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천만 기획④] 아트박스 사장부터 '가오'까지, 숨은 조력자들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화 '베테랑'의 천만 돌파에는 오락액션물에 능한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과 베테랑 배우 유아인, 황정민, 유해진, 오달수 등 배우들의 공이 컸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숨은 인물들이 눈길을 끈다.

▲ 배성우, "징역은 나오는 맛에 들어가는 것"

극중 중고차 매장 업주 역할을 맡은 배성우는 극의 경쾌한 시작을 알리며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불도저 성격과 경쾌한 시작을 알리는 인물로 등장했다. 능청스럽기 그지없는 중고차 절도매매범 역할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그는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다.

그는 광역수사대의 작전으로 검거된 후 자신을 향해 독설을 날리는 미스봉(장윤주)에게 "징역은 나오는 맛에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라며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도주하던 그가 오팀장(오달수)으로부터 "힘들지? 그냥 타"라는 카리스마 여유에 눌려 스스로 승합차에 탑승하는 모습은 초반부터 빵 터지는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 흥행영화에 없으면 서운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 천호진, 황정민과 밀고 당기는 코믹화법

배우 천호진은 '베테랑'에서 비중이 많은 역할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인물로 등장해 힘을 실었다. 앞서 '부당거래'를 통해 류승완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천호진은 까칠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광역수사대 형사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몸을 사리지 않고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향한 추격을 벌이는 광역수사대에게 주부 도박단 사건을 해결하라고 지시했고, 그러면서 '밀당' 화법으로 웃음과 정 많은 인물로 등장해 재미 견인을 담당했다.

▲ 정웅인, 이번엔 악역 아닌 소시민 열연

형사 서도철(황정민)은 "내가 죄짓고 살지 말라고 했지"라며 재벌 3세 조태오와 치열한 대립각을 펼쳤는데, 그 시작점에는 배기사(정웅인)이 있었다. 배기사는 극중 조태오가 경영하는 그룹 하청업체의 물류기사로, 아들과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평소 악역으로 모습을 보여왔던 정웅인은 '베테랑'에서는 돈이 없어 안타깝게 당하는 소시민을 대변하는 인물로 열연,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더했다. 특히 조태오의 악마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권투장면에서, 얼굴이 퉁퉁 부어 끔찍할 정도로 액션연기를 펼쳤고 씁쓸한 마지막으로 극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 마동석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

배우 마동석은 한국영화계의 역대급 카메오 중 한 명이다. 앞서 '베테랑'에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으나 다른 작품으로 이번에 함께 하지 못했던 마동석은 특유의 의리로 명동 촬영 중 류승완 감독을 찾아왔다.

마동석은 원래 아무런 대사없이 조태오와 서도철의 한판 싸움을 지켜보는 인물로 잠깐 출연하는 것이었지만, 스스로 주변을 둘러보고 "아트박스 상호명을 써도 되느냐"라고 허락을 맡아 '베테랑'에 없어서는 안되는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는 숨가쁜 호흡을 보이며 액션 열연을 펼치던 두 사람 사이에 모습을 보였고 "어이,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며 뭔가를 할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압도적인 존재감과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는 대사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 강수연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극중 서도철이 후배 형사에게 무심코 툭 내뱉은 말인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은 배우 강수연이 실제로 영화인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류승완 감독은 강수연의 대사를 잊지 않고 '베테랑'에 담아냈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암살' 최동훈 감독은 해당 대사에 "그 대사를 힘줘서 했다면 촌스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그 생각을 안고 사는 사람처럼 무심결에 툭 내뱉어 류승완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잘빠진 오락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강수연은 올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약한다. 기자회견에서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실제로 강수연 위원장이 잘 쓰는 말이라고 한다"라며 그의 카리스마를 언급하기도 했다. 강수연의 영화인들을 위한 말이 류승완 감독의 작품에 강력한 한 방을 심어주는 큰 역할을 담당했다.

[천호진 배성우 마동석 정웅인(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강수연.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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