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천만 기획③] 가려운 곳 긁으니 천만이 답했다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베테랑’이 관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천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베테랑’(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집념의 형사가 재력과 힘을 이용해 법의 위에 선 재벌을 응징하는 이야기를 긴박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담아내 관객들의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 냈다.

‘베테랑’에서 눈여겨 볼만 한 점은 형사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는 점. 총 13편의 천만영화 중 형사가 주축이 된 영화는 ‘베테랑’이 유일하다. 이처럼 천만 관객 돌파가 가능했던 건 극 중 등장하는 집념의 소시민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관객들의 욕구를 대변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겼기 때문.

돈도 빽도 없는, 평범한 사람인 서도철은 재력과 권력을 이용해 법 위에 군림한 재벌을 처절히 응징하는데, 현실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는 일들이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덕에 묵은 체증이 쓸려 내려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저돌적인 서도철의 모습들이 나를 대신하는 듯한 통쾌함을 안기고, 적재적소 숨어 있는 유머와 맛깔나는 대사들이 영화의 맛을 더한다.

극 중 등장하는 재벌 3세 조태오가 영화에서나 볼 법한 판타지 속 인물이 아닌 뉴스 속에서 봤을 법한 인물이라는 점도 관객들의 짜릿함을 불러일으킨다. 류승완 감독은 특정한 재벌가를 녹여내기 보다는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불합리한 재벌가의 이야기들을 집대성했다. 실제 영화에서처럼 맷값을 준다거나 보복폭행을 한 사례, 재벌가 자제들의 마약 사건 등이 존재하는데, 이에 영화를 보다 보면 여러 인물이 머릿속을 스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는 특정 인물을 관객이 응징하는 듯한 효과를 냈다.

무엇보다 관객들을 사로잡은 숨은 흥행 요인 중 하나는 이 모든 일들이 어둡지 않게 그려진다는 것. 사건 자체는 무겁지만 분위기는 이와 정 반대다. 스크린에서까지 힘들고 패배한 느낌을 느끼고 싶지 않은 관객들의 마음을 영리하게 간파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영화 ‘베테랑’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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