 존재한다. 포체티노 감독이 지난 시즌 토트넘 부임 후 사우스햄튼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연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이 로드리게스와 모건 슈나이덜린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포체티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케인을 발굴했다. 케인은 지난 시즌 가장 많은 전방 압박에 성공했다. 나세르 샤들리도 포체티노의 주문을 가장 잘 이해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반면 그렇지 못한 엠마뉘엘 아데바요르와 로베르토 솔다도는 외면당했다.

# 공격 2선의 문제점

많은 매체들은 토트넘이 손흥민을 영입한 이유를 ‘속도’라고 말한다. 혹자는 가레스 베일이 될 수 있다며 흥분한다. 토트넘 2선은 개막 후 3경기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케인의 침묵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그 아래 2선에 있다. (1) 압박이 안 된다. 앞서 포체티노는 앞에서부터 태클로 상대의 공을 뺏길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3경기에서 토트넘은 압박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8월 8일 맨유와의 개막전에서 토트넘은 경기 시작과 함께 맨유를 앞에서부터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케인의 패스를 받은 에릭센이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도권을 내준 토트넘은 워커의 자책골로 패배했다. (2) 뎀벨레 딜레마다. 시즌을 앞두고 뎀벨레는 포체티노 감독에게 측면에서 뛰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3경기에서 모두 오른쪽 날개로 출전했다. 벨기에 출신의 뎀벨레는 뛰어난 드리블러다. 그는 8월 23일 레스터시티전에서 6번의 개인돌파를 시도해 4번을 성공했다. ‘0개’였던 샤들리와 비교해 드리블 돌파를 즐긴다. 문제는 그로인해 공격 템포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3) 수비가담이 느슨하다. 토트넘은 3경기에서 4실점했다. 두 가지가 문제였다. 하나는 중앙 미드필더의 패스미스였고, 또 하나는 공격 2선의 느슨한 수비가담이다. 8월 15일 스토크시티전에서 2-1로 앞서고 있던 토트넘은 디우프에게 헤딩골을 내주며 승리를 놓쳤다. 실점 장면에서 토트넘 공격 2선의 잘못된 위치 선정이 빌미를 제공했다. 포지션 체인지 과정에서 뎀벨레가 가운데로 오고 에릭센이 오른쪽에서 수비를 했다. 헌데 에릭센은 스토크가 공격할 때 워커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익숙한 위치가 아닌 곳에서 습관적인 행동이 낳은 결과다. 레스터 시티전에선 샤들리의 수비 가담이 문제였다. 후반 36분 토트넘은 교체로 들어온 델레 알리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하지만 1분도 채 되지 않아 실점한다. 득점 후 하프라인으로 돌아오는 상황에서 샤들리는 매우 느리게 걸어왔고 레스터시티가 롱패스로 데이비스를 공략할 때 도우러 내려가지 않았다. 결국 데이비스는 헤딩 경합 과정에서 벗겨졌고 베르통헌과 1대1 찬스를 맞은 마레즈가 득점에 성공했다.

# 손흥민과 토트넘의 궁합

밖에서 보이는 손흥민과 토트넘의 예상 궁합은 나쁘지 않다. 경쟁자들의 부진도 손흥민에겐 긍정적인 요인이다. 데이터적인 측면에서도 손흥민은 토트넘의 문제를 해결해줄 선수로 보인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 뛰며 4-2-3-1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 2선 공격수로서 득점력도 갖췄다. 지난 시즌에는 간혹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재능도 보여줬다. 샤들리, 뎀벨레와의 차별화된 손흥민만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토트넘은 케인에게 집중된 득점력을 분산하길 원한다. 손흥민을 비롯해 포워드 성향이 강한 사이도 베라히뇨를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뎀벨레는 미드필더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 다만 수비 가담은 손흥민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레버쿠젠이 손흥민에게 최적의 팀이었던 이유는 로저 슈미트 감독이 손흥민의 수비 가담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레버쿠젠에선 라스 벤더, 곤잘로 카스트로(도르트문트 이적), 시몬 롤페스(은퇴)가 손흥민을 지켜줬지만 토트넘에선 메이슨과 벤탈렙, 다이어가 손흥민 뒤에 선다. 무작정 올라갈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포체티노가 공격수들의 압박을 강조하는 만큼 레버쿠젠 때보다 더 많이 뛰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의 속도가 분데스리가보다 빠르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지금까지 겪지 못한 압박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400억원 공격수를 바라보 는 팬들의 인내심은 많지 않다. 이미 많은 스타들이 토트넘에서 좌절을 겪은 바 있다. 물론 성공과 실패는 항상 공존한다. 손흥민이 베일이 될지, 솔다도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손흥민은 야망이 큰 선수이며 프리미어리그 도전을 즐길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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