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전으로 본 '리빌딩' 모비스, 여전한 경쟁력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유재학 감독은 손사래를 치지만, 농구관계자들은 올 시즌에도 모비스를 심상찮게 바라본다.

21일 프로아마최강전 준결승전서 고려대에 패배한 모비스. 사상 최초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연패 위업을 달성한 모비스는 올 시즌 리빌딩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서 고려대의 높이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KT와 동국대, 연세대를 연이어 잡아내며 여전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눈에 보이는 모비스 전력은 약화된 게 맞다. 승부처에서 클러치 득점을 해줬던 문태영, 기동력과 파워, 정확한 중거리슛을 갖춘 리카르도 라틀리프 공백은 크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이대성의 군 입대 공백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코트에서 드러난 체감 전력은 그렇게 많이 약화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물론 현 시점에선 변수가 많긴 하다.

▲양동근과 함지훈의 힘

양동근과 함지훈이 건재하다. 양동근은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활동량을 과시한다. 국내에서 여전히 그의 스피드를 제대로 제어하는 가드가 없다. 수비력도 원탑. 최강전서도 가드 매치업에서 타 팀에 밀리지 않으면서, 양동근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비스 특유의 공수조직력이 유지됐다. 국내 선수들은 양동근의 움직임에 따라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득점 확률을 높였다. 정규시즌서도 양동근이 적어도 외국가드들에게 밀리지 않을 경우 모비스의 기본적인 공수조직력은 어느 정도는 유지될 수 있다. 양동근이 버티는 한 어느 정도는 안정적인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 이미 모비스 국내 선수들은 양동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익숙하다. 양동근도 "대표팀에 있다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지만, 이미 5년 넘게 함께했던 사이라 큰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함지훈은 노련해졌다. 고려대 골밑 봉쇄에 결국 실패했지만, 이종현과 강상재를 상대로 특유의 리드미컬한 스텝을 활용, 꼬박꼬박 점수를 만들었다. 또한, 특유의 패스 센스로 동료의 컷인 득점이나 외곽슛을 도왔다. 라틀리프가 퇴단하면서 올 시즌 함지훈의 골밑 운신의 폭은 넓어졌다. 지난 시즌 부상 후유증으로 전체적으로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러나 몸 상태를 회복한 올 시즌에는 예년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 수비자 3초룰 폐지 이후 전체적으로 위축됐지만,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장점인 패스능력을 극대화할 경우 함지훈의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다.

▲만수의 힘

모비스 전력의 핵심은 역시 '만수' 유재학 감독. 선수와 팀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특유의 통찰력, 풍부한 경험과 남들보다 2~3수를 먼저 내다보는 예측능력을 바탕으로 한 경기지배력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정규시즌을 치르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린 뒤 플레이오프서 완벽한 상대 분석에 의한 의표 찌르기는 유 감독의 전공이자 주특기. 2012-2013시즌 SK와의 챔피언결정전서 SK의 3-2 드롭존을 10초 안에 깬다며 호언장담했고, 실제로 성공했다. 지난 시즌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서는 윤호영과 김주성의 체력과 몸싸움 약점을 언급했고, 실제 그 부분을 파고 들어 완벽한 우승을 이끌었다. 심지어 2013-2014시즌 LG와의 챔피언결정전서는 데이본 제퍼슨을 막기가 사실상 힘들고 제퍼슨의 득점이 폭발하면 이길 수 없다고 말했지만, 결국 극복해냈다.

때문에 모비스는 갖고 있는 전력보다 항상 더욱 강한 힘을 낸다. 21일 고려대에 패배했지만, 사실 멤버들의 잠재력에선 고려대에 결코 앞선다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유 감독은 대학 팀들이 스크린을 많이 하지 않고 단발 공격을 많이 하는 부분, 스크린 수비에 대한 미흡한 대처 등을 간파, 연세대를 완파했고 고려대와 대등한 승부를 벌였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농구의 기본인데, 유 감독이 유독 기본을 중시하고 확실하게 가르친다. 그는 "양동근, 함지훈을 제외하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 노력을 많이 해야 하고, 내가 많이 연습을 시켜야 실력이 는다"라고 했다. 물론 유 감독은 "내가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많으니까 본인들이 많이 어려워한다"라고 웃었다.

결국 기본에 입각한 많은 연습량으로 전력의 뼈대를 세운다. 여기에 유 감독 특유의 각종 세밀한 전술이 더해지면서 전력 이상의 강한 힘을 발휘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모비스가 지난 시즌부터 재미를 본 2-3 매치업 존 역시 완성도가 남다르다. 결국 고려대에 의해 무너졌지만, 프로 팀들도 이 수비 공략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패스 센스가 좋은 가드가 많지 않은 한국농구의 구조적 약점도 숨어있고, "상대가 패스 2~3번을 더 하게 만드는 수비, 턴오버를 유발하는 수비"라고 말하는 유 감독 특유의 촘촘한 전술의 힘이기도 하다. 문태영과 라틀리프가 빠져나갔지만, 유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 속에서 탄탄한 조직력은 여전하다는 게 드러났다. 올 시즌에도 모비스를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변수는 외국선수

역시 외국선수가 최대 변수. 모비스에는 리오 라이온스와 커스버트 빅터가 가세했다. 라이온스는 문태영과 라틀리프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공격에선 승부처에서 클러치 득점을 올려줘야 하고, 수비 시에는 골밑을 지켜내야 한다. 상대적으로 외곽 성향이 강한 라이온스를 골밑으로 집어넣는 게 관건. 오리온스 시절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서 높은 공헌도를 보여줬던 걸 감안하면 충분히 희망은 있다. 빅터의 경우 신장은 작지만 힘이 좋아 골밑 수비력이 좋다는 게 유 감독 설명. 다만 전체적으로 신장이 낮아지는 건 분명한 약점. 물론 양동근과 시너지효과를 낼 경우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사실 모비스로선 이번 최강전서 한 경기라도 프로 팀과 더 맞붙길 원했다. 양동근을 포함한 국내선수들이 라이온스, 빅터와 한 경기라도 호흡을 더 맞출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기회가 사라졌다. 모비스는 다음주 외국선수 3명을 울산으로 초청, 자체 연습경기로 조직력을 다진다. 내달 초 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도 실전 감각을 쌓고 조직력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전력 공백이 있는 모비스로선 라이온스와 빅터가 팀 조직력에 녹아들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테크니션인 두 사람 개개인의 강점과 양동근을 중심으로 한 국내선수들의 조직력이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여전히 수준급 전력을 뽐낼 것이라고 전망하는 농구관계자가 많다. 다만, 유 감독은 현 시점에서 KCC, 오리온스, 동부 등 멤버구성 좋은 팀 혹은 높이가 좋은 팀들의 정확한 전력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서 모비스의 경쟁력과 위치를 확신하지 않을 뿐이다.

[모비스 선수들과 유재학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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