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S로 살펴본 kt 박경수, 명실상부 리그 정상급 타자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kt wiz 2루수 박경수는 데뷔 13년차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팀은 물론 리그 전체를 살펴봐도 이만한 타자가 없다. '언제쯤 터지나' 했던 잠재력이 드디어 터진 것 같다.

28일 현재 박경수의 올 시즌 성적은 112경기 타율 3할 1리(362타수 109안타) 19홈런 59타점 출루율 4할 1푼 6리 장타율 5할 3푼이다. 이런 시즌은 없었다. 종전 박경수의 한 시즌 최고 기록은 타율 2할 7푼 3리(2003), 8홈런(2008, 2009), 43타점(2008), 출루율 3할 7푼 7리(2009), 장타율 3할 9푼(2010)이었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무려 4억 3천만원이라는 거액에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으나 지난해까진 보여준 게 거의 없었다. 최고의 칭찬이 '수비 잘하는 내야수'였다.

그러던 박경수가 확 달라졌다. 얼마나 달라졌는지 장타율과 출루율을 더한 OPS를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박경수의 OPS는 0.946으로 리그 13위. 박석민 최형우(이상 삼성 라이온즈, 0.967) 짐 아두치(롯데 자이언츠, 0.965), 구자욱(삼성, 0.947)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0.938) 최준석(롯데, 0.936) 김현수(두산 베어스 0.922)보다는 오히려 높다.

OPS 0.900 이상이면 리그 정상급 타자, 1.000 이상이면 최정상급 타자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 박경수는 리그 정상급 타자 대열에 합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박경수는 올해 총 109안타를 때렸는데, 장타가 44개였다. 안타 중 장타가 40.37%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47타점을 올렸는데 47안타 중 2루타 13개, 홈런 7개였다. 누상에 주자를 두고 '장타 본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더 고무적이다. 4할 1푼 6리의 출루율도 리그 13위 기록. 리그 정상급 타자인 손아섭(롯데, 0.413) 최형우(0.401)보다 오히려 높다. 특히 10개 구단 2루수 중 박경수보다 OPS가 높은 이는 없다. 규정타석을 채운 내야수로 범위를 좁혀 봐도 박경수의 OPS는 9위에 해당한다. 1위는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 1.249)다.

사실 FA를 통해 kt로 이적할 때만 해도 박경수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아니, 지금처럼 해줄 거라곤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박경수는 더 이를 악물었다. "타석에서 자기 스윙을 하라"는 조범현 kt 감독의 조언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5월까지 타율 2할 2푼 6리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6월 타율 2할 8푼 2리로 살아나더니 특히 7월 이후 37경기에서 타율 4할 3리(129타수 52안타) 13홈런 31타점으로 폭발했다.

7월 이후 박경수가 얼마나 무서운지 기록으로 살펴보자.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은 이승엽(0.439) 박석민(0.409, 이상 삼성) 테임즈(0.406)에 이어 리그 4위다. 홈런도 박병호(넥센, 21개)와 테임즈(15개), 아두치(14개)에 이어 4번째로 많다. 특히 이 기간 OPS가 무려 1.283(출루율 0.469 장타율 0.814)으로 테임즈(1.350 출루율 0.517 장타율 0.833)에 이어 리그 2위다. 7월 이후 박경수는 리그 최정상급 타자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전날(2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올 시즌 2번째 4안타 경기를 펼치며 올 시즌 처음 3할 타율을 돌파했다. 지금 기세라면 데뷔 첫 3할 타율에 20홈런도 가능해 보인다. 박경수는 "이전과 다르게 타격코치님 조언을 듣고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간 게 효과를 보는 것 같다"며 "타율 3할을 넘겼지만 타율에 연연하지 않고 남은 경기에 좀 더 집중해 정확히 타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시즌 초반 부진할 때도 믿고 기회를 주신 감독님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박경수가 OPS 0.900은 고사하고 0.800을 넘긴 시즌도 전무했다. 종전 한 시즌 최고 장타율(0.390)과 출루율(0.381)을 더해도 0.771. 올해 박경수가 얼마나 대단한 발전을 이뤄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kt wiz 박경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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