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 질주' 맨시티의 이유있는 진화 [안경남의 풋볼뷰]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시티의 출발이 좋다. 개막 후 3경기서 모두 완승을 거뒀다. 8골을 넣었고 실점이 제로다. 사실 맨시티는 최근 5년 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팀이었다. 2010년부터 우승(2회), 준우승(2회), 3위(1회)를 기록했다. 맨시티의 초반 독주가 낯설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맨시티의 환상적인 출발에 시선이 모아지는 건, 그들이 또 한 번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아쉬움을 딛고 다시 일어선 맨시티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지난 24일 치른 맨시티의 에버튼 원정을 복기해보자.

포메이션 l 에버튼 4-2-3-1 vs 맨시티 4-2-3-1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4-2-3-1을 사용했다. 로멜루 루카쿠가 원톱에 섰고 아루나 코네가 왼쪽 측면에 배치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영입한 톰 클레버리는 오른쪽 날개를 맡았다. 과거 위건 시절 클레버리를 측면에 세웠던 마르티네스는 에버튼에서도 그를 중앙이 아닌 사이드에 배치하고 있다. 에버튼 최고의 스타인 레이턴 베인스가 장기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브랜든 갤러웨이가 왼쪽 풀백을 맡았다.

에버튼 4-2-3-1 : 하워드 – 콜먼, 스톤스, 자기엘카, 갤러웨이 – 맥카시, 배리 – 클레버리, 코네, 바클리 – 루카쿠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지난 주 3-0 대승을 거둔 첼시전 베스트11을 재가동했다. 완벽한 승리였기 때문에 사실 변화가 불필요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최전방에 나섰고 좌우 측면에 발 빠른 헤수스 나바스와 라힘 스털링이 자리했다. 다비드 실바는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맨체스터 시티 4-2-3-1 : 하트 – 사냐, 콤파니, 망갈라, 콜라로프 – 페르난지뉴, 야야 투레 – 나바스, 실바, 스털링 – 아구에로

스털링 vs 콜먼 l 60분에 깨졌다

에버튼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시무스 콜먼이 위치한 오른쪽이었다. 이유는 스털링 때문이다. 콜먼은 거의 맨마킹에 가까운 수비로 스털링을 압박했다. 스털링이 빠르지만 콜먼의 스피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피지컬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전반 내내 스털링의 전진을 멈추게 만들었다. 스털링 견제는 동시에 알렉산드로 콜라로프의 오버래핑 빈도를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 스털링이 쉽게 올라가면 콜라로프도 쉽게 올라온다. 반면에 스털링이 중간에 자주 끊기는 모습을 보이면 콜라로프도 쉽게 올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에버튼의 작전은 60분에 깨졌다. 콜먼은 수비적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공격시에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감행했다. 문제는 이것이 후반 15분 선제골을 허용하는 빌미가 됐다는 점이다. 콜먼이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 때 에버튼의 패스미스가 나왔고 순간 스털링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다. 존 스톤스가 스털링의 속도를 늦추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또한 동시에 콜라로프까지 올라오면서 에버튼의 오른쪽 측면은 너무도 쉽게 무너졌다. 클레버리의 수비 가담은 늦었고 필 자기엘카의 오프사이드 라인 실패도 아쉬운 부분이다.

맨시티 진화① l ‘밀너 → 스털링’…넓어졌다

올 여름 맨시티는 제임스 밀너를 리버풀로 보내고 900억을 투자해 스털링을 영입했다. 과연 이 선택이 옳은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따랐지만, 적어도 3경기에서 나타난 맨시티의 새로운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 시즌 페예그리니 감독은 주로 투톱 공격수를 세운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아구에로, 에딘 제코가 전방에 위치했고 공격 2선에 실바, 밀너, 나바스, 사미르 나스리 등이 번갈아 포진했다. 이 전술의 특징은 공격의 방향이 중앙으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유일한 와이드 윙어인 나바스가 선발에서 제외되면 대부분이 ‘10번=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그로인해 실바, 밀너, 나스리 모두 측면에 섰지만 공격할 때는 중앙으로 치고 들어왔다.(올 시즌 아스날이 겪고 있는 문제와 비슷하다) 하지만 스털링이 가세하면서 맨시티의 측면은 꽤나 넓어졌다. 와이드한 윙어를 상대하는 팀들은 수비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를 겪는다. 지난 2라운드 상대인 첼시가 대표적이다. 나바스와 스털링이 측면으로 넓게 서자 첼시 수비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센터백과 풀백 사이가 자주 벌어지면서 아구에로에게 이전보다 많은 공간이 생겼다. 또 풀백들이 오버래핑 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이자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게리 네빌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시즌 맨시티는 중앙에 너무 많은 선수가 있었다. 아구에로, 제코, 밀너, 실바가 중앙에서 밀집 공간을 뚫으려 했다. 하지만 나바스, 스털링이 측면으로 넓게 서면서 상대의 밸런스를 손쉽게 깨고 있다. 물론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명 인상적인 변화다”

맨시티 진화② l 실바에겐 ‘10번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린다

스털링이 가세하면서 혜택을 본 또 한 명의 선수가 바로 실바다. 이전에 실바는 확실한 자신의 역할을 부여 받지 못했다. 밀너 혹은 나스리와 역할을 분담해야 했다. 또한 측면에 서면서 활동 폭이 제한적이었다. 실바에게 4-4-2 포메이션의 날개는 이상적인 포지션이 아니었다. 결국 페예그리니 감독은 실바에게 ‘10번 역할’을 단독적으로 맡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실바는 중앙에서 좌우 측면을 오가면서 완벽한 트라이앵글을 만들었다. 축구에서 트라이앵글은 볼을 보다 쉽게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통한다. 왼쪽에선 ‘실바-스털링-콜라로프’가 삼각형을 형성했고 오른쪽에선 ‘실바-나바스-사냐’와 삼각형을 구성했다. 에버튼전 선제골 장면에서도 ‘스털링→실바→다시 스털링→콜라로프’로 이어지는 패스로 상대 수비를 허물었다. 이처럼 맨시티 공격에 다양성이 생기면서 페예그리니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상대가 와이드한 변신에 대처할 경우 에버턴전 후반처럼 스털링을 빼고 나스리를 투입해 지난 시즌과 같은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또 나스리가 실바 대신 10번을 맡아도 된다. 이정도면, 굳이 케빈 데 브루잉까지 영입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맨시티 진화③ l 3경기 ‘0실점’…포백 조직력

3경기 ‘0실점’도 주목할만한 기록이다. 웨스트브롬위치(3-0승), 첼시(3-0승), 에버튼(2-0승)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의 대결에서 거둔 의미있는 결과다. 지난 시즌 맨시티의 수비는 기복이 심했다. 빈센트 콤파니에 대한 의존도가 컸고 도중에 영입한 엘리아큄 망갈라는 적응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의 분위기는 좋다. 콤파니는 최상의 컨디션이다. 숫자가 말해준다. 콤파니는 이날 수비지역에서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많은 6번의 클리어를 시도해 5번을 성공했다. 지난 시즌 실수가 잦았던 망갈라의 활약은 더 돋보인다. 클리어(4/5), 헤딩 클리어(3/4), 헤딩경합(3/3)으로 수비지역에서 안정감을 보였다. 가로채기도 무려 6개나 됐다. 양 팀 통틀어 1위다. 망갈라 덕분에 콜라로프는 마음껏 오버래핑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맨시티의 포백 수비 조직은 완벽했다. 서로간의 간격은 물론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잃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사용하는 타이밍도 깔끔했다. 노골이 선언된 루카쿠의 오프사이드도 맨시티 포백 수비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후스코어드닷컴]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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